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TT 내비게이션➀] ‘21세기 알랭 들롱’ 주드 로의 연출작 ‘Do Not Disturb’

홍종선 2023. 7. 6. 08:08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지천명 배우의 연출작, 그 특별한 경험
기막힌 반전으로 ‘출입금지’의 포문을 여는 에피소드1 ‘수면방해’ ⓒ 이하 웨이브 홈페이지 화면 갈무리

새롭게 시작하는 코너 [OTT 내비게이션]은 OTT(Over The Top)라 불리는 인터넷TV 세상, 망망대해로 느껴질 만큼 다양한 장르의 수많은 작품이 서비스되고 있는 그곳에서 ‘무엇을 볼까’에 대해 힌트를 드리고 싶은 의도에서 출발합니다. 길을 잃기 쉬운 OTT 세계에서 쓸 말한 ‘내비게이션’이 된다면 좋겠습니다.

영화를 보노라면 그 감독의 머릿속에 들어가 여행하는 느낌이 들 때가 있다. 감독의 의식, 무의식의 세계에 초대된 느낌이랄까.

최근 그러한 느낌을 강하게 받은 작품은 wavve(웨이브)에서 독점 공개한 ‘출입금지’이다. 호텔 등 숙박업소에 들어갔을 때, 누구의 방해도 받고 싶지 않을 때 내거는 푯말 ‘Do Not Disturb’가 9부작 드라마의 타이틀로 달렸다.

아무도 들어오지 못하게 한 그 방안, 투숙객의 은밀하거나 민감하거나 두렵거나 치명적인 사생활이 굳게 잠겨진 문 뒤에 감춰진 그곳에서는 무슨 일이 벌어지는 걸까. 상당히 자극적일 수 있는 공간에서, 일반적이라고 할 수 없으나 누군가에게 얼마든지 일어날 수도 있는 9가지 이야기가 펼쳐진다. 소재와 접근 방식에 따라 장르도, 색감도, 냄새도 다른 작품들이 탄생했다.

혀를 내두르르게 하는 반전. 여섯 번째 이야기 ‘치실’ ⓒ

7~8분짜리 단편이라고는 믿어지지 않는 만족감, 한 편을 보면 멈출 수 없이 그다음 편으로 이끄는 인력(引力)의 매력. 우리에게 낯익은 배우가 아닌 이들이 등장하다 보니 이야기는 더욱 사실감 있게 다가오고 그 결과 몰입도가 한층 커진다.

마치 하나의 작품이 갖춰야 할 미덕 요소를 9개의 작품으로 나눠 보여준 듯한 구성 속에서. 때로는 성적이고 때로는 정치적인 이야기가 때로는 개인적 차원 때로는 사회적 측면에서 다뤄진다. 단순히 호텔 룸 안에서 펼쳐지는 이야기들의 의미 없는 나열도 아니고, 그저 최고의 재미와 쾌락만을 향해 달려가지 않는다는 얘기다.

사실 감독이 누구건, 누군지 알든 모르든 충분히 흥미로운 ‘출입금지’인데. 사람이란 게 묘해서 감독이 누군지 알고 시작하니, 모르는 사람의 의식과 무의식을 막연히 구경할 때보다 훨씬 더 짜릿한 체험으로 다가온다. 세계적으로 유명한 것일 뿐인데, 마치 내가 아는 이의 내면을 들여다보는 특별한 기회처럼 느껴진달까.

배우 주드 로 ⓒ 영화 ‘나를 책임져, 알피’ 스틸컷

감독은 바로 조각 미남 주드 로다. 맞다, 3편까지 나온 영화 ‘셜록 홈즈’에서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 표 홈즈와 콤비를 이룬 존 왓슨 박사 역의 배우다. 영화 ‘가타카’에서 주인공 빈센트 프리맨(에단 호크 분)에게 뛰어난 유전자를 제공했던 제롬 유진 머로우, ‘리플리’에서 리플리(맷 데이먼 분)에게 끝없는 굴육을 주는 망나니 재벌 2세 딕키, ‘나를 책임져, 알피’에서 치명적 매력으로 뭇 여성을 울린 바람둥이 알피, ‘로맨틱 홀리데이’에서 미국 LA에서 날아온 ‘연애 백치’ 아만다(카메론 디아즈 분)의 마음을 설레게 한 영국 시골의 순수남 그레엄, ‘그랜드 부다페스트 호텔’에서 호텔 지배인으로부터 오래전 이야기를 듣고 질문하는 형식으로 우리를 ‘환상의 세계’로 안내하는 젊은 작가를 연기했다.

대략의 출연작들에서도 느껴지듯 배우 주드 로는 꽤나 다양한 장르의 영화에 출연했고, 예술영화에도 출연했고, 할리우드에도 성공적으로 진출했다. 영국 배우로 한정되지 않고 세계적 배우로 인식될 만큼 글로벌 인지도도 높다. 생각해 보면 연기력도 꽤나 좋다.

그런데, 그 스타성과 연기력에 비해 강렬한 인상으로 남아 있지 않다. 왜일까. 개인적 의견이라는 전제하에, 몇 가지 이유를 꼽아 본다. 먼저, 그는 작품이 원하는 역할을 하고, 필요로 하는 만큼을 연기한다. 사실 높이 평가받아야 할 덕목인데, 맥락에서 튀어 오를 만큼 힘주어 연기하지 않으면 나를 빛내기보다 작품에 공헌한 가치가 잊히는 경우들이 있다. 또, 잘생긴 배우들은 상대적으로 연기파 배우로 인식되는 데에 불리한 측면이 있다. 연기보다 외모가 먼저 들어오고 크게 보인다. ‘21세기 알랭 들롱’ 주드 로도 마찬가지다.

유독, 배우 알랭 들롱을 연상시키는 모습 ⓒ 영화 ‘디올 옴므 랑콩트르’ 스틸컷

그 결과, 언제나 일정한 거리감이 느껴지곤 하던 배우 주드 로였는데. 지천명의 나이(50)에 이르러 내놓은 연출 데뷔작을 보노라니, 역설적이지만 수십 편의 영화를 봤던 것보다 한층 가까워진 느낌이다. 주드 로가 세상을 보는 관점, 이야기를 전개하는 방식, 그가 보여주는 색과 소리가 담긴 8부작을 통해 ‘마음의 거리’가 성큼 줄어든 느낌이랄까.

배우가 작품을 연출하는 감독이 되는 배경에는 저마다의 사연과 이유가 있을 텐데, 관객으로서는 ‘조금은 더’ 직접적으로 배우의 내면을 만나는 기회처럼 느껴진다. 주드 로의 경우 그 첫 만남이 꽤 깊고 다채로운 대화로 다가온다.

신선한 소재와 이색적 접근 방식의 작품을 원한 당신이라면, 심적 부담 주지 않는 짧은 호흡의 작품을 원했던 당신이라면, 배우 주드 로의 좋아해서 좀 더 알고 싶은 호기심을 지닌 당신이라면, 배우의 연출작에 흥미를 느끼는 당신이라면 ‘주저 없이’ 클릭하자. ‘출입금지’(Do Not Disturb)는 웨이브에 있다.

Copyright © 데일리안.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