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명뉴타운의 천지개벽…‘준서울’에 5만가구 미니 신도시 ‘척척’
경기 광명시는 지난해 부동산 칼바람이 분 지역 중 하나였다. ‘준서울’ 입지에 교통·생활 인프라가 주목받으면서 2021년 집값이 평균 15.74% 뛰었는데 지난해 하반기 들어 시장이 침체되자 다시 14% 내리면서 전년 상승분을 대부분 반납했다.
지난해 말에는 미분양 청정 지역이던 광명 신규 아파트 1순위 청약에서 일부 평형 미달이 발생하는 등 흥행에 참패했다. 광명 ‘철산자이더헤리티지’ 1순위 청약 경쟁률은 0.97 대 1에 그쳤다. 광명뉴타운10R구역 재개발인 ‘호반써밋그랜드에비뉴’는 일반공급 293가구 모집에 576명이 신청해 평균 1.97 대 1에 그쳐 청약 성적은 저조했다.
하지만 최근 분위기는 사뭇 달라졌다. 우선 앞의 두 단지는 각각 지난 3월과 6월 모두 완판됐다. 지난 5월 공급된 ‘광명자이더샵포레나(광명뉴타운1R구역 재개발)’ 일반분양은 청약 미달 없이 접수 마감됐다. 일반공급 총 422가구 모집에 4422명이 몰려 평균 경쟁률 10.48 대 1을 기록했다. 전용 84㎡가 12억원을 넘을 정도로 기존 분양 아파트 가격보다 높은 데다 소형 평형이 집중적으로 몰려 있었지만 광명 외 지역에서 수요자가 몰렸다. 7개 면적 가운데 1개 면적대를 제외하고 모두 1순위에서 청약이 마감됐다.
그사이 광명 집값은 바닥을 다지고 상승장으로 돌아섰다. 1년여간 지속되던 광명 집값 하락세가 올 5월 들어 68주 만에 상승세로 돌아서면서다. 6월 첫째 주 광명 아파트값은 0.14% 증가하면서 하남(0.25%)과 화성(0.22%)에 이어 경기도 상승률 순위 3위를 기록했다. 지난 5월 말 광명아크포레자이위브 전용 84㎡가 9억4500만원(16층)에 주인을 찾았다. 한때 11억원에도 거래되던 아파트라 고점 회복은 멀었지만 지난해 12월 8억원에도 거래됐던 점을 감안하면 완연한 반등세다.
부침은 있었지만 광명이 서울 못잖은 시세를 유지하는 이유는 서울과 맞붙은 입지 덕분이다. 경기도지만 지역 전화번호 ‘02’를 쓰는 만큼 서울과 사실상 같은 생활권이라고 봐도 무방하다. 북측 구역 기준으로 서울 양천구 목동까지 직선거리가 1㎞에 불과하고, 안양천을 넘어가면 영등포·구로·금천구와 곧바로 이어진다. 김광석 리얼하우스 대표는 “1960년 이후 서울 서남권에 공장 단지가 들어선 데 비해 광명시는 대규모 주택가로 개발돼 주거 여건이 나은 편”이라며 “2013년 개통한 지하철 7호선이 광명 중심부에 뚫리면서 강남까지 30분 만에 이동할 수 있게 됐고, 목동 학원가도 차로 15분 거리라 ‘맹모(孟母)’들의 수요가 꾸준하다”고 평가했다.
광명뉴타운 일대는 이미 빠르게 변하고 있다.
2007년 시작된 광명뉴타운 재개발은 지하철 7호선 철산역·광명사거리역 일대 230만㎡ 빌라촌이 대상지다. 원래는 4만5000가구 규모로 23개 구역이 재정비촉진지구로 지정됐지만 금융위기 이후 분양 경기가 위축됐던 2014년에 절반인 12개 구역이 해제됐고 지금은 11개 구역만 남았다. ‘반쪽 뉴타운’이라 해도 여전히 경기권 뉴타운 중 최대 규모(114만6000㎡)인 데다 재개발 사업이 마무리되면 2만5000가구 새 아파트촌으로 탈바꿈할 예정이다.
뉴타운의 변신은 무죄
올해만 1790가구 일반분양 채비
일찍이 사업을 진행한 광명사거리역 남쪽 구역들은 이미 입주를 마쳤거나 입주를 코앞에 뒀다.
