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취율 1위 방송이 사라지는 비극적 결말, 견딜 수 없다

송지연 2023. 7. 6. 06: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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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셋 TBS①] 서울시민 2만5000명이 '주민조례안'에 서명하면, TBS를 살릴 수 있다

정치권력이 '돈줄'로 언론을 옥죄고 있다. 서울시와 서울시의회 국민의힘 의원들은 2022년 TBS 지원을 중단하는 조례를 일방적으로 통과시켰다. 제작 마비 상황에 직면한 수도권 유일의 공영방송 TBS는 새로운 조례가 없으면 2023년 말 문을 닫을 위기에 처해 있다. 시민의 소중한 미디어 자산인 TBS를 이렇게 빼앗길 순 없다. 민주언론시민연합 제안으로 언론단체, 마을미디어, 5개 야당 서울시당 등이 모여 제대로 된 공영방송 TBS를 만들기 위한 '주민조례발안운동'을 시작했다. 오는 9월 26일까지 2만 5천 명의 서울시민 서명을 받는 게 1차 목표다. 권력에 빼앗긴 TBS를 주민조례를 통해 시민이 직접 되찾자는 '리셋 TBS', 그 이야기를 하나하나 꺼내 보려 한다. <기자말>

[송지연]

 2022년 11월 15일 오후 서울시의회 본회의장 앞에서 TBS 구성원들이 TBS 조례 폐지안 철회를 촉구하는 피켓을 들어 보이고 있다.
ⓒ 민주언론시민연합
 
'이 소설의 끝을 다시 써보려 해'

2014년에 발매된 어느 가수의 노래 제목이다. 가사의 주인공은 사랑하는 연인과의 이별이 너무 아파서 그 사랑의 마지막 장면부터 기억을 반대로 넘기며 처음으로 돌아가려는 시도를 한다. 그것이 가능하지 않다는 것을 알면서도.

나 역시도 2022년 11월 15일 이전으로 시계를 거꾸로 돌리고 싶다는 생각을 하곤 한다. 그날 이후로 TBS의 운명과 함께 나의 운명도 완전히 달라졌으니까. TBS가 정치적 소용돌이에 휘말리면서 어느 날 내가 기획한 모든 프로그램이 사라졌다. 우리를 그토록 사랑했던 시민들도 모두 자취를 감췄다.

1년 전의 나라면 도저히 견딜 수 없는 모든 최악의 시나리오가 눈앞에 펼쳐졌다. TBS 사태는 한때 라디오 청취율 1위를 달린 지상파 방송이 정치권에 의해 한순간 문을 닫는 사상 초유의 비극적 결말을 향해 치닫고 있다. 그리고 나는 팔자에도 없는 언론노조 지부장이 되어 이 모든 풍파를 온몸으로 맞고 있다.   

'폐지조례안'이란 듣도 보도 못한 녀석의 등장
 
 2022년 11월 15일 오후 서울시의회 본회의장 앞에서 TBS 지원폐지조례안 강행처리를 규탄하는 긴급 기자회견이 열렸다.
ⓒ 민주언론시민연합
 
TBS는 서울시 출연기관으로 과거 서울시장이 누가 되느냐에 따라 많은 부침을 겪어왔다. 그 부침은 윗선이 바뀌고 진행자가 교체되는 정도의 수준이었다. 오세훈 서울시장이 보궐선거에 당선되고 TBS를 교육방송으로 만든다고 할 때에도 지금과 같은 종류의 풍파를 겪으리라고는 누구도 예상치 못했다.

지난해 12대 서울시의회가 출범하고 단 며칠 만에 'TBS 지원 폐지조례안'이라는 보도 듣도 못한 녀석이 등장했다. TBS폐지조례안은 쉽게 말해 재단법인으로 독립한 TBS가 서울시에 예산을 받는 근거였던 'TBS지원조례안'을 없애는 조례안이다.

그들은 영악했고 우리는 안일했다. 아뿔싸... TBS를 없애는 가장 손쉬운 방법이 등잔 밑에 있었다. 지난 32년 간 이어졌던 TBS의 노력이 조례안 단 두 줄로 허망하게 사라질 위기에 놓였다.

폐지조례안이 발효되는 2024년 1월 1일이면 서울시는 TBS에 예산을 지원할 아무런 책임이 없어진다. 아직 상업광고가 허용되지 않은데다 김어준의 뉴스공장, 신장식의 신장개업과 같은 킬러콘텐츠가 예산 삭감에 의해 폐지되고 최근 추가 예산까지 받지 못하면서 TBS는 그야말로 고립무원, 고사 직전이다.

하지만 방법이 없는 것은 아니다. 새 조례안을 통해 TBS가 다시 일어설 가능성이 남아 있다. 이것이 바로 시민들이 직접 만든 이른바 'TBS 주민조례안'이다.

강경한 서울시와 서울시의회 앞에서 우리가 유일하게 잡을 수 있는 희망의 끈. 2만 5000명의 서울시민들이 서명을 한다면 주민조례안은 발의된다. 전 서울인구의 1%인 8만 여 명의 시민들이 움직인다면 어쩌면 TBS는 시민들을 통해 제자리를 찾을 수 있다.

언론 자유 흔들릴 때 바로 세운 것은 시민

TBS 주민조례안은 기존 조례를 단순히 복원하는 것을 넘어 한층 진일보했다. 시민참여와 공적 재원을 바탕으로 TBS를 정치 외풍에 좌우되지 않는 공영방송으로 바로세우기 위한 방안이 두루 담겼다. 특히 서울시장이 방송 내용을 문제 삼아 예산삭감 등 사실상의 편성권 침해를 하지 못하도록 TBS의 독립성과 자율성을 보장하는 책임이 서울시장에게 있다는 점을 명확히 했다.

언론의 자유가 흔들릴 때 이를 바로 세운 것은 늘 시민이었다. 1974년 동아일보의 백지광고를 메운 것도 1988년 한겨레신문을 창간하고 스스로 주주가 된 것도 시민이었다.

지극히 낙관주의자인 나는 여전히 그 힘을 믿는다. TBS 주민조례운동이 그 불씨가 되어 지금 이 비극의 결말을 불태워 주기를. 먹통이 된 TBS에 리셋 버튼을 눌러주기를. 지도자의 선의에 기대지 않고, 시민들의 힘에 다시 세워지는 TBS. 어쩌면 이 소설의 끝이 '너무 아픈 결말'이 되지 않을 수도 있으리라는 희망을 품어본다.

TBS가 제 자리를 찾고 나 역시도 다시 나의 자리를 찾아갈 수 있기를. 그래서 '종이신문을 끊은 그 비용을 TBS에 보탠다'던 어느 시청자에게 다시금 그 빚을 갚을 수 있기를.
 
 TBS를 둘러싼 조례에 대한 타임라인
ⓒ 민주언론시민연합
 
  
 TBS주민조례 서명에 참여할 수 있는 QR코드
ⓒ 민주언론시민연합
 
* TBS주민조례제정추진운동에 함께하는 분들이 적는 글이며, 매주 게재될 예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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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 글쓴이는 언론노조 TBS지부 지부장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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