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 당대표 윤리위 나란히 제소…"최악의 관계 때문"
기저엔 '최악의 여야 관계' 자리잡아
여당대표 취임 후 4개월간 회동 없어
김기현 국민의힘 당대표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당대표가 나란히 국회 윤리위원회에 제소됐다. 일본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와 노란봉투법 처리를 둘러싼 공방 과정에서 나온 '막말'이 윤리위 제소 이유인데, 국제원자력기구(IAEA)가 일본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의 해양 방류 계획이 국제안전기준에 부합한다는 최종 보고서가 나온 직후 여야간 강대강 충돌이 한층 격화하는 모양새다.
전주혜 국민의힘 원내대변인은 5일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오늘 국민의힘은 이재명 민주당 대표와 임종성 민주당 의원, 김영주 국회부의장에 대해 국회 윤리위에 징계해달라는 징계안을 제출했다”고 밝혔다.
이 대표의 윤리위 제소 이유는 ‘돌팔이’ 발언이다. 이 대표는 지난 달 17일 인천에서 열린 오염수 방류 규탄대회에 참석해 “집권 여당이 ‘(오염수를) 매일 1리터, 10리터씩 마셔도 아무 상관없다’고 하는 돌팔이 과학자를 불러다 발표하는 것이 바로 국민을 우롱하고 괴담을 퍼트리는 것”이라고 언급한 바 있다. 국민의힘은 ‘다핵종제거 설비(ALPS)로 처리한 물이라면 마실 수 있다’고 한 앨리슨 교수를 국회로 초청해 간담회를 개최했는데 이 대표가 이를 저격한 것이다.
전 대변인은 “이런 행위들은 우리나라의 수산업자, 그리고 횟집·젓갈집 사장이나 관계 종사자들의 마음을 멍들게 하는 아주 심각한 것”이라며 “민주당의 괴담과 선동으로 우리나라의 선량한 수산업자와 횟집·젓갈집 상인들이 큰 피해를 당하고 있다는 점에서 매우 부적절한 발언으로 국회의원 품위 유지를 손상했다고 판단해 징계안을 제출하게 됐다”고 강조했다.
국민의힘이 이 대표를 윤리위에 제소한 것은 맞불 성격이다. 전날 민주당은 김기현 대표의 ‘마약 도취’ 발언을 문제 삼아 국회 윤리위에 제소한데 따른 것이다. 김 대표는 지난 1일 울산시당 워크숍 이후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민주당의 ‘이태원 참사 특별법’, ‘노란봉투법’ 등의 처리를 놓고 “이미 불치의 질병에 걸린 것 같다”며 “마약에 도취돼 오로지 눈앞의 이익에만 급급하면서, 국민의 참사마저도 정쟁의 도구로 악용하는 아주 나쁜 짓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에 민주당은 징계안을 통해 “김 대표는 과도한 막말로 야당의 정당한 입법 행위를 폄훼하고 국회의 품격을 훼손했다"며 "이는 참사 유가족뿐 아니라 진상규명을 바라는 국민까지 모욕한 것으로 집권 여당의 대표로서의 자질을 의심케 한다"고 비판했다. 이와 함께 김 대표가 아들의 가상자산 투자 의혹에 대해 거짓말을 했다는 내용도 포함했다. 김 대표는 아들이 ‘봉급 받는 회사원’이라고 했는데 수십억 원대 ‘먹튀’ 의혹을 받는 회사 '언오픈드'의 최고운영책임자(COO)였던 사실이 드러나자 거짓 해명을 했다고 주장하는 상황이다.
양당 모두 ‘막말로 인한 국회의원 품위 유지 손상’을 이유로 내세우지만 실제로는 최악으로 치달은 여야 관계를 그대로 보여준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상대 정당의 당대표 윤리위 제소는 서로를 제압하기 위한 수단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박상병 정치평론가는 “완전히 정치가 실종된 상태 속에서 여야가 지지층 결집을 위해 정쟁을 벌이며 상대 정당 당대표 윤리위 제소 등 못할 것이 없는 것”이라며 “우리 정치권의 최악의 모습이 진영 대결인데, 지금의 여야 진영 대결은 근래 들어 드물 만큼 극대화된 상태”라고 설명했다.
통상 여야 당대표가 당선 뒤 회동을 하는 것과 달리 김 대표가 당선된 지 약 4개월이 됐지만 지금까지 만남이 없었다는 점도 부정적인 여야 관계를 보여주는 단면으로 꼽힌다. 박 평론가는 “상대방을 대화와 협상의 대상이 아니라 적으로 보고, 정치권에서 쓸어내야 할 대상으로 보고 있다”며 “의회 민주주의가 전혀 작동되지 않고 있다”고 꼬집었다.
이 같은 최악의 여야 관계는 내년 총선 전까지 이어질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당대표 회동 또한 가능성이 낮은 것으로 점쳐지고 있다. 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일단 본인들 핵심 지지층이 흩어질 일은 하지 않을 것으로 보이는데 여야 당대표가 만나게 되면 층에서는 서로 타협한다고 볼 수 있어서 서로 공격과 수비를 주고받기는 해도 올해 말까지는 웬만해선 만나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금보령 기자 gold@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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