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 이름보다 트로이 유적지로 유명한 곳 [가자, 서쪽으로]
[김찬호 기자]
며칠 간의 이스탄불 일정을 마치고 버스 터미널로 향했습니다. 튀르키예는 넓은 국토를 주로 버스를 통해 연결하고 있습니다. 철도 교통은 제한적인 편이죠. 저도 버스를 타고 다음 목적지로 향했습니다.
▲ 이즈니크로 향하는 미니버스 |
ⓒ Widerstand |
트로이는 무엇보다 트로이 목마와 그 목마가 사용된 트로이 전쟁으로 알려져 있죠. 트로이의 왕자 파리스가 스파르타의 왕자 헬레나를 납치한 사건에서부터 시작된 전쟁이었죠. 10여 년간 이어진 전쟁 끝에 그리스는 목마를 남겨두고 퇴각합니다. 트로이는 이 목마를 승전의 상징으로 여기고 성 안으로 들였지만, 목마 안에 숨어있던 그리스군이 습격해 트로이가 멸망했다는 이야기입니다.
▲ 차낙칼레 시내의 트로이 목마 |
ⓒ Widerstand |
트로이의 실체가 확인된 것은 1871년 하인리히 슐리만(Heinrich Schliemann)에 의해서였습니다. 프랭크 캘버트(Frank Calvert)가 이 지역이 트로이일 가능성이 높다고 지목하자, 그와 함께 발굴을 시작한 것입니다. 그렇게 오랜 기간 땅 속에 묻혀 있던 트로이가 세상에 모습을 보였습니다.
하지만 슐리만은 훈련받은 고고학자는 아니었습니다. 단순히 오래된 물건을 좋아하는 호고주의(好古主義)에 가까운 사람이었죠. 당연히 체계적인 발굴이 이루어졌을 리 없습니다. 트로이 유적 안에 있던 여러 유물이 기록도 없이 발굴되고 훼손되었습니다.
▲ 트로이 유적 |
ⓒ Widerstand |
물론 신화가 역사적 사실에 완전히 부합하지는 않았습니다. 트로이 전쟁은 기록된 것만큼 대규모의 전면전은 아니었을 것으로 추정됩니다. 큰 규모의 전쟁 흔적이 발굴 과정에서 확인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 트로이 유적 |
ⓒ Widerstand |
겔리볼루의 옛 이름은 갈리폴리(Gallipoli)입니다. 이곳은 1915년, 세계 1차대전 과정에서 '갈리폴리 전투'가 벌어진 곳입니다. 당시 영국과 프랑스는 다르다넬스 해협을 장악하고 이스탄불로 진격하고자 했습니다. 오스만 제국군은 이를 막아내야 했죠.
1차대전에서 결국 패전한 오스만 제국이었지만, 이 전투에서만큼은 오스만 제국군이 큰 활약상을 보였습니다. 영국과 프랑스는 막대한 피해를 입고 상륙 작전을 포기해야 했죠. 특히 영국군과 함께 동원된 호주와 뉴질랜드군이 아주 큰 피해를 입었습니다. 지금까지도 두 나라는 이 전투가 시작된 4월 25일을 안작 데이(ANZAC Day)라는 국가공휴일로 지정하고 있죠.
1차대전 과정에서 주변국 식민지를 대부분 상실한 오스만 제국이었습니다. 하지만 이 전투에서 승리하면서 오스만 제국은 아나톨리아 지역의 본토는 수호할 수 있었죠.
▲ 다르다넬스 해협 |
ⓒ Widerstand |
굳이 먼 유적까지 찾아가지 않더라도, 차낙칼레 시내에는 트로이 유적에 관한 조형물을 많이 찾아볼 수 있습니다. 그와 동시에 갈리폴리 전투를 기념하는 박물관이나 전시관도 여럿 볼 수 있었죠. 과거와 현재가 교차하는 공간입니다.
트로이 전쟁과 갈리폴리 전투. 고대 그리스 문화권과 현대 튀르키예 공화국. 각자의 색이 짙은 두 문명은 차낙칼레라는 도시에서 만나고 있었습니다. 무너진 고대 그리스의 도시 위로 흩날리는 붉은 튀르키예의 국기. 어쩌면 이곳이야말로 아나톨리아라는 땅, 튀르키예라는 국가의 정체성을 상징하는 곳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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