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재 "정부광고 업무 한국언론진흥재단 독점 대행 조항 합헌"
한국언론진흥재단(이하 언론재단)이 정부광고를 독점적으로 대행할 수 있게 한 대통령령 조항이 헌법에 위반되지 않는다는 헌법재판소 판단이 나왔다.
6일 법조계에 따르면 헌재는 정부광고법 시행령 제6조 1항에 대해 한 광고대행업체 법인과 대표이사가 '계약의 자유와 평등권을 침해한다'며 청구한 헌법소원 사건에서 재판관 8(기각)대 1(인용)의 의견으로 기각 결정했다.
청구인들은 정부광고 업무를 반드시 언론재단에 위탁하도록 한 시행령 조항과 그 근거가 된 정부광고법 조항으로 인해 자신들이 정부기관이나 공공법인으로부터 광고 대행 업무를 직접 수주하지 못하고, 언론재단을 통해서만 수주할 수 있게 돼 기본권을 침해받았다고 주장하며 헌법소원을 냈다.
청구인들은 문화체육관광부장관이 필요하다고 인정하는 경우 정부광고 업무를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기관이나 단체에 위탁할 수 있도록 정한 정부광고법 제10조 1항도 문제삼았다.
하지만 헌재는 헌법소원 청구 요건인 '기본권 침해의 직접성'을 갖추지 못했다는 이유로 '각하' 결정했다. 법률 조항에 의해 기본권이 침해되는 것이 아니라, 법률 조항의 위임에 따른 시행령 조항에 의해 비로소 기본권이 침해된다는 이유였다.
헌재는 "해당 조항은 정부광고 업무의 위탁을 받는 기관이나 단체를 대통령령으로 정하도록 위임하고 있는 조항일 뿐"이라며 "청구인들이 주장하는 기본권 침해는 이 사건 시행령 조항에 의해 비로소 발생하는 것이지 이 사건 법률조항에 의해 곧바로 발생하는 것이 아니다"라고 밝혔다.
헌재가 본격적으로 위헌성을 판단한 조항은 '문화체육부장관은 법 제10조 1항에 따라 정부광고 업무를 신문 등의 진흥에 관한 법률 제29조에 따른 한국언론진흥재단에 위탁한다'고 정한 정부광고법 시행령 제6조 1항이다.
청구인들은 해당 시행령 조항이 자신들의 계약의 자유와 평등권을 침해하고 대한민국의 경제질서에 관해 규정한 헌법 제119조에도 반한다고 주장했지만, 헌재는 직업수행의 자유가 가장 밀접하게 관련돼 있다고 보고 직업수행의 자유 침해 여부만을 판단했다.
그리고 헌재는 정부광고 대행 업무를 언론재단에만 위탁하도록 한 시행령 조항이 목적의 정당성, 수단의 적합성, 침해의 최소성, 법익 균형성 등 기본권 침해 판단의 기준이 되는 과잉금지의 원칙에 반하지 않는다고 결론 내렸다.
먼저 헌재는 "이 사건 시행령 조항은 정부광고의 업무 집행을 일원화함으로써 정부광고 업무의 공공성과 투명성, 효율성을 도모해 궁극적으로는 정부광고의 전반적인 질적 향상을 이루고자 하는 것으로 위와 같은 입법목적은 정당하다. 그리고 언론재단이라는 단일한 준정부기관에 정부광고 업무를 위탁하는 것은 위와 같은 입법목적을 달성하기 위한 적합한 수단이다"라고 밝혔다.
헌재는 기본권 침해의 최소성도 충족한다고 봤다.
헌재는 "정부광고는 대국민 소통의 창구로서 국민들의 정책 이해도 및 호응도를 높여 국정 수행의 효과를 증진시키는 공적 기능을 수행한다"라며 "이러한 정부광고의 대국민 정책소통 효과를 높이기 위해서는 정부광고의 기획부터 집행에 이르는 과정을 통합적으로 관리해 정책 홍보의 일관성을 유지할 필요가 있으므로 정부광고 업무를 단일 기관에 위탁할 필요성이 인정된다"고 지적했다.
이어 "정부광고 업무를 전담해 수행할 기관을 두지 않을 경우 광고사업자들 사이에 과다한 광고 유치 경쟁이 벌어져 정부광고 거래질서가 지금보다 혼란스러워질 수 있다"며 "이에 이 사건 시행령 조항은 준정부기관인 언론재단에 정부광고 업무를 일괄적으로 위탁해 위와 같은 과다한 광고 유치 경쟁 그에 따른 비리나 각종 부정행위 등을 방지함으로써 정부광고 거래질서를 공정하게 유지하고자 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헌재는 일반 상업광고와는 다른 특성을 지닌 정부광고의 특수성을 고려할 때 정부광고를 언론재단이 독점적으로 대행하게 한 것이 불합리하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헌재는 "정부광고는 법적 의무에 따른 공고 안내 등을 하거나 정부기관등의 정책, 법규 행정서비스 등을 홍보해 국민들의 이해, 협력, 지지를 구하거나 그 밖의 공공의 이익을 위한 목적 등에서 시행하는 광고로서 이윤 추구를 목적으로 하는 민간의 상업적 광고와는 다른 특성을 갖는다"고 전제했다.
