늘어나는 개인파산에…법원, 소송비용 면제·유예 대상 늘린다

서울 서초구 서울회생법원의 모습. 뉴스1

법원이 개인회생·파산을 하는 시민들의 소송비용 면제·유예를 확대한다. 5일 대법원은 개인회생·파산 소송구조 대상자 소득 기준을 당초 중위소득 60% 이하에서 75% 이하로 높이는 것을 골자로 한 ‘소송구조제도의 운영에 관한 예규’ 개정안을 행정 예고했다고 밝혔다.

대법원은 “경제적 위기에 처한 채무자가 적시에 개인회생·개인파산 등 개인도산절차를 이용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한 것”이라며 “개인회생 등 사건의 가파른 증가 추세를 고려해 개정 예규는 오는 9월부터 시행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지난 1~5월 전국 법원에 접수된 개인회생 건수는 총 4만9655건으로, 지난해 동기(3만4553건)보다 43.7% 증가했다.

소송구조는 소송 비용을 낼 돈이 없는 시민에 대해 법원이 직권으로 혹은 신청을 받아 인지대·송달료, 변호사비 등을 대신 내주거나 납부를 유예해주는 제도다. 일반 민사·가사·행정사건의 경우엔 수급자나 차상위계층 등만 소송구조를 받을 수 있지만, 법원은 개인파산·회생 사건에선 소득이 일정 이하이거나 60세 이상, 장애가 있는 등 경우도 소송구조를 받을 수 있도록 규정해놨다.

당초 개인파산·회생 사건 소송구조 소득 기준은 별도로 없었다. 하지만 2012년 대법원은 “개인파산·면책, 개인회생 절차에서 소송구조의 요건이 민사소송법과 달리 지나치게 제한적”이라며 위기 가구 생계지원 기준과 같은 ‘최저생계비의 150%(중위소득의 60%) 이하’로 소득 기준을 추가했고, 이 기준이 지금까지 유지돼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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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 “소송구조 확대…충분 예산 확보 필요”

오수근 대법원 회생·파산위원회 위원장이 지난달 27일 서울 서초구 대법원에서 열린 회생·파산위원회 제18차 정기회의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뉴스1

경제적 약자의 소송을 지원한다는 취지로 만들어졌지만, 그간 소송구조 제도는 실효성이 낮다는 비판도 받아왔다. 1년 치 전국 법원 예산이 수십억 원에 불과해 인용률이 낮은 편인 데다가, “패소할 것이 분명한 때에는 (소송구조 대상에서) 제외한다”는 법원 예규에 따라 신청한 사람이 직접 ‘승소할 가능성이 있다’고 법원에 소명을 해야 하는 불편함도 있어서다. 실제로 사법연감에 따르면 2021년 기준 소송구조 신청사건은 총 7018건으로, 같은 해 전국 법원에 접수된 개인회생 사건 수(8만1030건)의 8.6%에 불과했다. 이 중 법원에서 인용된 소송구조 신청사건 수는 4398건(인용률 62.7%)이었다. 법원이 직권으로 소송구조를 한 경우는 638건에 그쳤다.

더군다나 소송구조 사건은 변호사 기본보수액이 100만에 불과해 변호사들이 수임을 꺼리는 문제도 있었다. 사법정책연구원은 지난해 11월 발간한 보고서에서 “성공적인 소송구조 제도의 정착을 위해서는 변호사들이 현실적으로 소송구조사건을 선호하도록 만들 필요성이 있다”며 “안정적인 소송구조의 예산 확보가 결국은 직권 소송구조를 활성화하는 방안이 될 것”이라고 지적했었다. 대법원은 “소송구조를 확대하기 위해 충분한 예산을 확보할 필요가 있다”며 “2024년도 소송구조 예산이 증액될 수 있도록 기획재정부, 국회 등 관계 기관과 긴밀히 협력할 예정”이라고 했다.

이병준 기자 lee.byungjun1@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