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대신할 곳 어디 없소”…‘알타시아‘가 온다

이희권 2023. 7. 5. 17: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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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트남 박닌성 옌퐁공단에 위치한 삼성전자 휴대폰 공장 생산라인의 모습. 삼성전자


산업계 전반에 탈(脫)중국화 기조가 뚜렷해지면서 중국의 빈자리를 채우기 위한 대안으로 ‘알타시아’(Altasia)가 부상하고 있다. 글로벌 공급망이 빠르게 재편되는 가운데 국내 기업도 적극적으로 기회를 포착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대한상공회의소는 5일 ‘글로벌 무역구조의 변화와 대응과제’ 연구 결과를 발표하며 중국을 대체할 수 있는 공급망 국가로 한국을 비롯한 아시아 14개국이 알타시아(Altasia·Alternative+Asia)로 주목받고 있다고 밝혔다. 알타시아는 최근 영국 경제 전문지 이코노미스트가 언급한 신조어다. 당장 중국의 역할을 대신할 수 있는 나라는 없지만, 기술력이나 물류·자원·투자 정책 등 부문별로 나눠볼 때 중국을 둘러싼 여러 나라가 모인다면 중국을 대체(Alternative)할 수 있다는 뜻이다.

실제로 탈중국화 흐름이 뚜렷하다.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KOTRA)에 따르면 최근 2년 새 글로벌 기업 10곳 중 6곳 이상(63%)이 중국 내 생산기지의 4할 이상을 인도와 베트남으로 이전했다. 특히 인도는 중국보다 많은 인구에다 풍부한 노동력, 거대한 내수 시장을 앞세워 최적의 대체지로 떠올랐다. 이미 애플과 소니, 아디다스 등이 중국을 떠나 인도와 동남아에 생산 둥지틀 틀었다.

국내 기업의 중국 내 영업 활동이 급격히 위축된 상태다. 삼성전자의 지난해 중국법인 임직원 수는 1만7891명으로, 2013년 6만여 명에서 3분의 1 이하로 쪼그라들었다. 현대차 역시 지난 3년 새 중국법인 직원 숫자가 20%가량 줄었다.

글로벌 기업이 ‘세계의 공장’ 역할을 하던 중국을 외면하는 배경에는 미·중 패권 갈등에 따른 중국으로의 첨단기술 도입 제한과 이에 맞선 중국의 압력, 중국의 자국산 제품 자급 확대 등이 있다. 하지만 보다 근본적으로는 중국이 더는 ‘예전의 중국’이 아니게 된 영향이 크다. 중국 제조업 임금은 지난 10년 동안 두 배 이상 오르며 시간당 8.27달러(약 1만750원)로 치솟았다. 베트남·인도네시아 등과 비교하면 3배 가까이 비싸다.

중국 감싼 초승달 모양 알타시아


중국을 둘러싼 아시아 국가들은 노동의 양과 질 모두에서 중국을 앞서기 시작했다. 알타시아 14개국의 전체 노동인구(15~64세)는 14억300만 명으로 중국(9억5000만 명)보다 많다. 고등교육을 받은 25~54세 인구도 1억5500만 명으로 중국(1억4500만 명)을 뛰어넘는다.

이에 한국과 일본·대만이 첨단 기술과 자본을, 싱가포르가 금융과 물류를, 인도·베트남·인도네시아·필리핀 등이 노동력과 자원을 각각 담당하면 충분히 중국의 ‘대안 공급망’을 구축할 수 있다는 게 알타시아 주장의 핵심이다. 여기에 최근 미국이 중국의 인공지능(AI) 개발을 억제하기 위해 AI용 반도체 수출을 통제하자 중국이 갈륨·게르마늄 등 자원 무기화로 강경 대응에 나서는 등 공급망 다변화 필요성도 커졌다.

한계도 있다. 이들 국가는 아직 ‘중국 견제’라는 공통점 이외에 별다른 협력 시스템이 없다. 여전히 막강한 중국의 소비력을 완전히 대체하는 게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는 반론도 있다.

무엇보다 중국이 코로나19 기간 중 경제의 내수화, 산업의 내재화를 추진하면서 한국의 대(對)중국 수출이 크게 줄어든 만큼, 알타시아를 포함한 중국 이외의 지역으로 수출을 늘릴 기회를 선제적으로 잡아야 한다는 주장에 힘이 실린다. 이부형 현대경제연구원 이사는 “알타시아로 꼽힌 나라 중 뛰어난 기술력과 인적 자본, 안정적 사회 인프라, 테스트베드로서 적합한 시장 환경을 골고루 갖춘 나라는 우리나라를 포함해 극소수”라며 “한국이 국제 사회로부터 매력적인 공급망 대체국으로 인정받을 수 있게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희권 기자 lee.heekw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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