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미랑] 아픔을 나누는 부부가 되세요
대신 앞서 말씀드렸듯이 피 한 방울 섞이지 않은 부부가 나란히 암에 걸리는 경우가 가끔 있습니다. 암에 걸린 배우자를 간병하던 중 갑자기 암 선고를 받거나, 오히려 먼저 암에 걸린 환자보다 더 빨리 하늘나라로 가기도 합니다. 아픈 사람에게 모든 걸 집중하다 보니 정작 본인이 아픈 건 모르는 겁니다. 설령 몸에 이상 징후가 있더라도 ‘암에 걸린 사람도 있는데 좀 참자’하고 견디다가 병을 더 키우는 결과를 낳기도 합니다.
암 환자가 있는 경우, 그 가족까지 보살펴야 하는 이유가 바로 이 때문입니다. 암 환자가 겪는 스트레스 못지않게 배우자의 스트레스도 큽니다. 오늘은 무엇을 먹게 할까, 고통은 어제보다 좀 덜할까, 신경질을 부리지는 않을까, 진료비는 얼마나 나올까 등 간병하는 동안 보호자의 마음은 간신히 가지에 매달려 있는 가랑잎처럼 작은 바람에도 위태롭게 서걱거립니다.
종일 환자를 뒤처리하며 종종걸음을 치다 보니, 체력이 부치고 정신적으로도 압박을 많이 받습니다. 그렇다고 아픈 사람에게 하소연할 수도 없습니다. 대부분 모든 위로는 아픈 사람에게만 가고 보호자의 수고와 봉사에 대해서는 누구 하나 따뜻한 말 한마디 하지 않습니다. 그런 가운데 쌓일 대로 쌓인 스트레스와 불만이 어느 순간 몸을 쓰러뜨립니다.
보호자 관리가 암 환자 관리와 병행돼야 한다는 사실은 의심할 나위가 없습니다. 보호자가 같이 암에 걸리는 것은 불행한 일이긴 하지만, 그 사실을 받아들이는 모습에 따라서 어떨 때는 전혀 다른 결과를 보이기도 합니다.
대학병원에서 근무할 때의 일입니다. 당시 위암에 걸린 할머니 한 분이 있었습니다. 할아버지는 할머니 곁을 떠나지 않고 정성껏 간호했지요. 지금도 대기실에서 혼자 기다리다가 할머니의 진료가 끝나고 나오면 환히 웃으시던 할아버지의 모습이 생생합니다. 할머니의 수술을 제가 직접 했고, 수술한 뒤에도 몇 년이나 더 사셨습니다. 할머니는 치료를 받으러 정기적으로 저를 찾아왔는데 그때마다 늘 할아버지도 같이 만날 수 있었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할아버지가 혼자만 병원에 왔습니다. 그 사이 할머니를 떠나보낸 할아버지는 그제야 몸이 아픈 걸 알게 됐고, 병원에서 검사한 결과 위암 판정을 받은 거였습니다. 그 이후 할아버지는 할머니의 진료를 기다리던 복도에서 혼자 저를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할아버지는 다행히 최악의 상태는 아니었습니다. 수술하는 게 나아 보여 일단 수술 날짜를 잡았지요. 두 분 다 암이 생긴 곳이 위의 아랫부분으로 그 위치가 엇비슷했습니다. 수술 전날 저녁에 저는 할아버지를 찾아갔습니다. 위로하기 위해 갔는데 할아버지는 오히려 저를 격려했습니다.
“아내가 얼마나 아팠는지 경험해 보라고 하나님이 내게 암을 주신 것 같아요. 아내 수술을 잘 하셨으니, 제 수술도 잘 하실 것이라 믿습니다. 저는 이제 얼마 안 살아도 됩니다. 얼른 천국에 가서 아내를 만나고 싶어요.”
할아버지는 할머니와 같은 병을 얻은 걸 오히려 기뻐했습니다. 할머니의 고통을 알 수 있고, 뒤늦게나마 나눌 수 있게 됐다는 겁니다. 저는 그 순간 새로운 것을 알게 됐습니다. 암이 두 분의 사이를 갈라놓은 게 아니라, 생과 사를 넘어 두 사람을 이어주었다는 사실을요.
할아버지는 할머니처럼 수술 경과가 좋았습니다. 그 뒤 저는 그 병원을 떠났기에 할아버지의 소식은 더 이상 알 수 없었지만, 사이좋던 부부는 지금쯤 천국에서 만나 행복할 것입니다.
부부가 무척 사랑하면 아내가 임신했을 때 남편도 함께 입덧하는 경우가 있다고 하지요. 이렇듯 깊이 사랑하는 부부는 아픔도 같이 나누나 봅니다. 암을 똑같이 겪어야 할 필요는 없지만, 아픔을 나누기 위해 서로를 이해하고 상대방의 힘든 마음을 위로해 주세요. 언제나 그렇듯 저 역시 여러분을 축복하고, 사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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