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獨·中 두루 거친 車디자이너의 조언 "도전하라"
"두려워하지 말고 항상 도전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지난달 영국 벤틀리모터스 본사에서 만난 윤태호 디자이너가 한 말이다. 글로벌 완성차 기업은 물론 대륙을 넘나드는 그의 이력이 눈길을 끌었다. 미국 아트센터 디자인 대학교에서 공부했다. 이후 독일 포츠담 폭스바겐 디자인 센터와 중국 메르세데스-벤츠 선행 디자인팀을 거쳐 재작년 8월부터 벤틀리 익스테리어 디자인 스페셜리스트로 일하고 있다. 아시아, 미국, 유럽 등 지금껏 겪은 문화가 모두 다르다.
각기 다른 문화권을 전전하면서 도전하는 것은 윤 디자이너에게도 큰 부담이었다. '두렵다'고 표현하기도 했다. 그럼에도 자기가 가고 싶은 회사에 가기 위해서는 적극적으로 도전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두려워하지 않는 태도는 업무에 적잖이 도움이 됐다. 다른 성향의 회사에서 일했던 경험을 업무에 적용하면 설명하기도 쉽고 자신도 이해하기 쉽다는 것이다. 그는 "처음 공부할 때 영어도 안됐던 만큼 두려웠고 새로운 곳으로 갈 때마다 문화가 모두 달라 적응하기도 힘들었다"며 "하지만 이게 오히려 사람들에게 말할 수 있는 장점이 된다"고 말했다.
자동차 디자이너에 대한 꿈을 가진 것은 어릴 적 시청했던 TV 드라마 '아스팔트 사나이' 덕분이다. 그는 "자동차 디자이너에 관한 이야기였는데, 당시 내게 강한 충격을 줬다"며 "그렇게 드라마틱한 스토리는 아니지만, 그때부터 자동차 디자이너의 꿈을 가졌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자신에게 가장 큰 영감을 준 디자이너로 이상엽 현대디자인센터장 부사장을 꼽았다. 그는 "한국인 중에서는 이상엽 디자이너가 나의 롤 모델"이라며 "익스테리어 디자이너의 커리어를 캘리포니아의 폭스바겐 디자인 센터 인턴으로 시작했을 당시 첫 상사였고 그(이상엽 부사장)의 디자인과 행적은 항상 나를 놀라게 했고, 영감을 줬다"고 말했다.
벤틀리에 오게 된 건 그의 어린 시절 목표였기 때문이다. 헤리티지도 강하고 디자인적으로도 럭셔리, 스포츠, 모던 등의 단어를 붙여도 위화감이 없는 '매력적인 브랜드'라고 봤다. 특히 1세대 컨티넨탈GT가 큰 영향을 끼쳤다. 그는 "자동차 디자인 공부를 막 시작했을 때 1세대 컨티넨탈GT를 처음 보고 완전히 반했다"며 "이 차량은 자동차 디자인에 대한 내 비전에 큰 영향을 줬다"고 설명했다.
어떻게 보면 꿈을 이룬 그가 벤틀리에서 디자이너로 일하면서 느끼는 가장 큰 장점은 빠른 피드백이라고 한다. 그는 "회사가 크지 않다 보니 보드멤버가 직접 와서 조언도 해주고 피드백도 해주는 등 빠르게 여러 사항을 수정할 수 있다는 점이 가장 큰 장점"이라고 말했다. 이어 "다른 곳에서는 비용 때문에 포기해야 했던 부분도 벤틀리에서는 가능한 만큼 디자이너 입장에서는 좋은 회사"라고 덧붙였다.
최근 마무리된 바투르 프로젝트에 대해서도 설명했다. 바투르는 벤틀리의 주문제작 브랜드 뮬리너의 두 번째 모델로 지난해 처음 공개됐다. 앞서 2020년 처음 선보인 바칼라에 이은 모델로 전 세계에 18대만 내놨다. 오랜 기간 진행하는 자동차 디자인 작업과 달리 빠르게 끝난 점이 특이했다고 한다. 그는 "보통 자동차 디자인 작업이 3~5년이 걸리는 것과는 다르게 1년 내외로 진행됐다"며 "소량 생산이고 기본 베이스가 컨티넨탈GT였던 만큼 개입할 여지가 적었다"고 강조했다.
현재 집중하고 있는 것은 전기차다. 벤틀리는 2025년 첫 전기차를 공개하고 2026년부터 판매에 나설 예정이다. 회사 차원에서도 전기차는 ‘도전’이라고 그는 표현했다. 윤씨는 "새롭게 나올 전기차는 사람들이 놀랄 정도의 디자인일 것"이라며 "벤틀리 바투르를 보면 전기차에 대한 힌트를 얻을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벤틀리에서 시간이 지나도 사랑받는 차량을 만들고 싶다고 설명한다. 그는 "다른 차들은 20년이 지나면 폐차되지만 모든 벤틀리 차량은 20년이 지나면 클래식이 된다"고 말했다. 이어 "개인적으로는 가장 벤틀리다우면서도 한 번도 본 적 없는 디자인을 완성해보고 싶다"며 "다음 20년을 위한 새로운 클래식을 디자인하는 것이 꿈"이라고 설명했다.
마지막으로 젊은 디자이너들에게 영감을 줄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다는 목표를 내세웠다. 윤씨는 "최고의 차를 디자인하는 게 목표"라며 "최고의 자동차 회사 가운데 하나인 벤틀리에서의 커리어를 시작하면서 그 목표에 더 다가섰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훗날 젊은 디자이너들과 학생들에게 큰 영감을 줄 수 있는 디자이너가 되고 싶다"고 덧붙였다.
크루=유현석 기자 guspower@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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