광명뉴타운 중 가장 먼저 변신한 곳은 R16구역이다. ‘광명아크포레자이위브’로 재탄생해 2020년 11월 입주했다. 이미 결승선을 통과한 16구역은 광명동 304-20번지 일대로 19개동 2104가구로 이뤄졌다.
바로 옆 R15구역에서는 ‘광명푸르지오센트베르’가 지난해 말 입주를 마쳤다. 지상 19~37층, 12개동 1335가구 규모 대단지다. 2020년 최초 분양 당시 청약 경쟁률이 20.42 대 1일 정도로 인기를 끌었다. 2020년 말부터 2년 새 3400여가구가 나란히 입주를 마치면서 광명뉴타운 남쪽 지역 스카이라인이 달라졌다. 14R구역 ‘광명푸르지오포레나(1187가구)’는 오는 9월 입주 예정이다.
광명은 올해 서울을 제외한 수도권 분양 최대어다. 최근 분양을 마친 1R구역(광명자이더샵포레나)에 이어 올해 북쪽 구역에서 4R구역, 2R구역, 5R구역에서 총 1790가구가 일반분양 물량으로 풀린다. 광명뉴타운에서 사업 속도가 가장 느렸던 11R구역과 12R구역도 이주 작업에 돌입하면서 광명뉴타운 사업이 막바지에 다가가고 있다.
4R구역은 HDC현대산업개발이 재개발해 11개동, 전용 39~113㎡, 총 1957가구 ‘광명센트럴아이파크’로 탈바꿈한다. 소형부터 중대형까지 다양하며, 425가구가 일반분양 대상이다. 도보 약 5분 거리에 광명사거리역(7호선)을 이용할 수 있다. 일반분양가는 전용 84㎡ 기준으로 3.3㎡당 3500만~3600만원대로 책정됐다. 이를 반영하면 일반분양가는 12억2000만~12억6000만원대 수준이 될 것으로 보인다. 발코니 확장, 유상 옵션(선택 사항) 등을 반영하면 13억원을 넘길 수 있다.
4R구역 조합은 7월 7일 광명센트럴아이파크 입주자 모집 공고를 내는 동시에 견본주택을 열 예정이다. 이어 7월 17일 특별공급, 18일 일반공급을 진행 후 25일 당첨자를 발표한다. 일반분양 물량은 425가구다.
전용 84㎡가 12억원대인 것을 두고 시장에서는 고분양가 논란이 분분하지만, 광명센트럴아이파크 청약 성적에 따라 이후 분양할 단지 흥행 여부도 갈릴 전망이다.
5R구역에 조성되는 ‘광명자이힐스뷰’도 8월 분양을 목표로 일정을 조율하고 있다. 단지는 2878가구 규모다. 이 중 694가구가 일반분양 대상이다. GS건설·현대건설·SK에코플랜트 컨소시엄이 시공을 맡았다.
2R구역에서는 ‘베르몬트로광명’이 10월 분양될 예정이다. 대우건설·롯데건설·현대엔지니어링 컨소시엄이 짓는 이 단지는 2021년 4월 착공했다. 광명뉴타운 재개발 사업장 중에서 11R구역(4367가구), 1R구역(3585가구)에 이어 세 번째로 규모가 크다. 총 3344가구 가운데 302가구를 일반분양한다. 만약 광명센트럴아이파크가 고분양가 논란을 뚫고 높은 청약 경쟁률을 기록한다면 이들 두 단지도 분양가를 높게 책정할 가능성이 크다.
광명아크포레자이위브 인근 A공인중개사사무소 관계자는 “지금은 뉴타운 남쪽 지역에만 새 아파트 단지가 몇 곳 입주한 상태지만 빠르면 3년, 늦어도 5~6년 안에 주변이 새 아파트촌으로 완전히 천지개벽할 것”이라고 말했다.
광명뉴타운에서 입지가 가장 우수하다고 평가받는 곳은 11R구역과 12R구역이다. 11R구역은 새로 짓는 아파트 동을 기준으로 7호선 광명사거리역까지 걸어서 3분 거리다. 12R구역은 7호선 철산역과 가깝다. 공교롭게도 이 2개 구역이 사업 속도가 가장 느렸는데 최근 이주 작업이 진행되면서 사업 진행이 8부 능선을 넘었다는 평가를 받는다.
