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렌스탐 vs 미셸 위, 다시 보는 앙숙 대결
제 78회 US여자오픈이 7일(한국시간) 미국 캘리포니아 주 샌프란시스코 인근 페블비치 링크스에서 열린다.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72승을 거둔 골프 여제 안니카 소렌스탐(53)과 ‘골프 천재 소녀’로 불렸던 미셸 위(34)의 고별 무대라고 해서 더욱 관심을 끈다. 두 선수는 이미 은퇴했지만, 유서 깊은 페블비치 링크스에서 열리는 이번 대회의 의미를 고려해 ‘마지막’ 출전 의사를 밝혔다. 소렌스탐은 US여자오픈에서 3승을 거뒀고, 미셸 위는 2014년 대회에서 정상에 올랐다.
주최 측은 두 선수를 한 조에 묶었다. 현역 시절 ‘골프 여제’와 ‘골프 천재’의 관계는 그리 좋지 않았다. 미셸 위는 14세 때 PGA 투어 소니 오픈에서 언더파를 기록하면서 신드롬을 일으켰다. 나이키로부터 막대한 액수의 후원을 받았다. 미셸 위는 LPGA투어 입성에 만족하지 않고 “나의 목표는 남자 투어”라고 말하고 다니곤 했다.
소렌스탐과 미셸 위의 관계가 틀어지는 사건도 터졌다. 2007년 6월 긴 트리뷰트 챔피언십에서 미셸 위는 1라운드 도중 기권했다. 비회원이 88타 이상을 기록하면 해당 시즌 경기 참가가 금지되기 때문에 중간에 경기를 포기했다는 분석이 나왔다. 더구나 미셸 위는 기권한 뒤 곧바로 다음 대회인 맥도널드 챔피언십 대회장으로 이동해 연습하는 장면이 목격됐다.
소렌스탐은 당시 긴 트리뷰트 대회의 호스트였다. 소렌스탐은 “내가 부상으로 기권했을 때는 몇 주 동안 공을 치지 못했다. 그런데 미셸 위는 기권 의사를 밝힌 지 이틀 만에 클럽을 잡고 샷을 가다듬었다. 초청으로 나온 선수라면 책임감이 있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러자 미셸 위는 “기권은 부상 탓이다. 사과할 필요를 느끼지 못한다”고 맞받아쳤다.
2011년에도 소렌스탐과 미셸 위는 으르렁거렸다. 소렌스탐은 “미셸 위의 가능성과 신체적 조건은 좋지만, 정신적으로 최고의 자리에 설 정도로 강한지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그러자 미셸 위는 “나는 다른 사람의 기대를 채워주기 위해 사는 것이 아니다”라고 했다.
1, 2라운드에서 소렌스탐, 미셸 위와 라운드하는 또 다른 동반자는 전인지다. 소렌스탐과 미셸 위 모두 은퇴한 지 오래돼서 전성기 때의 경기력을 기대하긴 어렵다. 더구나 전 세계 미디어의 관심도 클 것으로 보인다. 전인지로선 평소의 리듬을 찾기 어려운 쉽지 않은 라운드가 될 것으로 보인다.
한편 여자골프 세계랭킹 1위 고진영은 대회 출전을 앞두고 “페블비치 코스에서 열렸던 대회에서 일어난 역사적인 사건에 대해 많이 들었다. 타이거 우즈(2000년)와 개리 우드랜드(2019년)가 우승하는 장면도 봤다”면서 “기대가 크다. 꼭 쳐보고 싶었던 코스다”라고 말했다.
고진영은 개막 열흘을 앞두고 페블비치 골프장 인근에 일찌감치 짐을 풀었다. 그는 “경치를 즐기고 싶었다. 샌프란시스코에서 굴도 먹고 싶었다”고 말했다.
LPGA 투어에서 15승을 거둔 고진영은 가장 오래되고 권위 있는 US여자오픈에선 우승하지 못했다. 2020년 김아림에 이어 공동 2위에 오른 게 가장 좋은 성적이다. 고진영은 “페블비치의 그린은 경사를 읽기가 까다롭다. 또한 라운드가 지속될수록 그린 스피드가 빨라질 것 같다. 러프도 굉장히 거칠다”면서도 “스윙이 잘 된다면 이 코스에서 플레이하는 게 재밌을 것 같다”고 덧붙였다.
이 대회에는 22명의 한국 선수가 출전한다. LPGA 투어의 고진영·김효주·전인지·최혜진, KLPGA 투어의 박민지·이소미· 이다연 등이 출사표를 던졌다. 2011년 US여자오픈 챔피언 유소연도 초청 선수로 출전한다. 전인지는 소렌스탐, 미셸 위와 함께 한국시간 7일 0시28분, 고진영은 넬리 코다, 렉시 톰슨과 함께 0시 50분에 티오프한다.
성호준 골프전문기자, 고봉준 기자 sung.hoj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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