각 구단의 변수들, 아시아 쿼터 더 중요해졌다
[양형석 기자]
올해부터 V리그에 아시아 쿼터가 도입됐다. 아시아 쿼터란 스포츠 리그에서 외국인 선수 제한과 별도로 아시아 지역의 국적을 보유한 선수를 추가로 등록할 수 있도록 하는 제도다. K리그에서는 이미 지난 2009년부터 아시아 쿼터가 도입돼 일본과 중국, 호주, 우즈베키스탄 등 다양한 국적의 선수들이 활약하고 있다. 지난 2020년에는 '동남아시아 쿼터'가 신설돼 태국과 인도네시아, 베트남 국적의 선수들도 K리그에 진출하고 있다.
프로농구에서는 지난 2020년 KBL과 일본 B.리그의 합의를 통해 아시아 쿼터가 탄생했다. 그리고 작년에는 필리핀 선수도 아시아 쿼터에 포함시키면서 운동능력이 좋고 기술이 뛰어난 필리핀 선수들이 대거 KBL 무대를 밟아 활약하고 있다. 지난 시즌 올스타전 덩크콘테스트 우승자이자 188cm의 가드임에도 경기당 0.90개의 블록슛(4위)을 기록하며 일약 센세이션을 일으켰던 KGC인삼공사의 랜즈 아만도가 대표적이다.
지난 4월에 열린 첫 V리그 아시아 쿼터 드래프트에서 남녀부 14개 구단은 모두 선수를 선발했다. 많은 배구 팬들은 아시아 쿼터 선수들이 V리그에 새로운 활기를 불어넣어주길 기대하면서도 이 선수들이 리그에서 본격적으로 활약하려면 최소 1~2년의 시간은 필요할 거라 입을 모으고 있다. 하지만 비 시즌을 보내면서 국내 선수들에게 이런 저런 변수들이 발생했고 이에 따라 각 구단 아시아 쿼터 선수들의 역할도 점점 커지고 있다.
▲ 국제대회에서 한국을 괴롭혔던 태국 국가대표 주전세터 폰푼은 새 시즌 기업은행 유니폼을 입고 V리그를 누빌 예정이다. |
ⓒ 국제배구연맹 |
외국인 선수 드래프트, 신인 드래프트와 달리 모든 구단이 동등한 확률로 순번을 결정한 아시아 쿼터 드래프트에서 여자부 1순위를 획득한 구단은 IBK기업은행 알토스였다. 기업은행의 김호철 감독은 조금의 망설임도 없이 이번 아시아 쿼터의 최대어로 불리던 태국의 국가대표 세터 폰푼 게드파르드를 지명했다. 폰푼은 태국뿐 아니라 일본, 폴란드, 루마니아 등에서 활약하며 해외 리그 경험도 풍부한 베테랑 세터 자원이다.
김호철 감독은 폰푼을 지명한 후 기업은행이 추구하는 낮고 빠른 배구에 어울리는 선수라며 폰푼을 기업은행의 주전세터로 활용할 뜻을 밝혔다. 기업은행에는 기존의 김하경 세터가 있지만 백업 세터 이진(대구시청)이 실업팀으로 옮기면서 세터 자원이 다소 약해진 상황이다. 작년과 올해 VNL 대회에서 태국의 주전 세터로 활약하며 한국을 괴롭혔던 폰푼이 기업은행의 야전사령관으로 활약한다면 기업은행은 큰 전력 상승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아시아 쿼터 드래프트 2순위를 따낸 현대건설 힐스테이트는 2022-2023 시즌 정규리그 2위를 차지하고도 플레이오프에서 한국도로공사 하이패스에게 패하며 챔프전 진출에 실패했다. 그리고 시즌이 끝난 후에는 '밍키' 황민경(기업은행)이 FA 자격을 얻어 팀을 떠났고 고예림은 시즌이 끝난 후 무릎수술을 받았다. 황민경에 대한 보상선수로 아웃사이드히터 김주향을 지명한 것도 아웃사이드히터 포지션의 약화에 대한 대비였다.
이에 현대건설은 아시아쿼터 2순위 지명권을 활용해 태국 출신의 아웃사이드히터 위파위 시통을 지명했다. 지난 2018년 태국 연합팀 멤버로 보령에서 열렸던 컵대회에 참가하기도 했던 위파위는 이번 VNL 대회에서 태국 대표팀으로 출전해 12경기에서 50득점을 올렸다. 특히 캐나다전에서 18득점을 올렸을 만큼 뛰어난 공격력을 보여준 바 있어 서브리시브만 크게 흔들리지 않으면 정지윤과 함께 현대건설의 주전 아웃사이드히터로 활약할 확률이 높다.