11R구역은 광명시 광명동·철산4동 일원 19만8135㎡에 용적률 270.81%, 건폐율 14.27%를 적용해 지하 5층~지상 42층 아파트 4291가구로 신축하는 사업이다. 2016년 4월 조합설립인가, 2019년 8월 사업시행인가, 2021년 9월 관리처분인가를 마쳤다. 구역 바로 맞은편에 이마트 등 각종 생활편의시설을 이용하기 편리하다. 광명뉴타운 재개발과 재건축 사업 구역을 통틀어 최대 규모 단지다.
12R구역은 지난 5월 관리처분인가를 받아냈다. 철산3동 일원 9만8208㎡를 대상으로 한다. 조합은 이곳에 용적률 248.62%, 건폐율 19.84%를 적용한 지하 7층~지상 29층 규모 아파트 2097가구와 부대복리시설 등을 짓는다. 마트와 행정기관 등 기반시설이 잘 조성된 데다 철산역 주변으로 재건축이 진행 중이라 이곳 새 아파트들과 생활권을 공유하게 된다. 단지가 경사지에 조성된 점은 단점이다.
광명시, 철산·하안 재건축 밑그림 착수
광명뉴타운의 또 다른 장점은 인근 지역에서 재건축이 활발하게 진행 중이라는 사실이다. 재개발과 재건축이 맞물려 진행 중이기 때문에 파급 효과가 상당하다는 평가다. 철산주공4단지 ‘철산센트럴푸르지오’와 7단지 ‘철산역롯데캐슬&SK뷰클래스티지’는 이미 입주를 끝냈고, 지난해 말 분양한 8·9단지 ‘철산자이더헤리티지’는 2025년 5월 입주를 목표로 공사가 한창이다.
이외에도 철산·하안동 주공 아파트 일대에서는 재건축이 한창이다. 철산10·11단지(단지명 미정, GS건설 시공)도 현재 공사가 진행 중이고, 중층 아파트인 철산12·13단지도 정밀안전진단 절차를 진행 중이다. 하안1~12단지도 예비안전진단을 승인받아 정밀안전진단을 준비하는 등 재건축 추진 움직임이 활발하다.
특히 안전진단 절차 중에 있는 재건축 초기 단지들이 기대를 모으는 이유는 철산·하안택지지구에 10년 뒤 3만여가구를 새로 짓는 재건축 밑그림을 광명시 차원에서 마련하고 있기 때문이다. 현재 수립 중인 지구단위계획이 실현되면, 170만㎡에 달하는 구도심이 신도시 수준 주거지로 탈바꿈해 서울과 맞닿은 ‘미니 신도시’가 될 전망이다.
광명시는 지난 5월 20일 ‘철산·하안택지지구 지구단위계획’ 수립 진행 내용과 주민 의견 수렴을 위한 주민대표 간담회를 열었다. 이미 재건축 연한(30년)을 넘겼거나 넘길 예정인 철산12·13단지와 하안1~13단지의 재건축 시기에 맞춰 합리적인 재건축 사업을 추진하기 위함이다.
1980~1990년대 택지 개발 사업을 통해 조성된 철산·하안택지지구에는 대규모 아파트 단지들이 들어서 있다. 지구단위계획 구역에 포함된 단지는 광명시 철산·하안동 일원 15곳(철산12·13단지, 하안1~13단지)으로 제2종일반주거지역 약 170만㎡다.
광명시가 수립 중인 지구수립계획(안)을 보면 제2종일반주거지역인 이들 구역을 ‘특별계획구역’으로 지정해 제3종일반주거지역으로 종 상향하고 하나의 정비구역으로 통합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이 경우 철산·하안택지지구는 최대 320%의 용적률(기준·허용·상한·중첩 반영)을 적용받을 수 있을 전망이다. 앞서 재건축이 진행된 철산4·7·8·9·10·11단지(최대 285%)와 비교하면 최대 35%포인트 오른 셈이다. 또 광명시는 철산·하안지구에 최대 320% 용적률을 적용할 경우 현재 가구 수보다 5000여가구 늘 것으로 보인다. 설명회에서 공개된 계획에 따르면 기존 2만6518가구에서 3만1850가구까지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재건축 추진 단지들이 아직 건축 심의를 거치지 않았기 때문에 연면적이나 재건축 가구 수는 달라질 수 있지만 어쨌든 새로 적용받는 용적률이 높을수록 재건축 사업성이 개선되는 만큼 일대 재건축 구역에는 호재로 통한다.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216호 (2023.07.05~2023.07.11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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