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톡스 둘러싼 식약처·업계 첨예한 대립… ‘간접 수출’ 뭐길래
국내 무역상 통한 ‘간접 수출’ 두고 정부·업계 이견
6일 메디톡스 행정소송 판결…‘소송 진행’ 업체 촉각
보툴리눔 톡신(일명 보톡스)를 두고 정부와 제약업계가 첨예한 대립을 이어가고 있다. 국내 무역업체를 이용한 ‘간접 수출’ 방식을 국내 판매로 보는 게 합당한지 여부가 관건이다. 서로 다른 법리 해석을 주장하는 가운데 오는 6일 관련 첫 행정소송 판결이 누구의 손을 들어줄 지 관심을 모은다.
지난 4일 식품의약품안전처는 휴온스바이오파마의 ‘리즈톡스주 100단위’에 대한 품목허가를 취소했다. 식약처는 해당 품목이 수출 전용 의약품인 상태에서 과거 국내 판매 허가 없이 판매된 사실을 함께 확인했다며 제조 업무정지 6개월 처분도 내렸다.
식약처는 약사법 제53조 제1항을 위반했다고 지적했다. 국가 출하승인을 받지 않은 의약품을 판매했으며 한글표시 기재 의무도 지키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보툴리눔 톡신은 보건위생상 특별한 주의가 필요한 생물학적 제제로 국내에 판매하기 전 식약처로부터 국가 출하승인을 받아야 한다. 반면 수출 전용 의약품은 수입자가 요청한 사양서를 근거로 수출에 한해 제조 허가를 받은 의약품을 말한다. 이 같은 경우 국가 출하승인이 필요없다.
휴온스바이오파마는 그간 간접 수출로 수출 전용 의약품 허가를 받은 보톡스를 판매해왔다. 간접 수출은 국내 무역업체 또는 무역상을 통해 해외에 판매하는 방식을 말한다. 휴온스바이오파마 측은 “간접 수출은 1992년부터 대외무역 관리 규정이 인정하는 무역 방식으로, 명백한 수출이다. 무역협회, 관세청 등도 수출 실적으로 인정한 부분”이라며 식약처의 조치에 대해 법적으로 대응할 것이라고 전했다.
식약처 입장은 다르다. 국내 중개업자에 의약품을 수여하는 방식이 아닌, 돈을 주고 판매함으로써 소유권을 중개업자에게 넘겼기 때문에 엄연히 국내에서 판매한 게 맞다는 것이다. 따라서 국가 출하승인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수출용 보톡스 제품의 간접 수출에 대한 정부 제재는 지난 2020년부터 이어져왔다. 메디톡스, 휴젤, 파마리서치, 한국비엔씨, 제테마, 한국비엠아이 등이 유사한 사례로 식약처로부터 품목허가 취소 처분을 받았다. 해당 제약사들은 정부를 상대로 행정 소송을 걸고 허가 취소에 대한 집행 정지, 처분 취소를 요구하고 있다.
“유독 보톡스 제품만” vs “판결 보고 검토”
제약사들은 과거에도 간접 수출을 통한 해외 매출 확보에 주력해왔다. 직접 수출할 경우 해외 진입 과정에서 규제 문턱이 높아 영세한 중소기업들은 전개가 쉽지 않다. 이에 해외 판매 루트를 잘 알고 있는 무역업체에 공급한 뒤 해외로 넘기는 방식을 택한 것이다. 다수 제약사들이 보톡스 제품 외 전문 의약품들을 간접 수출로 판매하고 있다.
제약사들은 식약처가 유독 보톡스 제품을 놓고 국가 출하승인을 요구한다며 의구심을 드러낸다. 식약처는 구체적인 입장을 보이지 않았지만 업계 내에선 여러 분석이 뒤섞인다.
첫 처분 조치를 받은 메디톡스 사례가 간접 수출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을 심었다는 목소리가 있다. 지난 2020년 보톡스 개발업체 메디톡스가 제품 허가 취소 처분을 받을 당시 무허가 보톡스 중국 밀수출, 서류 조작 등의 의혹이 일었고, 검찰이나 식약처는 간접 수출이 불법 수출 통로가 될 수 있다고 판단했다. 이후 간접 수출을 하는 업체들이 하나둘 허가 취소 처분을 받기 시작했다.
일각에선 무역상을 통해 판매한 수출용 의약품이 국내 의원으로 흘러들어갈 가능성을 식약처가 염두에 뒀다는 주장도 나온다. 소유권이 무역상에 있어 국내 의원급에 넘겨도 알아차리기 어렵다는 식약처의 지적이 있었다는 것이다.
업계 관계자 A씨는 “무역상이 해외가 아닌 국내에 제품을 풀어낼 가능성이 있다는데, 말이 안 된다”며 “의약품 자체가 외국어로 포장돼 있어 한 번에 알아볼 수 있고, 무엇보다 해외 판매용 가격이 국내 제품보다 2~3배 높다. 국내 의원들이 손해를 보면서 쓸 일이 없다”고 말했다. 이어 “업계는 수출용 보톡스가 국내에 유통된 근거가 있으면 인정하겠다고 식약처에 밝혔지만, 식약처는 아무것도 내놓지 못했다”고 덧붙였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 B씨도 “식약처 가이드라인에 따르지 않고 의약품을 판매할 수 있는 기업은 없다. 지난해 보건복지부가 간접 수출을 합법으로 판단했다는 유권 해석도 있다”라며 “보톡스 업체가 간접 수출을 해서 모두 허가 취소를 받는다면 국산 보톡스 시장에 위기가 올 수 있다. 간접 수출을 하는 다른 전문 의약품에도 영향을 끼칠 것”이라고 우려했다.
한편, 대전지방법원은 보톡스 간접 수출로 품목허가 취소 처분을 받은 메디톡스에 대한 행정소송 1심 최종 선고를 오는 6일 내릴 계획이다. 식약처 관계자는 “이번 판결 내용을 살펴보고, 필요 시 간접 수출 등에 대한 후속 조치를 검토할 예정”이라고 답했다.
박선혜 기자 betough@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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