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IAEA 보고서 발표, 챙겨야 할 숙제 많다
배를 타는 선원들은 경험으로 알고 있다. 부산항을 출발한 선박이 미국 서부 롱비치항이나 LA항으로 갈 때의 속도가 미국 서부에서 출발한 선박이 부산항에 도달할 때까지의 속도보다 바람이 없어도 훨씬 빠르다는 사실을 말이다. 왜 같은 거리를 이동하는 데 속도 차이가 날까.
바로 지구 중위도 지역에서 일본 동북부 홋카이도를 거쳐 시계 방향으로 북태평양을 건너 북미대륙으로 이동하는 해류의 흐름 때문이다. 이 해류는 아래로 내려가 북적도 부근에서 시계 방향으로 다시 서쪽으로 향한다. 따라서 요트로 세계 일주에 나서는 사람들은 중남미 북적도 부근의 파나마 운하를 통과해 하와이와 적도 상의 여러 섬을 거쳐서 한국을 향하는 항로를 택한다. 이 같은 해류 흐름으로 추정하건대 후쿠시마가 위치한 일본 동부 해역에서 오염수가 방류될 경우 바닷물은 먼저 미국 서부 해안으로 이동하고 북적도로 내려가 다시 일본 동부로 올라오는 흐름을 보일 것이다. 즉, 오염수가 일본 동부 해역에서 배출된 후 한국에 도달하는 시간은 상당 시간이 지난 뒤가 되고 그 과정에서 희석이 진행될 것이란 의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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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본, 처리한 오염수 방류 임박
수입 수산물 철저히 관리해야
국민 건강보다 중요한 것 없어
」
지난 4일 국제원자력기구(IAEA)의 최종 보고서 공개 이후 머잖아 이웃 나라 해역에서 방류가 있을 수 있기에 우리 국민은 우려하고 있다. 따라서 정부는 만약의 경우에 대비해 주변 해류의 흐름에 대해 빈틈없는 감시체계를 구축하고 그 결과를 신속하고 투명하게 국민에게 제공해야 한다.
일본이 원전 오염수를 처리해 방류할 경우 일본에서 생산되는 수산물의 국내 유입에 대한 철저한 대비와 체계적인 관리가 필요하다. 정부는 후쿠시마 등 8개 현에서 생산하는 수산물에 대한 수입금지 조치를 유지하고 있고, 수입금지 해제를 검토하고 있지 않다고 이미 밝혔다. 앞으로도 이들 8개 현에서 생산된 수산물은 방사능으로부터 안전하다고 과학적으로 증명되고, 우리 국민이 안전하다고 느낄 때까지 수입금지 조치를 유지해야 할 것이다.
8개 현 외의 일본 지역에서 생산된 수산물에 대해서도 철저하게 관리해 우리 국민의 식탁에 부적합한 수산물이 오르지 않도록 해야 한다. 정부는 수입금지 지역 외의 일본 수산물에 대해 수입 건마다 정밀검사를 시행하고 있다. 극미량이라도 방사능이 검출되면 추가 핵종 검사를 요구하고 있다.
그뿐만 아니라 수입 수산물 유통 이력 시스템을 통해 수입부터 유통·소매까지 거래 이력을 관리하고 있다. 앞으로도 국민의 건강과 안전이 무엇보다 우선하는 가치라는 신념에 따라 정부는 철저한 수입 규제와 안전 검사, 원산지 관리에 소홀함이 없어야 할 것이다.
대한민국 바다가 오염된다는 막연한 오해 때문에 우리 어민들이 잡은 국내산 수산물 소비가 위축되는 문제에 대한 대책도 마련해야 할 것이다. 정부는 일차적으로 수산물이 생산되는 해역에 대한 방사능을 검사하고, 수산물 생산 단계에서 다시 한번 검사하고, 유통 단계에서도 방사능을 검사하는 삼중 안전장치를 구축해 운영하고 있다.
검사 기준도 국제 기준과 비교하면 10배 이상 엄격하게 적용하고 있다. 이런 정부의 노력을 국민에게 더 적극적으로 알려야 한다. 정확한 소통으로 괴담과 오해를 불식시켜 국민이 안심하고 우리 수산물을 소비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헌법 제36조 3항에 따라 모든 국민은 보건에 관해 국가의 보호를 받을 기본권을 가진다. 방사선 검사 기기는 국민을 위해 국가가 갖춰야 할 인프라로 인식해야 한다. 오염수를 방출하기 전에 방사선 검사 기기를 광범위하게 제작·보급하는 것도 검토하길 바란다. 국민이 각자 원할 경우 언제든지 직접 눈으로 확인할 수 있도록 시스템을 구축되면 좋을 것이다.
수산물 소비 급감으로 피해를 보게 되는 어민들에 대한 보상 대책도 마련해야 한다. 일각에서 이를 위한 특별법 제정이 논의되고 있다. 정치권과 정부는 실질적으로 어민들에게 도움이 되는 지원 방안을 현명하게 모색해야 할 것이다. 아울러 안전한 한국산 수산물의 수출에도 눈을 돌려야 한다. 이를 위해 수출 지원 방안도 고민해야 한다. 수산물을 수출할 때 안전성에 대한 신뢰를 구축하기 위해 가공 처리 기술을 개발하고, 안전성을 검사하는 장비를 보강하는 등 정부 차원의 지원이 필요하다.
※ 외부 필진 기고는 본지의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김인현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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