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담해진 MZ조폭… 인스타 사진 올리고 “전국구 별들”

신지호 2023. 7. 5. 18: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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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은 최근 폭력조직 '수노아파 호텔 난동' 수사 과정에서 건장한 젊은 남성 10여명이 유흥주점으로 보이는 곳에서 술판을 벌이는 사진을 확보했다.

검찰 관계자는 "옛날 조폭들이라면 SNS에 사진을 올려 세를 과시한다는 건 생각할 수도 없는 얘기"라며 "검찰의 조직범죄 직접수사 권한이 없어진 상황이 지속되다보니 수사기관에 대한 경각심이 약해진 것 같다는 느낌이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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檢, 젊은 조폭들 ‘또래모임’ 동향 추적
조직 간 ‘전쟁’보다는 ‘공생’ 모색
10대 조폭 검거 4년 배 이상 늘어
서울중앙지검 강력범죄수사부가 수노아파 수사 과정에서 확보한 전국 조폭 '또래 모임' 회합 사진. 서울중앙지검 제공

검찰은 최근 폭력조직 ‘수노아파 호텔 난동’ 수사 과정에서 건장한 젊은 남성 10여명이 유흥주점으로 보이는 곳에서 술판을 벌이는 사진을 확보했다. ‘전국구 별들’이란 문구와 함께 인스타그램에 업로드된 사진 속 인물들은 전국 각지에서 모인 폭력조직의 젊은 조직원들이었다. 검찰은 다수 조직원이 술집에서 온몸 가득한 문신을 드러낸 채 춤을 추는 사진 등도 입수했다.

서울중앙지검 강력범죄수사부(부장검사 신준호)는 최근 MZ세대 조폭들이 계파를 초월해 ‘99(년생)모임’ ‘02모임’ 등 나이별로 정기적인 ‘또래 모임’을 갖는 정황을 포착하고 범죄 여부 등 동향을 추적 중이다. 젊은 조폭들은 이런 모임에서 불법 스포츠 토토 등 정보를 공유하는 것으로 검찰은 파악했다.

검찰은 최근 조폭의 생활상과 범행 양상이 과거의 폭력배들과는 상당 부분 달라졌다고 본다. 과거 조폭의 기수별 모임이 위계 확립과 친목에 무게를 뒀다면 최근 또래 모임에서는 지능화된 범죄 수법 등이 주로 공유된다고 한다. 젊은 조직원들이 불법 사채, 대포폰·대포통장을 이용한 보이스 피싱, 주식 리딩방 사기 등 수법을 공유하고, 때로는 계파를 넘어 함께 불법적 사업을 시도한다는 것이다.

이런 변화에는 코로나19 여파 등으로 유흥업이 쇠퇴하고 기존 조직이 젊은 조직원들 생계를 전적으로 책임질 수 없게 된 상황도 영향을 미쳤다고 한다. 검찰 관계자는 “특정 조직이 몇 개 유흥 업소를 장악해 수익과 일자리를 나누던 것은 옛날이야기”라며 “요즘은 예전처럼 계파끼리 전쟁을 하기 보다는, 또래 모임 등에서 정보를 나누면서 ‘윈윈 효과’를 노린다”고 말했다.

통상 또래 모임은 조직 한 곳에서 대표 한 명이 참석하는데, 최소 10개가 넘는 조직이 모임에 출석하는 것으로 검찰은 본다. 검찰은 12명의 남성들이 유흥업소에서 단체 사진을 찍으며 웃고 있는 사진도 확보했는데, 사진 위엔 조직 이름으로 보이는 ‘국제 마피아, 대신동, 한실, 골보, 남양주, 택사스, 상계, 수노아’가 적혀 있었다. 조폭임을 대놓고 과시한 셈이다.

서울중앙지검 강력부가 수노아파 수사 과정에서 확보한 전국 조폭 '또래 모임' 사진. 서울중앙지검 제공

인스타그램 등 SNS에 적극적으로 모임 현장 사진을 올리며 세를 과시하는 점도 최근 젊은 조폭들의 특성이라고 한다. 검찰은 이 같은 인증 사진들을 SNS뿐 아니라 조직원 휴대전화 포렌식 등을 통해서도 다수 확보한 상태다. 이런 자료들을 분석하고 기존에 관리 중인 조폭 명단들과도 대조해 신규 조직원 여부 등을 확인하는데 활용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수사당국은 앞으로도 조폭들의 또래 모임 형식의 연대가 늘어날 것으로 보고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최근 조폭 사건에 연루된 젊은 조직원 비율도 증가 추세다. 경찰청 자료에 따르면 조폭 범죄로 검거된 피의자 중 10대는 2018년 100명에서 지난해 210명으로 배 이상 늘었다. 이 기간 20대도 837명에서 1030명으로 증가했다.

검찰은 또래 모임 회합 정황 등 최신 정보를 업데이트해 조폭 수사에 활용할 계획이다. 다만 이른바 ‘검수완박법’ 시행으로 조폭들의 ‘범죄단체 구성활동죄’는 검찰에 직접 수사권이 없어 적극적 수사에 한계가 있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검찰 관계자는 “옛날 조폭들이라면 SNS에 사진을 올려 세를 과시한다는 건 생각할 수도 없는 얘기”라며 “검찰의 조직범죄 직접수사 권한이 없어진 상황이 지속되다보니 수사기관에 대한 경각심이 약해진 것 같다는 느낌이 있다”고 말했다.

신지호 기자 pss@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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