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피폭? 6000억년 걸린다" vs "매일 100t? 검증될 지 우려"

정은혜 2023. 7. 5. 18: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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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핵종제거설비(ALPS)를 거친 후쿠시마 제1원전 오염수가 담긴 K4 수조탱크. 로이터=연합뉴스

4일 국제원자력기구(IAEA)가 발표한 후쿠시마 제1원전 오염수 해양 방류 계획 종합보고서를 놓고 국내 과학자들이 엇갈린 평가를 했다. “일본 정부의 (오염수) 방류 계획이 안전 기준에 부합한다”는 IAEA의 결론에 대해 “과학적으로 검증이 잘 된 보고서”라는 평가가 있는 반면 “일본을 정당화해주는 보고서로 의미가 없다”는 비판도 나왔다.


“국제기구도, 각국 시찰단 검증 결과도 같다”


라파엘 그로시 국제원자력기구(IAEA) 사무총장이 5일 후쿠시마현 이와키시에서 어민과 후쿠시마 제1원전 주변 지방자치단체장 등을 상대로 열린 오염수 설명회에 참석해 IAEA가 전날 발표한 종합 보고서를 설명하고 있다. 사진 연합뉴스
강건욱 서울대학교병원 핵의학과 교수는 5일 중앙일보와 통화에서 “IAEA는 1년간 조사한 내용과 한국·미국·중국 등 국가 시찰단이 시료를 각각 검증한 결과가 보고서에 담겼다”며 “로 데이터(Raw data·미가공 데이터)도 홈페이지에 다 공개돼 있는데, 계산 결과 오염수 방류시 후쿠시마 바다 인근의 주민들이 받을 수 있는 피폭량은 1mSv(밀리시버트) 수준이 되려면 3만년 정도 걸리는 것으로 나왔다”고 설명했다. 이어 “IAEA는 후쿠시마 주민들의 건강 문제만 놓고 평가했는데, 이를 토대로 계산해보면 한국 앞바다 주민들이 안전 기준치를 넘는 양의 피폭을 당하려면 6000억년이 걸린다”고 주장했다. 현재까지 연구 결과 암을 일으킬 수 있는 방사능 피폭량은 1~2주 사이에 100mSv 수준이다.

정용훈 한국과학기술원(KAIST) 원자력 및 양자공학과 교수도 “보고서를 보면 해양 생물의 농축이나, 침전 비율이 잘 고려됐고 방류 대상이 되는 오염수가 ALPS를 몇 번 거쳐야 하는지에 대해서도 검증이 잘 됐다”며 “방류할 물에 들어있을 핵종에 대한 평가도 IAEA 자체 가이드라인에 따랐다”고 평가했다.


“IAEA, 일본이 정한 로드맵대로 검증”


IAEA의 보고서가 객관성을 잃었다는 비판도 제기됐다. 백도명 서울대학교 명예교수(전 서울대 보건대학원 원장)는 “IAEA가 일본이 2021년에 만들어 놓은 기본 방침(basic policy)을 그대로 따랐다”며 “보고서 결론 부분에 ‘정당화(justification)의 책임은 일본에 있다’고 쓰여 있는데, 실질적으로 자체 리뷰를 안 했다는 얘기”라고 말했다. 백 명예교수는 지난 5월 환경단체가 연 기자회견에 참석해 “IAEA는 일본이 2021년 각료 회의에서 오염수 해양 방류를 만장일치로 결정하기 전인 2020년에 이미 일본의 다핵종제거설비(ALPS)를 통한 오염수 해양 방류에 관해 지지를 표명했다”며 “우려스러운 부분”이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익명을 요구한 서울대의 한 현직 교수는 “도쿄전력은 ALPS가 국가 1급 보안 시설이기 때문에 각 국가 시찰단의 접근을 제한했고, 도쿄전력이 탱크에서 직접 시료를 떠서 나눠줬기에 객관적으로 처리된 오염수를 검증했다고 보기 어렵다”며 “당연히 각 국가의 검증 결과는 비슷했는데, 여기서 눈여겨볼 부분은 미국과 프랑스는 시료에서 플루토늄을 발견했다는 것으로 일본이 쏟아내 온, 쏟아낼 오염수의 핵종 검사가 제대로 밝혀지지 않았다”고 했다. 이어 “다핵종제거설비가 아닌 다핵종저감설비가 정확한 말”이라며 “IAEA가 모니터링 한다고는 하지만 매일 100t씩 발생해 콸콸 쏟아지는 오염수를 제대로 확인할 수 있을까 우려스럽다”고 주장했다.


IAEA “후쿠시마 넙치·게 피폭량 기준치 훨씬 못 미쳐”


일본 정부의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가 임박한 가운데 5일 서울 동작구 노량진수산시장에서 직원이 일본산 수산물에 대한 방사능 검사를 하고 있다. 사진 뉴스1
한편, IAEA는 일본이 계획대로 오염수를 방류할 경우 후쿠시마 앞바다의 넙치, 게, 미역 등이 피폭될 양을 계산한 결과도 보고서에 담았다.

IAEA는 보고서에서 “오염수 방류시 후쿠시마 앞바다 넙치의 피폭량은 하루 0.000007mGy(밀리그레이)로 국제 안전표준인 하루 1-10mGy보다 훨씬 낮은 것으로 평가됐다”고 밝혔다. 게의 경우 국제안전표준은 하루 10-100mGy인데, 평가 결과는 하루 0.000007mGy로 나타났고, 미역도 국제안전표준(하루 1-10mGy)보다 평가 결과(하루 0.000008mGy)가 현저히 낮았다.

정은혜 기자 jeong.eunhye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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