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전기차 500만대분 '모터' 강판 생산 준비 끝…"글로벌 1위 노린다"

오규민 2023. 7. 6.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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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스코 광양제철소 3열연·4도금·전기강판 공장 가보니
친환경차 시장 공략 위해
초고강도 車강판·전기차 구동모터 코어 생산

지난달 30일 포스코 광양제철소 내 3열연공장. 주황색 물체가 롤러를 지나간다. 1200도에 달하는 철강 반제품 슬래브다. 아파트 5층 높이에서 내려다보는 데도 사우나에 있는 듯 열기가 전해졌다. 500m가량을 걷는 동안 슬래브가 롤러를 이리저리 이동하며 차츰 얇아진다. 라인 끝에서는 휴지 롤 모양으로 돌돌 말린다. 주위 온도도 습식 사우나 내부 온도에서 동남아시아 바깥 날씨 정도로 낮아진다.

포스코 광양제철소 3열연공장에서 제품이 생산 중이다. [사진제공=포스코]

여기서 만든 열연코일은 그 자체로 산업기계나 건축자재로 사용된다. 상온에서 다시 얇게 늘려 표면이 미려한 고급제품으로 태어나기도 한다. 자동차 차체나 섀시에 활용되는 용융아연도금 제이 대표적이다. 제철소 내 4도금공장에선 열연 제품이 오물을 제거하는 전처리, 기계적 성질을 확보하는 열처리, 도금, 합금화 처리를 거치면 가벼우면서 단단한 자동차 강판으로 거듭난다.

광양제철소 4도금공장 7CGL 내부 모습. [사진제공=포스코]

제철소 내에선 전기자동차 구동 모터에 들어가는 전기강판을 만들기 위한 공장 건설도 한창이다. 여기서 만든 전기 강판은 전기차 구동 모터 등 회전기기의 철심을 만들 때 쓴다. 이 회사가 전시한 모터 코어(고정자·회전자)는 내로라하는 국내외 완성차 메이커의 전동화 차량에 들어간다. 지난해 4월 포스코는 1조원을 투자해 연 30만t 규모의 생산을 위한 공장을 짓기 시작했다. 오는 10월 1단계 준공을 앞두고 이달 초 시운전을 시작했다. 이 회사는 기존 포항제철소에서 연 10만t 생산하던 전기강판을 2024년 10월까지 광양까지 합쳐 연 40만t을 생산할 계획이다. 이는 전기차 500만대 분량의 구동 모터 코어를 만드는 데 쓰일 수 있는 양이다.

광양제철소 전기강판공장 건설현장 [사진제공=포스코]

포스코가 초고강도 강판과 전기차 구동 모터용 강판 생산 확대를 통해 친환경차 시장을 공략한다. 단일 규모로 세계에서 가장 큰 제철소인 광양 제철소가 선봉에 서 ‘글로벌 자동차 강판 1위 제철소’로 거듭난다는 포부를 밝혔다.

이 회사는 이미 고품질 자동차 강판 분야에서 좋은 성적을 거두고 있다. 지난해 이 제철소가 공급한 자동차 강판은 820만t 정도다. 차 한 대당 쓰이는 강판이 통상 1t, 여기에 전 세계 연간 자동차 생산량이 8000만대 수준인 점을 고려하면 전 세계 자동차 10대 가운데 1대는 포스코의 강판을 쓰는 것이다.

광양제철소 4도금공장 7CGL에서 제품이 생산되고 있다. [사진제공=포스코]

가벼우면서도 튼튼한, 즉 양립하기 어려운 강판의 성질을 동시에 충족한 게 비결이다. 전기차는 배터리 무게 때문에 내연기관 차량에 비해 25% 더 무겁다. 자동차 제조사는 모두 경량화에 집중하면서 동시에 탑승자 안전을 고려한 튼튼한 차체 개발에도 중점을 둔다. 포스코가 만드는 기가스틸은 인장강도가 1GPa(기가파스칼) 이상이다. 1㎟당 100㎏ 이상의 무게를 견딜 수 있다. 두께는 최대 0.5㎜까지 얇게 만들 수 있어 가볍다.

김창묵 포스코 자동차소재마케팅실 그룹장은 “소재 개발단계부터 고객사와 긴밀히 협업하고 있다”며 “친환경차 시대를 선도하기 위해 차세대 강종 개발 속도도 높일 것”이라고 말했다.

광양제철소 전기강판공장 전경 [사진제공=포스코]

포스코는 차체 강판에 만족하지 않고 전기차 내부 소재에도 관심을 쏟고 있다. 구동 모터용 무방향성 전기강판(NO)을 본격적으로 생산하기 시작했다. 포스코가 생산하는 무방향성 전기강판은 효율이 좋아 하이퍼 엔오(Hyper NO)라 불린다. 이 정도 수준의 고효율 강판을 만드는 곳은 세계 철강사 가운데서도 손에 꼽을 정도다. 국내에서는 포스코만 만든다.

포스코에서 만든 전기강판으로 생산된 전기차 구동모터 코어 [사진제공=포스코]

전기에너지를 회전 에너지로 변화하며 발생하는 에너지 손실이 일반 전기강판 대비 30% 낮다. 철손(모터 코어의 철심에서 발생하는 전력 손실)량 또한 3.5W/㎏으로 낮은 축에 속해 전기차 주행거리를 늘리는 데 도움을 준다. 자동차가 추구하는 기본 가치인 안전은 물론 전기차나 하이브리드차 등 전동화 흐름에 맞춰 차량 성능을 끌어 올리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맡은 자동차 후방산업의 키 플레이어란 얘기다.

안형태 포스코 하이퍼NO 태스크포스팀장은 "하이퍼NO 제품은 모터·컴프레서 등 회전기기 철심을 만드는 데 쓰는 대표적인 친환경 소재"라며 "전동기 효율을 높여 전기를 생산하는 발전소 신설 비용을 최소화할 수 있어 국내 제조업 전반에 미치는 영향이 크다"고 말했다.

광양=오규민 기자 moh011@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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