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중은행 전환 효과 ‘글쎄’…“과점 해소 역부족”
[한국경제TV 김보미 기자]
<앵커> 이슈플러스로 이어가겠습니다.
경제부 김보미 기자 나와있습니다.
앞서 신용훈 기자 리포트에서 가장 눈에 띄는 내용이 지방은행을 시중은행으로 전환할 수 있도록 해주겠다였습니다.
대구은행이 오늘 공식적으로 전환 의사를 밝혔죠?
<기자> 그렇습니다.
대구은행 지분 100%를 보유하고 있는 DGB금융지주의 김태오 회장은 오늘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빠른 시일 안에 인가신청을 하겠다”는 입장을 밝혔습니다.
이에 대해 금융당국도 “이르면 연내 전환이 가능할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만약 대구은행이 시중은행으로 전환하면, 1992년 평화은행 이후 30여년 만에 새 시중은행이 등장하게 되는 겁니다.
<앵커> 여러 조건들을 갖춰야 할 텐데, 대구은행의 시중은행 전환은 지금 시점에서 현실적으로 가능한 겁니까?
<기자> 일단 기본적인 조건들 충족에는 전혀 문제가 없는 상황입니다.
최저자본금 1천억원을 넘겨야 하는데, 올해 1분기 기준 대구은행 자본금은 6800여억원이고요.
DGB금융지주의 주요 주주 현황을 보더라도 △산업자본이 시중은행 지분을 4% 넘게 보유할 수 없도록 하고 있는 금산분리 원칙, △주주 당 지분 10%를 넘지 못하도록 하는 동일인 보유 한도 요건도 모두 만족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앵커> 이렇게 되면 올해 안에 6대 시중은행 체제로 갈 수는 있겠습니다.
그런데, 중요한 건 이게 본질적으로 은행 과점 해소에 도움이 될 수 있겠느냐 하는 부분 아니겠습니까,
정부가 TF를 만들어 4개월 동안 논의한 이유가 여기에 있는데, 어떻습니까?
<기자> 금융당국은 이렇게 새로운 플레이어가 등장했을 때, 은행들 간 여수신 경쟁이 확대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습니다.
또 “언제든 잠재적 경쟁자가 들어올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됐다는 것 그 자체만으로도 기존은행들을 더 경쟁적으로 움직이게 만들 수 있을 것”으로 봤는데요.
하지만 은행권에서는 아직까지 회의적인 시각이 조금 더 많습니다.
<앵커> 회의적으로 보는 이유는 뭡니까?
<기자> 일단 시중은행과 체급 차이가 큰 만큼, 시중은행으로 전환하더라도 5대 은행을 따라잡기 쉽지 않을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옵니다.
당장 1분기 순이익을 보면 대구은행(1278억원)은 5대 시중은행의 약 1/8 수준입니다.
이렇다 보니, 지방은행이 5대 은행과 실질적으로 경쟁이 가능하려면 최소 조단위의 자본금이 필요할 것이라는 관측까지 나오고 있고요.
또 다른 측면에서는 금리 경쟁으로 물론 금융소비자들이 보다 높은 예적금 금리, 낮은 대출금리를 제공받을 수 있는 기회가 커졌다는 점에서 긍정적일 순 있겠지만, 과연 은행들 간 서비스 차별화가 이뤄질 수 있을 것이냐에 대해서는 의구심을 제기하는 시각도 있습니다.
인터넷전문은행의 경우 혁신서비스를 통해 시중은행과 경쟁하고 있다지만, 결국 주담대 비중을 키워나가는 등 기존 영업방식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거든요.
시장 파이를 키우기보다는, 금리 경쟁으로 한정된 파이를 쪼개 갖는 구조로 흘러갈 수 있다는 견해도 나옵니다.
<앵커> 이미 벌어진 체급 차이를 벗어나기는 어렵다는 거군요.
다음으로 이번에 저축은행이 지방은행으로 전환할 수 있도록 했습니다.
그런데 저축은행들 반응이 뜨뜻미지근한 것 같습니다?
<기자> 네. 일단 지방은행 전환을 추진하려면, 앞서 말씀드렸던 금산분리 원칙이나 동일인주식보유한도 등의 요건을 갖추기 위해서 주주들의 보유지분 매각 절차를 진행해야 하는데, 이게 말처럼 그렇게 쉬운 일이 아닙니다.
또 지금 지방은행들도 중소기업의 경영난 악화 등으로 영업환경이 좋지 않은 상황에서 굳이 무리하면서까지 지방은행으로 전환할 만한 가치가 있을까에 의문을 표하는 곳들이 많았습니다.
대신 오늘 저축은행 업권에 대해서는 금융당국이 저축은행간 M&A규제를 풀어줬거든요.
중소 저축은행을 대형 저축은행이 인수할 수 있게 되면 규모의 경제를 실현하는 것은 물론, 저축은행들 간의 양극화 문제도 해소될 수 있다는 점에서 업권은 환영의 뜻을 나타냈습니다.
때문에 저축은행업권의 경우에는 지방은행 전환을 추진하기보다는, 같은 업권 내에서 M&A를 통한 몸집 불리기에 나설 가능성이 더 높아보입니다.
<앵커> 플레이어를 늘려서 은행들의 경쟁을 촉진하겠다.
정부의 의도가 실제로 얼마나 효과를 낼 수 있을지는 일단 시간이 좀 더 필요해 보입니다.
마지막으로 들여다봐야 하는 부분이 정부가 은행에 추가로 더 자본을 확충할 것을 주문했네요.
위기에 대응할 체력을 더 갖추라는 의미는 좋은데, 은행들은 부담이 되겠습니다.
연말 배당에도 영향이 있지 않을까요? 어떤 분석들이 나오고 있습니까?
<기자> 자본여력만 보면, 현재로서는 배당정책에 크게 변화를 줄 정도는 아니라는 의견이 지배적입니다.
올해 초 국내 금융지주들이 배당확대 계획을 하나둘씩 내놨었는데, 이때 이미 추가로 자본 확충이 이뤄질 수 있다는 점도 최대치로 감안이 됐다고 하거든요.
다만, 당국의 배당억제 의지가 명확해 보이는 이런 분위기에서 과연 금융지주들이 이를 거스르고 배당확대를 이어나갈 수 있을까 라는 점은 변수가 될 수 있다는 견해가 있었습니다.
<앵커> 지금까지 김보미 기자였습니다.
김보미 기자 bm0626@wowtv.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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