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출규제 완화에 가계부채 증가 우려...고민 커지는 한은
오는 13일 기준금리 결정을 앞둔 한국은행이 심상찮은 가계부채 증가세 때문에 골머리를 앓고 있다. 정부가 주택시장 연착륙을 위해 각종 대출 규제를 완화하면서 하반기 주택담보대출이 더욱 가파르게 늘어날 수 있어서다. 2021년 8월 한은이 기준금리를 인상하기 시작한 주된 요인은 '영끌(영혼까지 끌어모아 대출)' '빚투(빚내서 투자)' 열풍에 따른 가계부채 폭증이다. 이후 고물가 위기까지 더해지면서 기준금리를 3%포인트 올리며 강도 높은 긴축 정책을 펴왔지만 2년도 안돼 ‘디레버리징(부채 축소)’ 효과가 반감되는 모양새다.
5일 금융권에 따르면 6월 말 기준 5대 은행의 가계대출 잔액은 678조2454억원으로 한달새 6332억원 늘었다. 주택담보대출 잔액이 511조4007억원으로, 한 달만에 1조7245억원이나 불어난 영향이다. 지난 2월부터 3개월 연속 감소해 온 주담대는 5월부터 증가로 전환했다. 6월 증가폭은 5월(6935억)의 두 배 이상이다. 신용대출 감소분(-7442억원)을 상쇄하고도 남을 만큼 크게 늘면서 전체 가계대출도 두 달 연속 증가했다. 5대 은행의 비중을 고려하면 전체 은행 및 금융권 가계대출도 올해 4월부터 3개월 연속 증가인데다 증가 폭도 커졌을 것으로 보인다.
문제는 이런 흐름이 하반기에 가속화할 수 있다는 점이다. 정부는 지난 4일 전세보증금을 반환하기 위한 대출 요건을 기존 DSR(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 40%에서 DTI(총부채상환비율) 60%로 1년간 완화한다고 밝혔다. 고금리에 부동산 거래가 줄면서 집값이 떨어지고, ‘깡통전세(매매가가 전세가보다 하락)’ ‘역전세(기존 계약 종료 시점에 전세가 하락)’가 속출하자 내놓은 긴급 처방이다. 연 소득 대비 모든 대출을 따지는 DSR과 달리 DTI는 주택담보대출 기준이라 개인의 대출 한도를 늘려주는 효과가 있다.
정부는 가계부채 우려가 제기될 때마다 ‘DSR 40%룰’이 방패막이라고 강조한다. 하지만 예외적ㆍ한시적 규제 완화가 더해지면서 이조차 약화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은에 따르면 올해 1분기 가계대출자의 평균 DSR은 40.3%로 추정된다. 지난해 4분기에 2018년 이후 처음으로 40%대에 올라선 이후로 2분기째 40%대다. 만약 대출자의 소득과 금리가 그대로라면 하반기에 평균 DSR은 증가할 수밖에 없다. 한국은 지난 1분기 기준으로도 주요 34개국 중 GDP 대비 가계 부채 비율(102.2%) 1위다.
올해 시행된 ‘특례보금자리론’도 주담대 증가의 주범으로 꼽힌다. 9억 이하의 주택이라면 상대적으로 낮은 고정금리에 최대 5억원까지 대출이 가능하다. 최근 들어 기존 대출을 갈아타려는 수요보다 신규주택 구입 목적인 경우가 많아졌다. 올해 공급 목표액(39조6000억원) 중 62.8%가 이미 소진됐지만 정부는 추가 재원을 마련해 하반기에도 공급하겠다는 방침이다. 한 금통위원은 “주택시장 연착륙 목적은 어느 정도 달성됐다”며 “특례보금자리론 한도가 과도하게 늘어나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7월 금통위에서 가계부채 때문에 기준금리를 올리기는 쉽지 않은 상황이다. 하반기 소비자 물가 상승률이 2~3%대로 예상되는데다 경기 하강 국면이 이어지고 있어서다. 다만 3.5% 수준인 기준금리를 더 오래 유지할 수 있는 근거가 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김경희 기자 amato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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