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만보]우리 근현대사를 한숨에 느끼는 길…충정로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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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 - 지하철은 누구나 쉽게 접근하고 안전하게 이동할 수 있는 교통수단인 동시에 하루만보의 중요 포인트이기도 합니다.
지하철역 주변의 걷기 좋은 곳을 소개합니다.
이곳 역시 이 일대를 공공주택으로 만드는 계획이 계속 언급되고 있어 곧 철거될 가능성이 있는 만큼 아직 건물이 있을 때 찾아가 보는 걸 추천한다.
조선시대 이곳에 참형지가 마련돼 있어 1800년대 여러 차례 박해를 거치면서 100여명이 넘는 천주교 신자들이 순교한 곳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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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 - 지하철은 누구나 쉽게 접근하고 안전하게 이동할 수 있는 교통수단인 동시에 하루만보의 중요 포인트이기도 합니다. 지하철역 주변의 걷기 좋은 곳을 소개합니다.
오늘의 코스는 충정로역 일대다. 충정로는 구한말 애국지사인 충정공 민영환 선생의 시호에서 따온 이름이다. 그 이름만큼 구한말부터 우리 근현대사와 관련한 다양한 흔적들이 남아있는 곳이기도 하다.
충정로역 9번 출구를 나서 길을 따라 걸으면 초록색 낡은 건물이 보인다. 다소 특이해 보이는 이 건물은 1930년대 지어진 것으로 알려진 국내 최고령 아파트 충정아파트다. 철근 콘크리트로 지어진 국내 최초의 아파트로 중정식 정원 형태로 지어진 고전적 아파트 양식을 갖추고 있다. 하지만 지난달 서울시 도시계획위원회에서 이 건물을 철거하고 지하 5층~지상 28층의 공동주택을 건설하기로 한 만큼 건물이 없어지기 전에 찾아가 보는 걸 추천한다. 다만 사람들이 사는 곳인 만큼 건물 내부로 들어가지는 않는 게 좋다.
다음으로 찾아갈 곳도 아파트다. 서소문아파트는 1971년 지어진 우리나라에서 가장 오래된 주상복합아파트다. 과거 하천이 흘렀던 곳을 복개해 지은 아파트로 물길의 흔적을 따라 건물이 곡선형으로 휘어져 있는 특이한 형태를 갖추고 있다. 이곳 역시 이 일대를 공공주택으로 만드는 계획이 계속 언급되고 있어 곧 철거될 가능성이 있는 만큼 아직 건물이 있을 때 찾아가 보는 걸 추천한다.
다음으로 서소문역사공원은 서소문성지역사박물관이 있는 국내 최대의 천주교 순교 성지다. 조선시대 이곳에 참형지가 마련돼 있어 1800년대 여러 차례 박해를 거치면서 100여명이 넘는 천주교 신자들이 순교한 곳이다. 이후 교황청에서 1984년 김대건 안드레아 신부 등 103위 순교자를 성인의 반열에 올리고, 2014년에는 윤지충 바오로 등 124위 순교자를 복자의 반열에 올리면서 이곳에서 순교한 이들 중 44명이 성인, 27명이 복자로 지정돼 최다 성인·복자를 배출한 한국 최대의 순교성지가 됐다. 이후 2019년 이곳을 새롭게 꾸며 역사공원과 역사박물관이 새롭게 문을 열었다.
중림동 약현성당은 1892년 한국 최초의 서양식 천주교 성당이다. 오랜 박해 끝에 1886년 한불조약으로 포교 활동이 공인되면서 서소문 성지와 가까운 이곳에 성당 건립이 추진됐다. 약현이라는 말은 부근의 약재가 거래되던 언덕의 이름에서 따왔다. 로마네스크양식과 고딕양식이 동시에 나타나며 건축사적으로 의의가 깊어 사적 252호로 지정되기도 했다.
오늘의 도착지는 손기정 체육공원이다. 일제 강점기인 1936년 베를린올림픽 마라톤에서 금메달을 딴 국내 최초의 올림픽 금메달리스트 손기정 선수를 기념하는 공간이다. 기념관과 광장, 산책로 등 각종 체육시설이 있는 근린공원으로 운영돼오다가 2020년 러닝 트랙이 새로 깔리고 러닝센터를 조성하는 등 체육적 성격을 강화해 새롭게 단장해 오픈했다.
이춘희 기자 spring@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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