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회자로서의 소명이 우선… 이중직 선택 진짜 이유는 목회 위한 절박함 때문”
‘목회자로서의 소명일까, 생활인으로서의 직업일까.’
직업을 갖고 목회를 하는 ‘이중직 목회’를 둘러싼 논란이 무더위만큼이나 뜨겁게 달아오르고 있다.
“이중직 목회자가 결국 먹고사는 데 더 몰입하게 된다”는 이재철 전 100주년기념교회 목사의 발언이 포문을 열었다. 여기에 김동호 전 높은뜻숭의교회 목사가 이중직 목회자인 자신의 아들 사례를 들면서 “목사가 이중직을 수행하면서까지 성도를 떠나지 않는다면 비난받을 일은 아니라 생각한다”는 의견을 피력한 뒤 SNS를 중심으로 공방이 이어지고 있다. 오는 9월 주요 교단들의 정기총회를 앞두고 이중직 목회자를 둘러싼 두 목회자의 의견은 ‘이중직 법제화’ 논의에도 일정 부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목회 현장에서는 이런 공방이 이미 오래전 끝났다는 게 중론이다. 논란 자체가 현실과 괴리가 있다는 의미다.
조사에 따라 다르지만 매년 배출되는 목사 10명 중 2~3명을 제외하곤 전임 사역지를 얻지 못한다. 70%를 웃도는 초임 목사는 파트타임 사역이나 개척을 해야 하지만 이 또한 기회가 부족하다.
‘사느냐 죽느냐’의 갈림길에 선 목회자들이 직업을 택할 수밖에 없는 이유는 결국 절박함 때문이라는 게 당사자들의 전언이다.
작은 출판사를 운영하는 민대홍 서로교회 목사는 5일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이미 목사가 직업을 가져도 되는지 아닌지를 따지는 건 무의미해졌다. 현장에서 다양한 직업을 가진 채 목회자로 사역하는 분이 적지 않다”면서 “목회자가 직업을 가지는 건 목회를 위한 절박함 때문인데 법제화가 필요하다면 일과 목회 사이의 균형을 맞출 수 있도록 돕는 현실적인 안을 마련해 달라”고 요청했다. 목회데이터연구소가 2021년 실시한 이중직 목회 실태조사에 따르면 대한예수교장로회 통합·합동 소속 교회 중 교인 50명 이하 교회에서 사역하는 목회자 가운데 절반 정도(48.6%)가 이중직 목회를 경험했다.
목회자들의 직업도 더이상 배달이나 대리·택시 운전 등 단순 노무직에 머물러 있지 않다.
경기도 안양 한결같은교회 김철수 목사는 주중에 식당을 운영한다. 김 목사는 “식당 운영 때문에 심방이 어렵고 설교 준비할 시간도 조금 부족하다”면서 “다행히 식당이 잘돼 다른 교회를 후원할 수도 있게 됐는데 고단하지만 보람이 크다”고 말했다. 그는 “8년 가까이 목회하던 곳에서 월세 문제로 쫓겨난 뒤 이중직의 길을 걷게 됐다”면서 “물론 나의 소명은 목회로, 언젠가 선택의 기로에 선다면 당연히 목사로 남을 것”이라고 했다.
서울 동작구 하늘집교회 김선재 목사는 정신과 전문의다. 주중에는 병원에서 환자를 만나고 주일에는 20여명이 출석하는 교회에서 목회한다. 김 목사는 “목회가 오랜 꿈이었는데 병원 수익으로 재정 걱정하지 않고 복음을 전할 수 있어 감격스럽다”면서 “정신과 의사라는 직업과 목회적 상담을 해야 하는 목사로서의 사명이 서로 비슷해 장점이 많다”고 전했다.
페이스북에 ‘일하는 목회자들’ 페이지를 만든 박종현 목사는 현재 서울 송파구 의원이다.
박 목사는 “일하는 목회자는 하나의 현상이지 엄청난 결심과 운동으로 얻어낸 결과물이 아니다”면서 “이런 현상을 빨리 깨닫고 총회나 노회가 이들을 도울 길을 찾아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박 목사는 “일하는 목회자 대부분이 목사로서의 정체성을 지키기 위해 직업을 갖는 것일 뿐 다른 이유가 없다”면서 “이에 대한 공감대 형성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정재영 실천신대 교수도 “가부를 결정할 시기는 확실히 지났고 현실적으로 이중직 목회가 필요한 단계에 접어들었다”면서 “최근에는 생계뿐 아니라 선교적 교회나 목회와 연관된 직업을 가지면서 목회 전문성을 더하는 추세로 바뀌고 있다”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이중직 목회와 관련한 정책은 모두 이런 현실 위에서 만들어져야 현실과 괴리가 적다”고 조언했다.
장창일 김동규 기자 jangci@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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