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네샵 예약 한 발 뺀 카카오…'만년 적자' 당근마켓이 나섰다 왜 [팩플]
당근마켓이 전국 동네 미용실∙네일샵 예약 서비스를 시작했다. 카카오는 ‘골목상권 침해 논란’으로 미용실 사업에서 철수하느라 530억원을 긴급 투입한 상태. 카카오가 철수하고 네이버는 눈치 보는 소상공인 예약·관리 시장에, ‘골목 앱’ 대표 주자인 당근마켓이 안착할 지 관심이 쏠린다.
무슨 일이야
5일 당근마켓은 당근 앱 안에서 동네 미용실·네일샵 예약을 할 수 있는 기능을 열었다고 밝혔다. 동네 가게를 보여주는 ‘내 근처’ 탭에서 가게와 미용사, 시간을 고르면 된다. 그간 서울 일부 지역에서 시험 운영하며 자영업자 수요를 확인, 전국 서비스로 확대했다. 회사는 “소규모 운영이 대부분인 뷰티 업종 사장님들이 손님 확보와 일정 관리를 편리하게 할 수 있다”라고 설명했다.
아직은 예약만 할 수 있다. 당근마켓은 “결제 기능에 대한 구체적인 계획은 없으나, 이용자에게 필요한 기능을 계속 발굴하겠다”라고 밝혔다.
왜 중요해
미용실·식당 등 각종 비대면 예약 시장이 커지고 이용자와 지역 상권을 잇는 서비스에 대한 주목도도 크지만 대규모 플랫폼을 운영 중인 테크 기업은 ‘골목 상권 침해’ 딜레마에 부딪혀 있다.
4일 카카오의 투자 자회사인 카카오인베스트먼트는 투자사 와이어트 지분 14.73%를 526억원에 매입했다고 공시했다. 와이어트는 카카오가 2016년 출시한 미용실 모바일 예약·결제 서비스 ‘카카오헤어샵’의 운영사다. 카카오헤어샵은 시술 가격을 투명하게 공개해 인기를 끌었으나, 사업을 확장하며 골목상권 침해 논란이 일었다. 2021년 김범수 창업자는 국회 국정감사 증인으로 출석해 “골목상권 침해 사업은 반드시 철수하겠다”라고 말했다.
그러나 2년이 되도록 와이어트 매각이 난항을 겪자 기존 투자자들이 자금 회수를 원했고, 결국 대주주인 카카오인베스트먼트가 투자자 지분을 사들인 것. 카카오는 이를 위해 카카오인베스트먼트에 200억원 자금을 빌려줬다. 카카오 측은 “철수하기로 한 카카오헤어샵 기존 투자자 보호를 위해 결정했다”라고 밝혔다.
네이버는 미용실·식당·놀이공원·숙박업소 등 다양한 업종의 예약·주문·결제에 진출해 있으나, 수수료율을 낮게 유지하며 ‘낮은 포복’을 이어가는 모양새다. 당근마켓처럼 네이버도 예약 자체는 무료다. 고객이 네이버로 예약하고 네이버페이로 결제할 경우에만, 미용실이 규모에 따라 매출의 0.8~2.9%를 네이버파이낸셜에 수수료로 낸다. 네이버 본사는 예약으로 돈을 벌지 않고, 금융 자회사인 네이버파이낸셜의 간편결제 수수료 매출이 발생하는 구조다. 네이버 예약 정보 등은 데이터로 축적되며 네이버 지도·검색에 연동된다.
당근은 지금
당근은 창립(2015년) 후 흑자를 낸 적 없다. 중고거래는 ‘무(無) 수수료’를 고수하며, 광고 등으로 돈을 번다. 지난해 매출 499억원, 영업손실 565억원.
회사는 지난해 경영진을 바꾸고 국내 사업 본격화에 나섰다. 각자대표 2인(김용현·황도연) 중 국내 사업 담당인 황 대표는 지난 1월 중앙일보 인터뷰에서 “하이퍼로컬(hyper-local·좁은 지역)이라는 비전을 지키는 게 당근마켓 수익화의 핵심”이라고 말했다. 더 좁고 촘촘한 지역 상권 네트워크 안에서 살길을 찾겠다는 것. 동네 일자리를 연결하는 ’당근 알바’ 서비스가 그런 예. 지난 5월엔 구청·경찰서·소방서 같은 공공기관과 주민 간 소통 채널 ‘공공프로필’도 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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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홀로 사장님’ 시대
통계청 경제활동인구조사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고용원 없는 자영업자’(1인 사장)는 435만6000명(2023년 5월 현재). 국내 자영업자 579만 명 중 75.2%에 해당한다. 1인 사장님은 지난 2019년 400만 명을 돌파했고, 비율도 2018년의 70.7%에서 75%대로 늘었다. 2019년 최저임금이 전년 대비 10.9% 인상되고 2020년 팬데믹 이후, 자영업자들의 고용 여력이 줄어든 영향이다.
1인 사장님 비율은 전남(87%)과 경북(86.2%), 충북(85.6%) 등이 서울(63.2%)보다 20%p 가량 높게 나타난다. 당근마켓이 뷰티 예약을 전국 동시에 출시하는 배경이다.
네이버가 지난 연말 출간한 ‘네이버 D-플레이스 리포트’에 따르면 자영업자들은 예약과 스마트콜(가상 전화번호 및 발신번호 추적) 등을 가장 선호했다. 일손이 달리는 1인 사장님들의 예약·통화·홍보 등 업무에 플랫폼이 스며들고 있는 셈이다.
심서현 기자 shshi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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