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슬라, 전세계 판매 역대 최고·韓에선 침체…왜?
반면 한국선 지난해 상반기 절반 수준
'신차 효과'X·가격 인하·보조금 정책 등
수요에 부정적 영향 끼쳐
달러 강세로 공급↑ 유인도 낮아져
인적 쇄신·서비스 강화로 극복 노력 중
테슬라는 올 상반기 전 세계에서 90만대 가까이 팔았다. 지난해 4분기 처음으로 분기 판매량 40만대를 넘긴 후 올 들어서도 꾸준히 상승세를 타 올해 2분기엔 46만대를 넘겼다. 다만 한국에선 뒷걸음질 쳤다. 올 상반기 한국 내 판매량은 절반가량 줄었다. 4~5년간 신차가 없는 점, 가격 인하 정책 등이 수요에 악영향을 끼쳤다는 분석이 나온다. 수요가 줄어든 만큼 공급도 줄일 요인도 많다. 테슬라코리아는 인적 쇄신, 고객 대상 서비스 강화 등 침체에서 벗어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테슬라는 올해 2분기(4~6월) 고객에게 인도된 차량 대수가 46만6140대라고 밝혔다. 지난해 동기 대비 83% 증가한 수치로, 2분기 사상 최대다. 1분기에도 42만2875대를 인도해 상반기 총 88만9015대를 팔았다. 모델별 판매량을 보면 모델 3와 Y가 85만9095대 팔려 판매량 상승을 견인했다. 모델 X와 S는 2만9920대 판매됐다.
하지만 한국 판매량은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카이즈유데이터연구소 자료를 보면 올해 상반기(1~6월) 테슬라는 3733대 팔았다. 지난해 같은 기간(6746대)에 비해 절반 수준이다. 지난 5년간 두 번째로 낮은 수치기도 하다. 구체적으로 모델 3 판매량이 급감했다. 지난해 상반기 모델 3 판매 대수는 4714대였으나 올해에는 535대에 그쳤다.
세계 시장과 한국 시장 간 판매량이 차이를 보이는 이유는 한국에서 수요가 줄었기 때문이다. 우선 테슬라는 판매량을 끌어올릴 수 있는 ‘신차 효과’를 누릴 수 없는 상태다. 가장 많이 팔리는 모델 3는 2019년 출시 후 소프트웨어를 3차례 업데이트했다. 이른바 ‘리프레시’라 불리며 차량 성능(주행 거리 등)이 향상된다. 다만 자동차 회사들이 일반적으로 매년 진행하는 부분 변경, 연식 변경 등을 하지 않아 외관은 그대로다.
공격적인 가격 인하 정책도 한국에서 테슬라 수요가 줄어든 요인으로 꼽힌다. 김필수 대림대 미래자동차학부 교수는 “한국 소비자들은 자동차를 재산의 한 가지로 보는데, 가격이 낮아지면 중고차 가격도 내려간다”라며 “테슬라가 고급 이미지보다 대중 브랜드라는 이미지가 더 커져 판매량에 영향을 끼쳤다”고 했다.
수입 자동차 업체에 불리한 전기차 보조금 정책이 수요에 영향을 끼칠 수 있다. 올해 보조금 개편안을 보면 산정 기준에 ‘사후관리역량 평가’가 추가됐다. 전기차 사후관리 기반시설이 부족하다는 민원을 해결하기 위해 도입됐다는 게 환경부의 설명이다. 제조사가 직영 정비센터를 운영할 경우 가장 높은 점수를 받는다. 하지만 수입차 업체들은 한국에서 직영으로 정비센터를 운영하지 않고 딜러사를 통해 운영한다. 현대자동차·기아 등 국내 브랜드와 보조금 격차가 벌어질 수밖에 없다.
수요가 줄어든 만큼 테슬라가 공급을 줄일 만한 요인도 있다. 원화 가치가 낮은 상황에서 한국에서 차량을 판매할 유인이 낮기 때문이다. 한국에서 판매되는 모델 3와 Y는 모두 미국에서 생산된다. 중국 상하이 공장에서 생산되는 두 모델은 한국으로 수입되지 않는다. 미국에서 한국으로 차량을 보낼 때 물류비까지 고려한다면 미국 본토나 근거리에 있는 캐나다, 멕시코 등에서 판매하는 게 더 낫다는 것이다. 그렇다고 가까운 중국에서 물량을 보내는 것도 ‘남는 장사’가 아닐 수 있다. 기본 물류비에 더해 미국과 달리 중국과 한국 사이에는 자동차 관세가 남아있기 때문이다.
위기감을 느낀 테슬라는 최근 김경호 테슬라코리아 대표를 대신해 이본 챈 대만·태국 대표가 겸직하도록 했다. 본사 정책상 없던 홍보 조직도 다시 만들었다. 고객 혜택도 늘리고 있다. 지난 5월 모델 S, X 구매자를 대상으로 전용 충전소를 무료로 이용할 수 있는 슈퍼차징 프로그램을 재개했다. 지난 3일에는 보증 기간이 끝난 후에도 추가 보증을 받을 수 있는 연장 보증 프로그램(EWI)를 출시했다. 이 프로그램의 한국 출시는 중국에 이어 전 세계 두 번째다.
오규민 기자 moh011@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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