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기의 시시각각] IAEA 북핵 사찰도 안 믿을건가

김현기 2023. 7. 6. 0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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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야당의 IAEA 부정, 제 정신인가
여당도 과학, 정치 투트랙 접근해야
'후쿠시마 사무소' 상주 검토해보자

김현기 순회특파원 겸 도쿄총국장

#1 얼마 전 한국의 한 유튜브 매체는 "일 외무성 간부 A가 아시아개발은행(ADB) 총재로 추정되는 인물(아사카와)과의 면담에서 '일 정부는 국제원자력기구(IAEA)에 100만 유로(약 14억 3000만원)의 정치헌금을 줬고, IAEA의 최종보고서 결론은 당초부터 처리수(오염수)는 절대 안전한 것으로 정해져 있다'고 말했다"고 보도했다.

그들이 입수했다는 대외비 문건 3쪽을 보다 절로 실소가 나왔다.

첫째, 매체가 문건 작성자로 지목한 아사카와 ADB 총재.

그는 재무성 재무관(차관) 출신이다. 65세의 국제적 권위자다.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5월 3일 인천 송도컨벤시아에서 열린 제56차 아시아개발은행(ADB) 연차총회 개회식에 앞서 아사카와 마사쓰구 ADB 총재와 악수하고 있다. 사진 대통령실


외무성에는 하야시 외상을 비롯해 그 어떤 간부도 아사카와보다 나이, 기수에서 위인 자가 없다.

그런데 문서에는 외무성 간부 A라 칭하는 이가 아사카와에게 "오랜 사이이니 공유하는 거다" "메모를 쓴다거나 하지 말라" 등 하대한다.

내용을 떠나 일본을, 일본어를 조금이라도 알면 이런 보도를 할 수 없다.

또 하나. 문서 제일 오른편 위에 적혀 있는 '담당: 아사카와(浅川)'란 표기다.

한국의 한 유튜브 매체가 '일 외무성 간부 와의 대화록'이라고 보도한 문건. 우측 상단에 '담당: 아사카와(浅川)' 적혀 있다.


삼성전자 대외비 문건의 제일 위에 '담당 이재용'이라 적혀 있겠나. 한국은행 대외비 문건에 '담당 이창용'이라 적겠나.

창피함은 우리 국민 몫이다.

#2 야당이라고 다를 게 없다.

11개국 과학자들의 2년에 걸친 IAEA 최종보고서를 '깡통 보고서' '일본 맞춤형 용역 보고서'라 폄하했다. 일본이 돈으로 IAEA를 구워삶았다고 한다.

이재명 대표를 비롯한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이 5일 오전 국회 로텐더홀에서 열린 '후쿠시마 오염수 해양 투기 반대 결의대회'에 참석해 구호를 외치고 있다. 김성룡 기자


일본의 두 배나 되는 분담금을 내는 국가가 중국이란 소리는 결코 하지 않는다.

한국이 작년 9월까지 IAEA 이사회 의장국이었다는 사실도 말하지 않는다.

유엔 산하 국제기구를 이렇게 대놓고 부정하는 나라는 북한과 이란밖에 없다.

나중에 IAEA 사찰단이 북한 핵시설을 검증한 뒤에도 "IAEA 분담금 1위가 미국이니 이 사찰 보고서는 못 믿겠다"고 할 건가.

오죽하면 라파엘 그로시 IAEA 사무총장이 4일 회견에서 '포괄적, 중립적, 과학적, 객관적, 실증적, 헌신적, 학술적'이란 온갖 용어를 반복하고 "IAEA는 '디(The) 권위(authority)'"라 항변했을까.

라파엘 그로시 국제원자력기구(IAEA) 사무총장이 지난 4일 일본 도쿄의 일본기자클럽에서 후쿠시마 오염수 최종보고서에 대한 설명을 하고 있다. EPA=연합뉴스


"똥을 먹을지언정 후쿠시마 오염수는 먹을 수 없다"는 야당이야 어차피 나중에 "아님 말고!"로 끝내겠지만, 그 부끄러움은 고스란히 대한민국, 대한민국 국민 몫이다.

민주당은 줄곧 '과학이 100%의 진실이 아닐 가능성'을 이야기한다.

"혹시라도 문제 생길 수 있으니 오염수 방류 자체를 못하게 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언뜻 들으면 그럴싸하다.

그러나 이는 독이 든 복요리는 자격증 있는 요리사가 손질해도 먹어선 안 되고, 조류인플루엔자 가능성 있으니 닭고기는 무조건 먹지 말아야 한다는 논리와 다를 게 없다.

#3 정부와 여당도 '수조물 찍먹'하고 회나 먹으면서 "과학을 믿어라"만 외칠 단계는 지났다.

아무리 민주당 괴담을 비난해봐야 설득 가능한 국민이 크게 늘어날 것 같지 않다.

좋든 싫든 2023년의 대한민국 국민 정서가 그렇다.

지난 4일 서울 노량진 수산시장 화면에 해양수산부의 일본 오염수 방류 관련 안내 광고물이 나오고 있다. 뉴시스


그렇다면 국민의 불안을 해소하는 현실적·정치적 접근이 동시에 필요하다.

예컨대 IAEA가 5일 개소한 'IAEA 후쿠시마 원전 사무소'에 한국인 전문가를 상주하도록 하면 어떨까.

오염수 방류에 가장 예민한 게 한국이란 사실을 IAEA도, 일 정부도 잘 아는 만큼 외교적 노력을 기울인다면 불가능한 일이 아니다.

내일(7일) 방한하는 그로시 사무총장, 11~12일 리투아니아에서 열리는 나토 정상회의에서 만날 기시다 일 총리를 설득하는 건 윤석열 대통령의 몫이다.

후쿠시마 방류 현장에서 방사능 수치와 농도를 상시 모니터링하고 감시하는 역할에 한국이 가담하고, 실시간으로 그 수치를 가감 없이 전달·공유한다면 우리 국민의 불신도 크게 줄어들 것이다.

누구 말이 괴담이었는지도 곧 드러날 것이다.

또 하나. 유쾌한 일은 아니지만 이참에 모두 진지하게 생각해 보자.

언제까지 대한민국을 수용과 존중의 나라가 아닌 부정과 싸움의 거친 나라로 방치할 것인지를.

김현기 순회특파원 겸 도쿄총국장 kim.hyunki@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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