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망 임박했는데… 가족의 시한부 선고, 어떻게 전하실 건가요?

오상훈 기자 2023. 7. 5. 18: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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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음교육​] ②​ 죽음을 둘러싼 소통법
사진=클립아트코리아
“더 이상 할 수 있는 게 없습니다”, “마음의 준비를 하셔야 합니다”. 실제 의료진들이 말기암 환자나 보호자들에게 하는 말이다. 한국인 3명 중 1명은 암을 경험한다. 60대 사망자의 42%, 70대의 35%, 80대는 17%가 암으로 죽는다(2020년 사망원인 통계). 그 다음으로는 심장질환, 뇌혈관질환, 간질환, 치매 순이다.

우리나라의 암 치료 성적은 세계 최고 수준이다. 그러나 죽음을 앞둔 환자와 보호자를 대하는 건 그렇지 않다. 치료가 실패하면 그 이후 과정에 대해 친절하게 안내해주는 시스템이 없다. 말기 사실을 전달하는 역할도 보호자에게 떠넘기기 일쑤다. 그러나보니 보호자는 환자에게 어떻게 알릴지 혼란스럽기만 하다. 환자가 충격 받을 걸 우려해 진실을 숨기기도 한다.

◇말기 선고에 대한 반응, “환자마다 매우 달라”
의학적으로 시한부는 어떻게 정해질까. 질환마다 다르지만 대개 적극적인 치료가 불가능하고 점차 증상이 악화되며 통계적으로 기대 여명이 예측될 때다. 예컨대 말기암은 4기거나 전이됐을 때가 아니라, 수술, 방사선 치료, 항암 화학 요법 등이 더 이상 효과를 내지 못 해 수개월 안에 사망할 것으로 예상될 때 선고한다. 서울대병원 완화의료임상윤리센터 유신혜 교수는 “치료법이 없는 신경계질환 같은 경우에는 환자의 컨디션이 어느 정도로 떨어졌을 때를 말기로 보자는 의료진 간의 컨센서스가 있다”고 말했다.

말기가 오진일 가능성도, 극복하는 사람도 있다. 그런데 대부분은 그렇지 않다. 나쁜 소식을 통고하는 게 어려운 까닭이다. 말기를 선고받은 환자들의 반응은 매우 다양하다. 일반적으로는 ‘부정, 분노, 타협, 우울, 수용’이라는 다섯 단계를 거친다고 알려져 있다. 그러나 완화의료를 거부하고 강원도의 찜질방에서 지내면서 안수기도를 받거나 산삼주사 등 비정형적인 치료를 찾아다니는 말기 환자들이 많다. 전 재산을 줄 테니 살려달라는 환자도 있다. 건강한 사람이 이들의 참담한 심정을 이해하기란 어렵다.

◇나쁜 소식 전달하는 보호자 고뇌, 끝내 숨기기도…
그런데 나쁜 소식은 대개 보호자가 의료진으로부터 듣게 된다. 보호자들은 행여나 나쁜 소식이 큰 충격으로 다가가 병을 빠르게 악화시키는 건 아닐지, 환자가 치료를 포기하게 만드는 건 아닐지 걱정한다. 고민 끝에 사실을 말하지 않기도 한다. 2010년 국립암센터의 연구 결과에 따르면 말기암 환자 42%는 말기 사실을 모르는 것으로 조사됐다. 지금도 상황은 비슷한 것으로 보인다. 완화의료 의료진들은 말기 사실을 전달받지 못하는 환자들도 많고, 끝까지 모르고 임종하는 사례도 있다고 말한다.

환자가 사실을 모르면 2차적인 문제로 이어질 수 있다. 가족에게 괜찮다는 말만을 들은 환자 입장에서는 자기 몸이 나빠지는 걸 느끼지만 왜 나빠지는지는 모른다. 막연한 불안감으로 실제보다 더 나쁜 상황을 가정하고 두려워할 수 있다. 의료진과의 관계가 악화되기도 한다. 유신혜 교수는 “환자 입장에서는 의료진에게 마지막으로 들은 말이 치료를 해보자는 것이었기 때문에 더 이상 의사를 신뢰할 수 없게 된다”며 “다른 의사를 찾아가기도 하고 대체 의학에 기대를 걸어보기도 한다”고 말했다.

