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조가 있는 아침] (182) 경대(鏡臺) 앞에서

2023. 7. 6. 00: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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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자효 한국시인협회장

경대(鏡臺) 앞에서
김일엽(1896∼1971)

서시(西施) 귀비(貴妃) 어여뻐도 남은 것은 한담(閑談) 거리
하물며 우리네는 제 양자(樣姿) 평범컨만
꾸미고 속 못 차리는 건 여자인가 하노라
-불교(1932.10)

어머니의 품

중국 역사상 최고의 미인으로 일컫는 서시나 양귀비도 이제 한가한 얘깃거리에 지나지 않는다.

김일엽(金一葉)은 몇 가지 의미로 다가온다. 첫째는 일본 유학 후 1920년 잡지 ‘신여성’을 창간해 여성의 권익운동에 투신한 선각자로서의 면모다. 다음으로는 수필집 『청춘을 불사르고』(1962) 등 베스트셀러를 펴낸 인기 작가다. 그리고 또 하나는 예산 수덕사를 지킨 한국 불교의 지도적 여승(女僧)이었다.

내가 1980년대 KBS에서 ‘뉴스 파노라마’라는 보도·교양 프로그램을 제작할 때 김태신(金泰伸) 화백을 인터뷰한 적이 있다. 일본 북종화(北宗畵)의 대가인 그는 김일엽과 일본인 오다 세이조(太田淸藏) 사이에 난 명문가의 후손이었다.

인터뷰에서 그는 눈물로 어머니를 추모하고, 어머니 품 같은 한국의 산을 즐겨 그린다고 했다. 그는 67세에 출가해 일당(日堂)이란 법명으로 활동했다. 평생 그리워하던 어머니 나라에서 자신의 정체성을 찾아 만년을 보낸 그는 2014년 12월 25일 93세로 입적했다.

유자효 한국시인협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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