헌재는 "또한 정부광고는 그 대부분이 간단한 형식의 공고성 광고로서 소액광고들인 반면 광고주에 해당하는 정부기관등의 수는 매우 많아 규모가 큰 일부의 광고를 제외하고는 수익성 부족을 이유로 민간 광고사업자들이 그 대행을 꺼리는 경우가 많다"라며 "따라서 정부광고 대행 업무를 민간에 전면 개방할 경우 민간 광고사업자들이 수익성을 기대할 수 있는 고액 정부광고만을 대행하려고 하고, 나머지 대부분의 정부광고들은 대행기관을 찾지 못할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그렇다고 고액 정부광고는 민간 광고사업자들에게 개방하고 나머지 정부광고만을 전담하는 공조직을 운영하는 것은 비용 대비 효율 측면에서 무리가 있다"고 덧붙였다.
또 헌재는 "정부광고는 국민의 세금을 재원으로 하는 각 정부기관등의 예산을 통해 그 광고료가 지급되므로 광고료의 효율적인 집행이 매우 중요하다"며 "정부광고와 관련한 충분한 예산 확보가 어렵고 예산집행 절차의 유연성이 부족한 현실을 감안하면 민간 광고사업자가 정부광고를 직접 대행할 경우 예산이 부족한 정부기관 등은 홍보 효과가 높은 매체에 광고를 시행하는 것이 매우 어렵게 될 수도 있다"고 밝혔다.
이어 "이에 이 사건 시행령 조항은 단일한 공적 기관이 규모의 경제를 통해 협상력을 갖고 정부광고 업무를 신속하고 효율적으로 처리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라고 밝혔다.
이 밖에도 헌재는 언론재단이 ▲오랜 기간 정부광고 위탁업무를 수행하면서 정부광고에 특화된 경험을 가진 전문인력과 시스템을 갖추고 있는 점 ▲광고대행사에 비해 낮은 수수료율(광고료의 10%)을 적용하고 있는 점 ▲언론재단이 받는 정부광고 수수료가 언론진흥과 방송·광고 진흥을 위한 지원, 언론진흥기금에 대한 출연 등 공익 목적에 전액 사용되고 있는 점 등을 근거로 언론재단에 정부광고 업무를 위탁한 것이 불합리하다고 보기 어렵다고 밝혔다.
이와 같은 이유로 헌재는 "이 사건 시행령 조항보다 청구인들의 기본권을 덜 제한하면서 그와 동등하게 입법목적을 달성할 수 있는 다른 수단을 상정하기 어려우므로, 이 사건 시행령 조항은 침해의 최소성 요건을 충족한다"고 봤다.
마지막으로 법익 균형성과 관련 헌재는 "정부광고가 전체 국내 광고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크지 않고, 정부기관등을 제외한 나머지 광고주들이 의뢰하는 광고는 이 사건 시행령 조항의 적용을 받지 않으므로, 이 사건 시행령 조항으로 인한 기본권 제한의 정도는 제한적이고, 민간 광고사업자들이 경우에 따라 언론재단을 통해 정부광고에 참여할 수 있는 길은 열려 있다"라며 "그렇다면 이 사건 시행령 조항으로 인해 청구인들이 입는 불이익이 이 사건 시행령 조항이 추구하는 공익에 비해 크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다만 이영진 재판관은 "시장경제 질서에 비춰 볼 때 독점 체제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헌법적 정당성을 갖기 어렵다"며 "시행령 조항은 과잉금지 원칙에 위배돼 청구인의 직업수행의 자유를 침해한다"고 반대의견을 냈다.
이번 결정은 헌재가 정부광고 업무를 언론재단에 위탁하도록 한 정부광고법 시행령 조항의 위헌 여부를 판단한 최초의 결정이다.
앞서 헌재는 2008년 한국방송광고공사와 이로부터 출자를 받은 회사가 아니면 지상파방송사업자에 대해 방송광고 판매대행을 할 수 없도록 규정하고 있던 당시 방송법 및 방송법시행령 조항이 방송광고판매대행업자의 직업수행의 자유와 평등권을 침해한다는 이유로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린 바 있다.
헌재 관계자는 "2008년 사례는 지상파방송의 광고 '판매대행'과 관련된 사건이었고, 이번 사건은 매체사의 광고 '판매대행'이 아닌, 광고주인 정부기관등의 광고 '구매대행'과 관련된 사건이라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고 말했다.
최석진 법조전문기자 csj0404@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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