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플러스] 서울 청년공간, 청년에 더 가까이… 위험군 발굴 → 원스톱 지원
서울시가 청년 허브, 무중력지대, 청년 교류공간 등 박원순 전 서울시장 시절 우후죽순 만들어졌던 서울 청년공간을 1광역·25지역센터 체제로 합병·개편한다. 고립·은둔 청년이나 우울증 등으로 인한 자살 위험군을 발굴하는 한편 취업과 주거 등 청년에게 필요한 상담 및 지원정책의 행정 일원화를 추진하기 위해서다. 핵심은 25개 자치구에 마련될 청년센터로, 청년 생활권에 기반한 정책을 추진하는 컨트롤타워가 될 전망이다.
4일 서초구 서울청년센터 ‘서초오랑’에 들어서자 탁 트인 공간에 테이블과 상담실, 공유주방이 눈에 들어왔다. 공유주방을 중심으로 물과 커피가 마련돼 있고 냉장고, 프린터 등 생활기기가 배치돼있었다. 이곳엔 6개의 스터디룸과 2개의 스튜디오도 조성돼 있다.
이날 20여명의 청년이 개인 활동이나 팀 작업을 수행 중이었다. 노트북과 디지털 패드 화면엔 대부분 파워포인트가 띄워져 있었다. 대학생 김모(26)씨는 “친구와 취업 공부를 하기 위해서 이곳을 찾았다”며 “집 가까이 있고 조용해서 종종 쓰는 공간이다. 스터디룸이나 스튜디오 같은 공간만 제외하면 마음껏 쓸 수 있어서 좋다”고 말했다.
서울청년센터는 정부, 서울시, 자치구의 청년 정책을 정리해 청년들에게 전달하는 현장 컨트롤타워다. 청년수당이나 청년마음사업 연계 등 각종 청년 정책을 수행하는 한편 활동공간과 상담을 제공해 정책 효과도 극대화하는 역할을 맡고 있다. 서초오랑의 경우 종합상담과 함께 자원연계·지역정보제공·관계망 형성 프로그램·지역특화 프로그램(커리어 디자인 아카데미) 등을 진행한다.
올해부터는 최근 사회적 현상으로 떠오른 고립·은둔 청년 발굴과 예방을 위한 ‘청년 정서 케어링 코스’를 신설했다. 센터의 프로그램에 참여하는 청년을 대상으로 사회적 고립 척도 평가를 진행한 뒤 청년 정책 매니저가 고립·은둔 청년 여부를 평가한다. 심할 경우 서울시 고립·은둔 지원 사업으로 연계하고, 이에 해당할 정도는 아닐 경우 심리 지원에 나서는 방식이다.
함정현 서초오랑 센터장은 “일반 청년이 정서적으로 힘들어 고립이나 은둔 생활을 할 가능성이 있을 때 참여를 독려하는 프로그램”이라며 “사전에 정서적으로 보살펴 고립·은둔 성향이 깊어지지 않도록 사전 예방하는 성격”이라고 말했다. 과거에는 고립·은둔 청년에 대한 지원사업이 없어서 마음 건강사업으로 연결해야 했지만 최근 서울시가 관련 사업을 시작해 적절한 지원을 받을 수 있게 됐다.
각 청년센터에는 위험 신호를 보내는 청년들이 적지 않다. 서초오랑에는 최근 “2년간 집에만 있었다”며 한 청년이 전화로 상담을 요청했다. 매니저가 대면 상담을 설득했지만 그는 결국 센터에는 나오지 않았다. 함 센터장은 “고립·은둔 생활을 시작하기 전에 대처하는 게 무척 힘들다. ‘술 한잔할까?’로 해결되는 게 아니다”며 “심리 상담을 받으면 대번에 ‘정신질환자가 될 수 있다’는 걱정도 하게 된다”고 말했다. 이어 “이 청년의 경우 은둔 생활이 깊어져 끄집어내기 어려웠다”며 “생활 지원 입소 절차를 소개해주고, 가끔 문자 정도로 연락하고 있다”고 말했다.
서울 청년센터 은평에선 정모(23)씨 상담을 진행했다. 우울증이 심해 사회 적응을 못 했고 극단적 시도도 있었다. 정신과 진료과정에서 입원 치료가 필요하단 소견을 받았으나 경제적 문제로 받지 못했다. 센터는 정씨가 사회 참여 의지를 보이는 만큼 고용노동부 청년도전지원사업 참여를 제안했다. 정씨는 2개월간 참여 수당까지 받으며 활동해 현재는 단기 일자리에도 참여하고 있다.
서울 청년센터 관악의 경우 지난 10년간 대부분 집안에서만 보냈던 A씨의 사회 복귀를 추진 중이다. 그는 센터에서 “집만이 유일하게 안전한 공간으로 느껴졌다. 사람 만나기가 무섭다”고 호소했다. 센터는 구직단념 청년에게 진로 컨설팅을 하는 고용노동부의 청년도전캠프를 소개했다. A씨는 매달 50만원의 인센티브를 받으며 하루도 빠지지 않고 수업에 참여하고 있다.
서울시가 청년 공간을 개편하려는 건 얼기설기 이뤄지는 청년 정책을 센터에 집중시켜 고위험 청년을 발굴하고 원스톱으로 지원하기 위해서다. 서울시 청년 공간은 2022년 청년활동지원센터 1곳, 청년허브 1곳, 서울청년센터 12곳, 무중력지대 6곳, 청년교류공간 1곳 등 5개 유형 21곳이었다.
올들어 청년센터 12곳과 무중력지대 6곳을 통합해 청년센터 15곳으로 개편하고 청년교류공간은 폐소했다(3개 유형 17곳). 내년부터는 청년활동지원센터와 청년허브를 통합해 서울광역 청년센터를 만들고 청년센터를 자치구별 하나씩 25곳으로 확대할 예정이다.
각각의 청년센터는 청년 생활권을 기반으로 주민 실정에 맞는 정책을 추진한다. 서초오랑의 경우 주거, 법률, 상담, 건강, 재무 등 13명의 자체 전문가 집단을 보유하고 있는 게 특징이다. 1인 가구 청년에게 임대차 분쟁이 발생했을 때 청년 변호사를 연결해서 내용 증명을 쓰도록 자문하는 식으로 대처해줄 수 있다. 서울시에 갓 전입한 청년이나 일을 하지 않는 니트(Neet)족을 위한 지원 프로그램도 있다. 시 관계자는 “청년센터에 대한 법적 근거를 마련해 공공시설로 위상을 격상하고, 청년 공간의 구조 간소화를 통해 이용 편의를 높일 것”이라며 “청년의 삶에 실제 기여하는 정책 기능 중심으로 모든 시설을 전면 재단장하겠다”고 말했다.
강준구 김이현 기자 eyes@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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