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디or보기]토너먼트 코스 세팅, 속임수는 안된다

정대균 2023. 7. 6. 08: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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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는 10월 LPGA투어 BMW레이디스 챔피언십 개최를 위해 3개월여에 걸쳐 대대적인 리뉴얼을 단행한 경기도 파주시 서원힐스CC 사우스코스 5번홀 전경. '호랑이 발톱'으로 불리는 벙커가 달라진 코스 면모를 엿보게 한다. 서원밸리CC

토너먼트 코스 세팅에 대한 말들이 많다. 의견은 크게 두 부류로 나뉜다. 코스를 쉽게 세팅해 선수들의 스코어가 잘나오게 해야한다는 쪽과 반대로 어렵게 만든 코스에서의 플레이 경험이 많아야 국제 무대에서 경쟁력이 생긴다는 견해다.

코스를 너무 어렵게 세팅한다고 비판하는 쪽은 한 발 더 나아가 선수들의 경기력을 저해하고 되레 괴롭히는 경향이 있다고 볼멘소리를 한다. 이에 반해 난도를 높혀야 한다는 쪽은 변별력이 없는 코스 세팅은 스타 선수 배출을 가로 막는다고 주장한다.

코스 세팅은 일반적으로 메이저대회는 어렵고 일반대회는 쉽다는 등식이다. KPGA코리안투어와 KLPGA투어 코스 세팅도 그 범주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고 보면 된다.

토너먼트 코스는 스폰서, 골프장, 협회, 대행사, 경기위원회 등이 참여한 이른바 대회 조직위원회의 협의를 거쳐 세팅이 된다. 가장 기본적 기준은 러프 길이, 페어웨이 폭, 그린 경도와 스피드다.

여기에다 스폰서 의견이 더해진다. 스폰서가 쉽게 세팅해서 ‘버디쇼’ 골프 대회로 가고 싶다거나, 타이트하게 해서 메이저대회 처럼 치르고 싶다는 의사를 표하면 그렇게 가는 게 관례다.

주관사는 부득이한 경우를 제외하곤 스폰서 의중을 반영할 수 밖에 없다. 이 과정에서 골프장의 의견은 큰 비중을 차지하지 않는다. 한 마디로 코스 세팅은 스폰서 의중에 따라 좌지우지된다고 보면 된다.

코스 세팅은 얼마든지 쉽게도, 여렵게도 할 수 있다. 다만 거기에 트리키(tricky·속임수)가 있으면 안된다. 트리키한 코스 세팅은 난이도와 상관없이 선수들을 욕보이는 것이다.

단순히 러프를 길게 하고 핀 위치를 어렵게 하는 세팅은 트리키한 세팅으로 오해 받기에 충분하다. 거기에 질감(Texture), 평탄성(Smoothness), 밀도(Density), 견고함(Firmness), 습도(Humidity) 등이 가미돼야 한다.

LPGA투어의 의사를 적극 반영해 대대적인 리뉴얼을 단행, 국제적인 토너먼트 거듭난 경기도 파주시 서원힐스CC. 서원밸리CC

그것은 일시적 코스 관리로는 불가능하다. 이른바 ‘준비된 토너먼트 코스’는 오랜 시간에 걸쳐 철저하게 관리돼야 탄생할 수 있다. 단순히 코스 사용료를 받고 코스를 빌려 주는 것만으로는 선수들의 기량을 최대치로 끌어내는 게 불가능하다.

그런 점에서 대보그룹(회장 최등규)이 운영하는 경기도 파주시 소재 회원제 서원밸리CC와 비회원제 서원힐스CC는 국내 토너먼트 코스의 새로운 패러다임으로 전혀 손색이 없다. 시기를 불문하고 최상의 코스 컨디션을 자랑하기 때문이다.

그 중 서원밸리CC는 KPGA코리안투어 LG시그니처 플레이어스 챔피언십과 KLPGA투어 대보 하우스디 오픈을 통해 출전 선수들로 부터 ‘토너먼트 코스의 정석’이라는 극찬을 받았다. 속임수가 없는 정직한 코스라는 게 호평 이유다.

한술 더떠 서원힐스CC는 국제적인 토너먼트 코스로 거듭나게 됐다. 오는 10월19일부터 나흘간 미국여자프로골프(LPGA)투어 BMW 레이디스 챔피언십이 열리기 때문이다.

흥미로운 것은 단순히 코스를 빌려주는 것에 그치지 않고 아예 코스 리뉴얼을 단행한 것이다. 최등규 회장의 “아낌없이 지원하라”는 말 한 마디에 세계적인 코스 설계자인 데이비드 데일(미국)의 도움으로 3개월간의 리뉴얼을 거쳐 새롭게 탄생한 것이다.

리뉴얼 과정에서 골프장의 의사는 전혀 반영되지 않았다고 한다. 의사를 개진할 이유가 전혀 없었기 때문이다. 대신 설계자인 데일과 LPGA투어 코스 디렉터인 존 밀러와 조형사 아담이 거의 상주하다시피 하면서 골프 본연의 가치를 녹여들게 했다고 한다.

대보그룹 최등규회장(오른쪽 두 번째)이 LPGA 코스 디렉터인 존 밀러(오른쪽 세 번째) 등 코스 리뉴얼 관계자들을 격려하고 있다. 서원밸리CC

일단 코스 전체를 바꿨다고 보면 된다. 그 중에서도 가장 두드러진 변화는 총 81개의 벙커를 케이프&베이 벙커 스타일을 도입해 시공했다는 점이다. 이는 벙커 본연의 형태 및 테두리 라인(립스)을 두껍게 하여 시각적으로 음양(그림자) 형태가 잘 표현되게 하는 방식이다.

그렇게 해서 완성된 벙커 형태는 기존에 보던 모습과 전혀 다른 요철이 드러나는 리아스식 해안 같은 모습으로 바뀌었다. 멀리서 보면 영락없이 호랑이가 발톱을 딱 벌리고 있는 형상이다. ‘호랑이의 발톱(Tiger’s Claw)’으로 불리는 이유다.

이렇듯 서원힐스가 코스를 빌려 주는 것에 그치지 않고 막대한 비용을 들어 대대적인 리뉴얼을 단행한 것은 극히 이례적이다. 거기에는 그럴만한 이유가 있었다.

서원밸리CC 이석호 대표는 “대회 실황이 전 세계 170여 개국에 중계된다고 한다. 세계 최정상의 여자 선수들이 기량을 제대로 발휘케 하는 코스 세팅을 하는 건 당연하다”라며 “전략적이고 입체적인 코스를 만들어 선수 뿐만 아니라 모든 골퍼에게 골프 본연의 철학을 전달하고 싶었다”고 코스 리뉴얼 배경을 설명했다.

결론적으로 말해 토너먼트 코스는 선수들이 기량을 최대한 발휘하도록 세팅 되어야 한다. 여기에 이론의 여지는 없을 것이다. 스코어가 잘 나온다고 해서 기량이 좋고, 스코어가 나쁘다고 해서 기량이 떨어지는 건 결코 아니다. 난이도를 적절히 배분해 공정한 경쟁을 유도하는 게 바람직한 방향일 것이다.

정대균 골프선임기자 golf5601@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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