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전기차 500만대분 '모터' 강판 생산 준비 끝…"글로벌 1위 노린다"
친환경차 시장 공략 위해
초고강도 車강판·전기차 구동모터 코어 생산
지난달 30일 포스코 광양제철소 내 3열연공장. 주황색 물체가 롤러를 지나간다. 1200도에 달하는 철강 반제품 슬래브다. 아파트 5층 높이에서 내려다보는 데도 사우나에 있는 듯 열기가 전해졌다. 500m가량을 걷는 동안 슬래브가 롤러를 이리저리 이동하며 차츰 얇아진다. 라인 끝에서는 휴지 롤 모양으로 돌돌 말린다. 주위 온도도 습식 사우나 내부 온도에서 동남아시아 바깥 날씨 정도로 낮아진다.
여기서 만든 열연코일은 그 자체로 산업기계나 건축자재로 사용된다. 상온에서 다시 얇게 늘려 표면이 미려한 고급제품으로 태어나기도 한다. 자동차 차체나 섀시에 활용되는 용융아연도금 제이 대표적이다. 제철소 내 4도금공장에선 열연 제품이 오물을 제거하는 전처리, 기계적 성질을 확보하는 열처리, 도금, 합금화 처리를 거치면 가벼우면서 단단한 자동차 강판으로 거듭난다.
제철소 내에선 전기자동차 구동 모터에 들어가는 전기강판을 만들기 위한 공장 건설도 한창이다. 여기서 만든 전기 강판은 전기차 구동 모터 등 회전기기의 철심을 만들 때 쓴다. 이 회사가 전시한 모터 코어(고정자·회전자)는 내로라하는 국내외 완성차 메이커의 전동화 차량에 들어간다. 지난해 4월 포스코는 1조원을 투자해 연 30만t 규모의 생산을 위한 공장을 짓기 시작했다. 오는 10월 1단계 준공을 앞두고 이달 초 시운전을 시작했다. 이 회사는 기존 포항제철소에서 연 10만t 생산하던 전기강판을 2024년 10월까지 광양까지 합쳐 연 40만t을 생산할 계획이다. 이는 전기차 500만대 분량의 구동 모터 코어를 만드는 데 쓰일 수 있는 양이다.
포스코가 초고강도 강판과 전기차 구동 모터용 강판 생산 확대를 통해 친환경차 시장을 공략한다. 단일 규모로 세계에서 가장 큰 제철소인 광양 제철소가 선봉에 서 ‘글로벌 자동차 강판 1위 제철소’로 거듭난다는 포부를 밝혔다.
이 회사는 이미 고품질 자동차 강판 분야에서 좋은 성적을 거두고 있다. 지난해 이 제철소가 공급한 자동차 강판은 820만t 정도다. 차 한 대당 쓰이는 강판이 통상 1t, 여기에 전 세계 연간 자동차 생산량이 8000만대 수준인 점을 고려하면 전 세계 자동차 10대 가운데 1대는 포스코의 강판을 쓰는 것이다.
가벼우면서도 튼튼한, 즉 양립하기 어려운 강판의 성질을 동시에 충족한 게 비결이다. 전기차는 배터리 무게 때문에 내연기관 차량에 비해 25% 더 무겁다. 자동차 제조사는 모두 경량화에 집중하면서 동시에 탑승자 안전을 고려한 튼튼한 차체 개발에도 중점을 둔다. 포스코가 만드는 기가스틸은 인장강도가 1GPa(기가파스칼) 이상이다. 1㎟당 100㎏ 이상의 무게를 견딜 수 있다. 두께는 최대 0.5㎜까지 얇게 만들 수 있어 가볍다.
김창묵 포스코 자동차소재마케팅실 그룹장은 “소재 개발단계부터 고객사와 긴밀히 협업하고 있다”며 “친환경차 시대를 선도하기 위해 차세대 강종 개발 속도도 높일 것”이라고 말했다.
포스코는 차체 강판에 만족하지 않고 전기차 내부 소재에도 관심을 쏟고 있다. 구동 모터용 무방향성 전기강판(NO)을 본격적으로 생산하기 시작했다. 포스코가 생산하는 무방향성 전기강판은 효율이 좋아 하이퍼 엔오(Hyper NO)라 불린다. 이 정도 수준의 고효율 강판을 만드는 곳은 세계 철강사 가운데서도 손에 꼽을 정도다. 국내에서는 포스코만 만든다.
전기에너지를 회전 에너지로 변화하며 발생하는 에너지 손실이 일반 전기강판 대비 30% 낮다. 철손(모터 코어의 철심에서 발생하는 전력 손실)량 또한 3.5W/㎏으로 낮은 축에 속해 전기차 주행거리를 늘리는 데 도움을 준다. 자동차가 추구하는 기본 가치인 안전은 물론 전기차나 하이브리드차 등 전동화 흐름에 맞춰 차량 성능을 끌어 올리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맡은 자동차 후방산업의 키 플레이어란 얘기다.
안형태 포스코 하이퍼NO 태스크포스팀장은 "하이퍼NO 제품은 모터·컴프레서 등 회전기기 철심을 만드는 데 쓰는 대표적인 친환경 소재"라며 "전동기 효율을 높여 전기를 생산하는 발전소 신설 비용을 최소화할 수 있어 국내 제조업 전반에 미치는 영향이 크다"고 말했다.
광양=오규민 기자 moh011@asiae.co.kr
Copyright © 아시아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한 달에 150만원 줄게"…딸뻘 편의점 알바에 치근덕댄 중년남 - 아시아경제
- 버거킹이 광고했던 34일…와퍼는 실제 어떻게 변했나 - 아시아경제
- "돈 많아도 한남동 안살아"…연예인만 100명 산다는 김구라 신혼집 어디? - 아시아경제
- "일부러 저러는 건가"…짧은 치마 입고 택시 타더니 벌러덩 - 아시아경제
- 장난감 사진에 알몸 비쳐…최현욱, SNS 올렸다가 '화들짝' - 아시아경제
- "10년간 손 안 씻어", "세균 존재 안해"…美 국방 내정자 과거 발언 - 아시아경제
- "무료나눔 옷장 가져간다던 커플, 다 부수고 주차장에 버리고 가" - 아시아경제
- "핸들 작고 승차감 별로"…지드래곤 탄 트럭에 안정환 부인 솔직리뷰 - 아시아경제
- 진정시키려고 뺨을 때려?…8살 태권소녀 때린 아버지 '뭇매' - 아시아경제
- '초가공식품' 패푸·탄산음료…애한테 이만큼 위험하다니 - 아시아경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