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프티 피프티 “소속사 대표 배임 의심” 소속사 “협의 원해”
그룹 피프티 피프티와 소속사 어트랙트 간 갈등이 쉽게 봉합되지 않을 전망이다. 멤버들 측은 전홍준 어트랙트 대표의 배임 혐의가 의심된다고 주장한 반면, 소속사 측은 “계약 해지 사유가 없다”며 협의를 원한다는 입장이다.
5일 서울중앙지법 50민사부 심리로 열린 전속계약효령정지 가처분 심문에선 양측의 주장이 평행선을 달렸다. 멤버들을 대리하는 유영석 법무법인 바른 변호사는 “신뢰 관계가 무너져 더는 계약을 유지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어트랙트 측 김병옥 법무법인 서정 변호사는 “사건 본질은 멤버 개개인 문제가 아닌 배후세력의 존재”라며 “어린 아티스트들의 미래를 생각해 원만히 협의하고 싶다”고 밝혔다.
멤버들 측이 계약해지를 요구하는 이유는 크게 세 가지다. ① 소속사가 제공한 정산서에 수익 항목이 누락되는 등 정산자료 제공 의무를 위반했고 ② 멤버들의 신체적·정신적 건강 관리 의무에 소홀했으며 ③ 멤버들 활동을 지원할 소속사의 인적·물적 자원이 부족하다는 것이다.
멤버들 대리인은 전 대표가 연예기획사 스타크루이엔티를 운영하던 시절 음반 유통사로부터 받은 계약 선급금을 문제 삼았다. 전 대표는 유통사로부터 90억원을 먼저 받아 이중 60억원 이상을 피프티 피프티 제작에 사용했다고 주장했는데, 사실 여부를 확인할 수 없을뿐더러 유통사에 대한 스타크루이엔티의 채무를 멤버들의 활동 수익으로 갚는 것이 부당하다고 꼬집었다.
멤버들 측은 또 “전 대표는 음반·음원을 공급 기회를 개인 회사인 스타크루이엔티에 줬다. 이로 인해 멤버들은 (유통사로부터 받을 수 있었던) 거액의 선급금 사용 기회를 상실하게 해 재산상 손해를 입었다. 이에 전 대표를 배임 혐의로 고소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라며 “만약 전 대표가 배임했다면 이 자체로도 멤버들과 소속사 간 전속계약을 해지할 사유”라고 주장했다.
소속사 측은 “배임 의혹은 지나친 상상”이라고 반박했다. 전 대표가 스타크루이엔티 운영을 접고 어트랙트를 새로 설립할 당시 두 회사 간 영업양도계약을 맺었고, 멤버들도 당시 계약에 동의했다는 설명이다. 정산서에 수익 항목이 누락된 것은 용역업체인 더기버스 측 실수이며 이후 문제가 된 부분을 바로 잡아 정산서에 반영했다고도 맞섰다.
소속사 변호인은 “아티스트들이 겪는 고통이 안타깝다”며 “하루빨리 아티스트들과 협의하고 싶으나 접촉할 기회가 전혀 없다”고 호소했다. 멤버들 측은 “이 사건은 소속사의 역량 부족으로 인한 것이다. 외주용역업체와의 갈등이 연예인의 정당한 권리행사를 가로막아선 안 된다”며 소속사의 외부세력 개입설에 선을 그었다.
양측 의견 다툼은 법정 밖에서도 계속됐다.
소속사를 대리하는 김병옥 변호사는 재판 후 취재진과 만나 “이번 일에 멤버들 잘못은 없다. 배후에서 멤버들을 조종하는 자들이 있고 관련 증거도 확보했다. 이에 관해서는 법적 절차를 밟아 반드시 책임을 물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중소 기획사 대표가 전 재산을 투자해 성장시킨 그룹을 외부세력이 강탈하려 든다면, 앞으로 누가 막대한 돈을 들여 신인 가수를 개발하겠나”라고도 말했다.
멤버들 측 유영석 변호사는 “멤버들이 불투명한 정산을 문제 삼은 건 당장 돈을 달라는 의미가 아니다. 단지 정산자료를 제대로 받고 싶다는 것”이라며 “어린 멤버들이 오해와 억측으로 인해 과도한 비난을 받고 있다. 근거 없는 비난을 자제해주길 간곡히 부탁한다”고 호소했다. 워너뮤직코리아가 멤버 영입을 시도했다는 소문에는 “재판과 관련 없는 내용은 확인하기 어렵다”고만 답했다.
신인그룹으로는 이례적으로 미국 빌보드 메인 싱글 차트에 올라 ‘중소돌의 기적’으로 불린 피프티 피프티는 이번 사건으로 활동을 멈췄다. 7일 공개되는 영화 ‘바비’(감독 그레타 거윅) OST ‘바비 드림스’(Barbie Dreams) 뮤직비디오 촬영은 사실상 불가능한 상태. 다음 달 미국 로스앤젤레스에서 열리는 ‘케이콘 LA 2023’과 11월 영국 런던에서 열리는 한영수교 140주년 기념 공연에도 불참하기로 했다. 이밖에 CF 촬영과 예능 프로그램 촬영도 무산됐다고 알려졌다.
어트랙트는 피프티 피프티 음반 프로듀싱 등을 담당한 용역업체 더기버스가 이번 사건 배후에 있다며 안성일 더기버스 대표 등 3명을 사기와 배임 혐의 등으로 고소했다. 더기버스 측은 어트랙트가 허위사실을 유포해 회사 명예를 실추했다며 맞대응을 고려하고 있다.
이은호 기자 wild37@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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