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통위 문턱 넘은 수신료 분리징수… KBS 우려 이유는
방송법 시행령 개정안이 방송통신위원회(방통위) 문턱을 넘은 가운데 KBS와 여당이 반발하고 있다.
5일 방통위는 전체 회의를 열어 텔레비전방송수신료(KBS·EBS 방송 수신료)를 전기요금에서 분리해 징수하는 내용의 방송법 시행령 개정안을 의결했다.
이번 의결로 방송법 제43조 제2항 ‘지정받은 자가 수신료를 징수하는 때에는 지정받은 자의 고유업무와 관련된 고지 행위와 결합하여 이를 행할 수 있다’는 ‘지정받은 자가 수신료를 징수하는 때에는 지정받은 자의 고유업무와 관련된 고지 행위와 결합하여 이를 행하여서는 아니 된다’로 바뀌었다.
개정안은 차관회의 및 국무회의 의결과 대통령 재가를 거쳐 공포된다. 이르면 이달 중순 시행 전망이다. 다만 KBS와 수탁자인 한국전력의 협의를 거쳐 분리 징수 이행 방안을 정해야 하는 만큼, 실제 분리 징수 시기는 조금 더 걸릴 예정이다.
“수신료 분리징수 시 타격 불가피”… KBS 우려 커져
현행 방송법은 ‘텔레비전 수상기를 소지한 사람’에게 KBS 수신료 월 2500원을 일률 부과하고 있다. 1994년부터는 전기요금에 수신료를 통합해 한국전력공사가 일괄 징수해왔다. 수신료 월 2500원 중 한국전력공사는 수수료 6%를, 나머지 91%와 3%가량은 KBS와 EBS가 각각 나눠가진다. 지난해 기준 KBS가 수신료로 번 돈은 전체 수입의 45.3%인 6935억원이었다.
수신료를 분리징수할 경우 KBS 재원에 타격이 있을 전망이다. 징수와 관련해 새 비용이 발생해서다. KBS는 관련 제반 비용을 2배 이상으로 추산하고 있다. 한전이 추산한 액수는 그보다 높다. KBS는 효율 측면에서도 현행 위탁징수 방식이 적정하다는 입장이다. 최선욱 KBS 전략기획실장과 오성일 KBS 수신료국장은 지난 4월 관련 간담회에서 “수신료 수입이 위협받으면 대외방송·국제방송·장애인방송 등 공영방송으로서 수행하던 공익사업이 존폐 위기에 처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KBS는 시행령 개정과 관련한 모든 절차가 한 달 만에 졸속 의결된 것을 지적하고 있다. 통상적으로 행정절차법상 일반적인 입법예고기간을 40일 둬야 하나, 이번 시행령 개정안은 10일 만에 통과됐다. KBS에 따르면 당사자인 KBS의 의견진술 요청 역시 이유 없이 거부당했다. 방송법에 따라 국민은 여전히 수신료 납부 의무를 지고 있으나, 시행령 개정이 국민에게 납부 선택권을 부여한 것처럼 오도될 여지가 있는 것 또한 문제다. KBS는 이날 발표한 입장문을 통해 이 같이 주장하며 “공영방송 제도에 논의가 필요한 시점이라는 의견에 전적으로 동의한다”면서 “사회 논의를 거쳐 근본적인 대안을 마련할 수 있도록 충분한 시간을 달라”고 호소했다. 현재 KBS는 헌법재판소에 방송법 시행령 개정 절차 진행 정지 가처분 신청과 헌법소원을 제기한 상태다.
방통위 내에서도 진통… 야4당 반발 이어져
개정안 의결을 두고 방통위 의원 사이에서도 의견이 엇갈렸다. 여당 추천 위원인 김효재 방통위 위원장 직무대행과 이상인 상임위원이 찬성을, 야당 추천 위원인 김현 상임위원은 표결에 불참하고 퇴장했다. 김 대행과 이 상임위원은 KBS가 기존 수신료를 부적절하게 사용했다고 봤으나, 김 상임위원은 “방통위원 2명이 결원인 상태에서 KBS의 가장 중요한 재원 조달 방법을 변경하는 안건을 심의하는 건 헌법 위반”이라고 지적했다.
더불어민주당·정의당·기본소득당·진보당 등 야4당 역시 우려 시선을 보낸다. 윤석열 정권 언론장악저지 야4당 공동대책위원회는 같은 날 성명서를 내고 “용산 대통령실 지시에 따라 김효재 직무대행 체제 반쪽 방통위가 공영방송 근간을 허무는 데 앞장섰다”고 비판했다. 대안 없이 분리고지만 밀어붙여 징수 비용 상승 등 국민 부담과 사회 혼란을 야기한다는 주장이다. 전체 회의에 앞서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소속 민주당 의원들이 이날 오전 방통위를 항의 방문하기도 했다. 민주당은 향후 의원총회에서 수신료 분리 징수와 관련해 내부 의견을 모으겠다는 계획이다.
김예슬 기자 yeye@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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