◇보호자에게 통고 책임 전가하는 의료진, “말기 판정 이후 안내 없어”
사실 보호자들이 입을 닫는 데에는 의료진 책임도 크다. 가장 이상적인 건 환자와 함께 있는 자리에서 의사가 직접 통고하는 것이지만 모든 부담이 보호자에게 전가된다. 치료 옵션에 대해서는 적극적인 가이드 역할을 하지만 그 이후 단계를 안내하는 것엔 인색한 의료진들이 많다. 인천성모병원 가정의학과 박중철 교수는 “심각한 문제라 생각하는데 말기 판정 이후 준비나 선택들에 대해 상세하고 친절하게 안내해주는 시스템이 없다”며 “의료가 세분화되면서 환자와 보호자의 감정은 고려 대상에서 점점 멀어지는 것 같다”고 말했다.

다만 의료진에게도 나쁜 소식은 버겁기 마찬가지다. 오랫동안 진료해온 환자나 어린 환자, 성공적인 결과를 낙관적으로 기대했던 환자라면 더 그렇다. 보호자도 힘든데 의료진이라고 쉬울 리는 없다. 박 교수는 “사실 의료진도 자신의 철학이나 가치관을 담아서 뭔가를 제안하고 싶지만 환자마다 어떻게 반응할지 알 수 없다”며 “섣불리 말했다가 원망 받고 죄책감에 시달릴 걸 우려해 방관자를 자처하게 되는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임종 돌봄을 제공하는 의료진에게는 특히 요구되는 사항이 많다. 말기 환자와 가족 간 의사소통이 갖는 의미, 그 내용에 대한 심층적 이해 등이 필요하다. 그런데 우리나라는 의대에서도 죽음을 교육하지 않는다. 유신혜 교수는 “의과 대학 교육에서 의학적인 기술 등은 점점 발전하고 있지만 죽음을 둘러싼 소통법은 교육 과정에 포함된 지 얼마 되지 않았고 이마저도 비중이 적다”며 “소통이야말로 상황이 굉장히 다양한데 이에 대한 대비가 없다 보니 예상치 못한 상황에 감정적으로 힘들어하는 의료진들이 많다”고 말했다.

◇환자가 어디까지 알고 싶은지 파악해야…
의료진이 어떻든 결국 가장 중요한 건 보호자와 환지다. 그렇다면 환자가 모든 사실을 아는 게 좋은 걸까? 꼭 그런 건 아니다. 모르고 싶은 환자도 있기 마련이다. 세브란스병원 완화의료센터 권승연(소아청소년과) 교수는 “성인이라면 누구나 주체적인 삶을 살고 마무리할 권리가 있으므로 본인이 죽음을 수용하고 정리할 수 있는 시간을 가지게끔 하는 게 좋지만 그걸 원치 않는 환자도 분명 있다”며 “본인의 상태에 대해서 얼마큼 알고 싶은지, 혹시 안 좋은 일이 일어나면 직접 듣고 결정하고 싶은지 미리 파악하고 물어보는 과정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질환의 상태에 대해서 알고 싶지 않은 환자는 거의 없다. 다만 임종은 얘기가 다르다. 환자가 느끼는 두려움의 정도가 크기 때문이다. 의료진으로 부터 들은 말기 사실을 환자에게 전달할 결심이 생겼다면 다음과 같은 사항들을 고려하는 게 좋다. ▲환자가 안정감을 느끼는 공간에서 말하기 ▲환자가 자신의 상태를 얼마나 아는지 확인하기 ▲무엇을 궁금해 하는지 물어보기 ▲이해하기 쉬운 언어를 사용하기 ▲환자의 반응에 공감해주기 ▲질문에 성의껏 답해주기 등이다. 유 교수는 “'이제 병이 조절되지 않으니 당신은 죽을 것'이라는 말처럼 직접적으로 말하는 건 지양해야 한다”며 “오랜 시간 뜸을 들이면서 말하면 환자 입장에서 자기의 감정을 배려했다는 느낌을 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말기 통고를 둘러 싼 의사소통은 자칫 간과될 수 있다. 그러나 연명의료, 호스피스·완화의료 등 남은 단계들을 결정해 나가는 데 있어서 환자와 보호자의 합의는 중요하다. 사별 후 보호자의 상실감도 고려해야 한다. 여러 증례 연구에 따르면 말기 사실을 제대로 전달하지 못해 후회하는 사람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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