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저한 신앙훈련·이웃 섬김… ‘쌍문동 행복1번지’
갈릴리교회(대한기독교감리회)는 TV드라마 ‘응답하라 1988’의 무대인 서울 도봉구 쌍문동에 위치한다. 지난달 22일 교회에서 만난 김영복(59) 담임목사는 “쌍문은 한자로 ‘두 개의 문’(雙門)을 뜻하며, 두 개의 문은 충신 효자 열녀를 나라에서 표창하는 정려문이다. 서울 안에 두 개의 정려문이 있는 곳은 쌍문동이 유일하다”고 설명했다. 이어 “효의 뿌리가 있는 역사적인 동네에 위치한 교회답게 갈릴리교회는 참 따뜻하고 효자 효녀가 모여 있다”고 웃으며 자랑했다.
갈릴리교회는 1968년 9월 여성 독립운동가 박현숙(1896~1980) 장로의 기념교회로 세워졌다. 박 장로는 일제하에서 한국 최초의 여성 비밀결사단체 ‘송죽회’를 설립해 수차례 옥고를 치렀고, 후에 대한민국 제4대, 6대 국회의원을 역임했다. 갈릴리교회는 박 장로가 사재로 설립한 교회이며, ‘아름다운 청년’ 전태일(1948~1970) 열사도 이곳에서 배출됐다. 전태일 열사의 어머니 이소선 여사 또한 갈릴리교회 권사였다.
김 목사는 “박현숙 장로는 한국교회가 꼭 기억해야 할 여성리더이며, 전태일 열사는 누구보다 사람과 교회를 사랑한 시대의 작은 예수였다”고 소개하며 “갈릴리교회는 기독교 근대사의 중요한 성지로서 언제나 소외되고 가난한 이들의 벗이었다”고 밝혔다.
김 목사는 2010년 갈릴리교회 제5대 담임목사로 부임했다. 부임 전 미국 클레어몬트 대학원(Claremont Graduate University)에서 철학박사(Ph.D) 학위를 받고, 7년 동안 연세대학교 교수와 교목을 역임하며 청년사역에 힘썼다.
담임 목사로 제2의 사역을 시작한 김 목사는 어느 날 주일예배와 새벽예배 등 공 예배 설교 횟수를 세워보았다. 일주일에 열한 번이었다. 대학에서는 한 학기에 11번 강의하곤 했다. 그때 김 목사는 교회에서 새로운 프로그램을 만들기보다 순도 100%의 복음을 전하는 예배와 신앙훈련에 초점을 맞춰 사역하기로 다짐했다.
그렇게 갈릴리교회는 “거룩이 행복이다”는 표어 아래 성도들은 ‘내적 거룩’을 위해 훈련받으며, 교회는 ‘외적 거룩’을 위해 실천에 앞장서게 됐다.
비가 내리는 어느 주일 중년의 부인이 교회를 찾았다. 알고 보니 교회 권사 부부의 지인이었던 그는 모임을 통해 알게 된 권사 부부의 한결같은 행복한 모습에 호기심이 생겼다고 한다. ‘어떤 교회길래…나도 그렇게 살고 싶다’는 마음으로 권사 부부에게조차 말하지 않은 채 대중교통으로 1시간 반 걸려 갈릴리교회에 도착했다. 예배문을 열고 들어서는 순간 새가족팀장이었던 남편 권사와 마주쳤고, 예배를 드린 후 교회 성도로 등록했다.
또 한번은 불교 포교사 출신 남자가 스스로 교회를 방문했다. 사회에서 만난 남자 권사가 사람이 너무 괜찮아 보여 ‘저 사람이 다니는 교회는 대체 어떤 곳인가’ 싶어 교회를 찾았다고 했다. 후에 그는 ‘불심’이 ‘예심’으로 바뀌어 교회에 잘 정착했다.
김 목사는 “기독교인의 최고 경쟁력은 기독교인으로서의 행복이며, 그 행복은 거룩에서 나온다”며 “숫자에 연연하지 않고 그리스도인의 향기를 내는 한 사람을 키우는 신앙훈련에 힘쓴 덕분에 이런 이벤트가 생겨 감사하다”고 말했다.
갈릴리교회 모든 성도는 5주 과정의 ‘신앙에로의 길’을 시작으로, 3개월 과정의 ‘경건에로의 길’, 8개월 과정의 ‘사역에로의 길’을 차례로 훈련받고 있다. 김 목사가 직접 집필한 책이며, 철저한 소그룹 훈련으로 강의도 직접 하고 있다. 3단계 과정을 모두 마친 성도만 권사, 장로의 직분이 주어지며 각 기관의 장이 될 수 있다. 현재까지 7기 졸업생이 배출됐으며, 훈련받은 성도를 직분자로 세운 덕분에 코로나 기간에도 교회는 흔들리지 않고 오히려 영적으로 성숙한 시간을 보낼 수 있었다.
갈릴리교회 1층 로비에는 근사한 카페가 있다. 김 목사는 교회 자체가 지역의 민간사회복지 거점이 돼야 한다고 생각하며 교회를 철저히 개방했다. ‘로뎀카페’는 화요일부터 토요일(오후 4시~저녁 10시)까지 ‘청소년 희망브릿지’라는 이름으로 지역의 청소년들이 공부방으로 사용하고 있으며, 매주 화요일과 수요일 오후에는 지역주민들에게 장소 및 음료를 무료로 제공하고 있다. 교회 주차장 또한 365일 무료로 전면 개방했다.
이렇게 교회를 개방하자 지역주민들이 여러 선물을 들고 교회를 찾아왔다. 김 상자도 받았고, 교회학교 학용품도 받았고, 어려운 이웃들에게 사용해 달라는 성금도 받았다. 또 도봉구청에서 주는 ‘선한 이웃상’을 세 번 수상했다.
김 목사는 “지역주민들이 구름떼처럼 몰려와서 카페 예산이 부족했으면 좋겠다”며 “교회의 문턱은 낮아야 한다. 문턱이 높은 교회는 낮은 곳으로 향하는 예수님의 사역에 역주행하는 교회”라고 말했다.
갈릴리교회는 지역뿐 아니라 선교지도 품고 있다. 현재 탄자니아 차케차케 무슬림 섬마을 아이들 130명을 입양했다. 교회 1층 로비에는 130명 아이들의 사진이 모두 붙여져 있어서 성도들이 오가며 한마음으로 기도하고 있다.
현재 갈릴리교회 성도 수는 600명으로 이들 중 30%만 지역 내에 거주하며, 70% 이상의 성도들은 예배 시간에 맞춰 서울 및 각 지역에서 교회로 모이고 있다. 김 목사는 “복음으로 행복한 세상을 만드는데 갈릴리교회가 보탬이 되고 싶다”며 “예수 냄새가 물씬 나는 훌륭한 기독교 인재가 배출되는 전통 있는 교회가 되길 기도한다”고 밝혔다.
박성희 객원기자 jonggyo@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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