가장 의외의 선택을 했던 팀은 3순위 지명권을 가진 인삼공사였다. 인삼공사는 그나마 한국에게 익숙한 태국이나 일본 선수가 아닌 인도네시아의 메가왓티 퍼티위를 지명했다. 185cm의 장신 아포짓 스파이커 퍼티위는 지난 5월 인도네시아 대표로 동남아시안게임에 출전해 3, 4위전에서 필리핀을 꺾고 인도네시아의 동메달 획득에 기여한 바 있다. 물론 인삼공사에서는 외국인 선수 지오바나 밀라나, 이선우 등과의 포지션 중복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
▲ 안혜진 세터의 수술로 세터진이 얇아진 GS칼텍스는 아시아쿼터 선수를 태국의 소라야 폼라 세터로 교체했다. |
ⓒ GS칼텍스 KIXX |
이번 아시아 쿼터와 관련해 가장 바쁘게 움직인 팀은 단연 GS칼텍스 KIXX였다. 아시아 쿼터 드래프트에서 6순위 지명권을 따낸 GS칼텍스는 인도네시아 출신의 아웃사이드히터 메디 요쿠를 지명했다. 하지만 강소휘와 유서연, 최은지, 권민지를 보유한 GS칼텍스에서 아웃사이드히터 지명은 '중복영입'이라는 비판이 있었고 GS칼텍스는 지난 6월 21일 아시아 쿼터 선수를 태국 출신 세터 소라야 폼라로 교체했다.
하지만 GS칼텍스가 아웃사이드히터에서 세터로 아시아 쿼터 선수를 교체한 이유는 따로 있었다. 바로 주전 세터 안혜진의 수술 때문이다. 고질적으로 왼쪽 어깨가 좋지 않았던 안혜진 세터는 재활까지 8개월 정도 소요되는 수술을 받았다. 안혜진이 빠지면 GS칼텍스 선수단에 세터는 김지원 밖에 남지 않는다. 이에 GS칼텍스는 올해 VNL에서 폰푼의 백업세터로 활약하며 4경기에 출전했던 소라야로 아시아 쿼터 선수를 교체했다.
FA 박정아 영입과 보상선수 이고은 재영입 트레이드로 몸살을 앓았던 페퍼저축은행 AI페퍼스는 이고은 세터를 재영입하는 과정에서 주전 미들블로커 최가은을 도로공사로 보냈다. 현재 페퍼저축은행의 중앙엔 지난 시즌 주전 경험을 쌓았지만 아직 신예티를 벗지 못한 서채원과 수술 후 재기여부가 불투명한 하혜진, 프로 첫 득점도 올리지 못하고 무릎수술을 받으며 시즌을 접은 염어르헝, 그리고 176cm의 단신 미들블로커 박연화 뿐이다.
이에 페퍼저축은행은 아시아 쿼터를 통해 미들블로커 자원인 미국과 필리핀의 혼혈선수 M.J.필립스를 지명했다. 미국에서 대학까지 졸업한 후 필리핀리그에서 활동했던 필립스는 182cm로 미들블로커 포지션임을 고려하면 신장은 평범하지만 뛰어난 운동능력을 갖춘 선수로 알려졌다. 페퍼저축은행은 아시아 쿼터 선수인 필립스가 팀의 미들블로커 한 자리를 차지해 좋은 활약을 펼쳐 주기를 학수고대하고 있다.
마르첼로 아반단자 감독과 함께 하는 첫 풀타임 시즌을 준비하고 있는 흥국생명 핑크스파이더스는 가나인 아버지와 일본인 어머니를 둔 혼혈 선수 레이나 도코쿠를 아시아쿼터로 선택했다. 물론 흥국생명에는 '배구여제' 김연경을 비롯해 주장 김미연, 'VNL 스타' 김다은 등 아웃사이드히터 자원이 비교적 풍부한 편이다. 하지만 아시아쿼터 레이나가 팀의 주전경쟁에 긴장감을 넣어준다면 다가올 2023-2024 시즌 흥국생명의 전력은 더욱 강해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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