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병기 ‘필향만리’] 人而無信, 不知其可也(인이무신, 부지기가야)

2023. 7. 6. 00: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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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병기 서예가·전북대 명예교수

사회공동체 내의 유기적 관계를 작동하게 하는 진짜 힘은 돈도 아니고, 법도 아니고, 제도도 아니다. 사람과 사람 사이의 믿음이다. 교통법규를 나도 잘 지키지만 다른 운전자들도 다 잘 지키리라는 믿음이 있기에 질주하는 자동차 홍수 속에서도 안심하고 운전한다. 믿음 없이는 교통법규도 쓸모가 없다. 식품위생법 이전에 식당 주인이 바른 식재료를 사용할 것이라는 믿음이 있기에 음식점을 찾고, 항공법 이전에 조종사의 안전운행을 믿기에 불안감을 떨치고 비행기를 탄다. 이처럼 사회를 움직이는 맨 밑바탕의 원동력은 바로 믿음이다. 2500여 년 전 공자도 이점을 간파했기에 “사람이면서 믿음이 없다면 그가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인지 알 수 없다(그런 사람이 할 수 있는 일이라곤 아무것도 없다)”라고 말한 것이다.

信: 믿을 신, 知: 알지, 可: 가능할 가. 사람이면서 믿음이 없으면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이랴! 29x75㎝.

요즈음 SNS를 타고 황당한 거짓 정보가 하도 많이 유통되다 보니, 개인 인격으로서의 ‘믿음’을 이야기할 틈도 없이 사회 전체가 불신 분위기에 싸여있다. 가상현실, 증강현실 등 시대 자체가 ‘거짓의 시대’이다 보니 믿음이라는 덕목을 강조하기가 오히려 어색할 때도 있다. 그래도 “사람이면서 믿음이 없다면 아무것도 할 수 없다”고 한 공자의 말에 대한 믿음을 포기하지 말아야 할 것이다.

김병기 서예가·전북대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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