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AEA "후쿠시마 생선 1일 190g 괜찮다"…韓 "그래도 수입금지"
일본 후쿠시마(福島) 제1원전 오염수 처리 문제에 대해 4일 국제원자력기구(IAEA)가 ‘합격 통보’를 했다. 기시다 후미오(岸田文雄) 일본 정부는 오염수 해양 방류라는 최종 고지를 위한 결정적인 발판을 만든 셈이다. 반면 IAEA의 결론에 대해 주변국이 반발하고 자국 어민들도 우려하고 있다. 현재까지 나온 후쿠시마 오염수 방출과 관련한 핵심 내용을 정리했다.
日정부, 언제 방류하나
마쓰노 히로카즈(松野博一) 관방장관은 5일 오전 기자들과 만나 내달 오염수 방류 개시 가능성과 관련해 “다핵종제거설비(ALPS·알프스)를 거친 처리수(오염수)의 해양 방류 시기는 올해 봄부터 여름 경이라는 방침에 변화가 없다”고 밝혔다.
아울러 그는 “안전성 확보, 세간의 소문(풍평)에 관한 대응책과 함께 알기 쉽게 국내외에 정중하게 정보를 발신해 나가겠다”고 했다. 4일부로 IAEA로부터 과학적 검증에 대한 토대는 갖춰졌고, 이제 정치의 영역으로 넘어가겠다는 의미로도 해석된다.
IAEA도 일본 측에 힘을 실어줄 것으로 전망된다. 라파엘 그로시 IAEA 사무총장은 5일 후쿠시마현을 방문해 현장 점검을 한 데 이어, 오는 7일에는 한국을 방문해 IAEA 최종 보고서와 관련된 설명을 할 예정이다. 교도통신에 따르면 그로시 총장은 후쿠시마를 방문한 자리에서 “(오염수의)최후의 한 방울이 안전하게 방류될 때까지 IAEA는 후쿠시마에 머물 것”이라고 발언했다. “20,30년 후에도 계획대로 되는지 확인하겠다”고도 했다.
후쿠시마 수산물 먹어도 되나
IAEA 보고서에는 도쿄전력이 일본인의 일일 평균 생선 섭취량을 기준으로, 그 중에서도 생선을 많이 먹는 성인(190g)을 대표자로 선정해 방사능 영향 평가를 진행한 결과가 그대로 실렸다. 유아(97g), 영아(39g) 역시 평균보다 많이 먹는 사례를 기준으로 방사능 영향을 측정했다.
IAEA는 “‘수산물 섭취로 인한 영향은 미미했다’는 일본 측 결론은 국제기준에 부합한다”고 평가했다. “생선을 많이 먹는 성인 기준 방사선의 연간 유효 선량은 0.000032mSv(밀리시버트)에서 0.0000062mSv 수준으로 나와, 실제 수치에서 불확실성을 감안하더라도 도쿄 전력이 연간 방사능 제한선으로 삼고 있는 0.05mSv보다 훨씬 낮을 것”이라는 결론이다.
보통 흉부 엑스(X)선 촬영을 할 때 노출되는 방사능 선량은 0.01~0.04mSv 가량, 자연 상태에선 연간 3mSv 정도 피폭된다고 한다. 이런 맥락에서 IAEA는 “일본 측의 환경영향평가는 대표자의 추정 방사능 선량치에 대한 민감성을 포함하고 있다"면서도 "검증 수치 자체는 기준보다 훨씬 낮은 수준”이라고 밝혔다. 넙치와 게, 해조류에 대한 방사능의 흡수선량 조사에서도 “일일 최소 흡수선량인 1mGy(밀리그레이)보다 월등히 낮았다”는 일본 측 주장이 타당하다고 봤다.
수산물 수입 재개 관련 한국 정부 입장은
앞서 세계무역기구(WTO)도 후쿠시마 수산물의 안정성 여부와는 별개로, 한국이 자국민의 건강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수입 금지 조처를 내린 건 정당하다는 결론을 내린 선례가 있다. 일본이 한국을 WTO에 제소한 사건에서 2019년 WTO 상소기구는 “한국 정부가 결정한 수입규제가 부당하거나 자의적인 무역 차별이라고 보기 어렵다”며 한국의 손을 들어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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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LPS에서 못 거르는 삼중수소 영향은
IAEA는 최종 보고서에서 “후쿠시마산 수산물 등을 먹는 것만으로 삼중수소 노출의 위험성이 올라가진 않는다”는 일본의 검증 결과가 맞다고 했다. “삼중수소에 가장 많이 노출되는 경우는 오염수가 방류된 해역에서 수영하면서 바닷물을 무심코 마실 때”가 될 것이라면서다. IAEA 보고서에 따르면 도쿄 전력의 방사능 영향 평가에서 검출된 핵종 가운데 비율이 높은 성분은 요오드-129, 탄소-14, 철-55, 셀레늄-79 순으로 이들이 전체의 90%를 차지했다. 삼중수소는 미미했다.
도쿄 전력은 ALPS를 거친 오염수에 깨끗한 물을 섞어 삼중수소를 리터당 1500Bq(베크렐)로 희석해 내보낸다는 계획이다. 세계보건기구(WHO)는 삼중수소의 규제 상한에 대해 1만Bq을 제안하고 있고, 미국은 훨씬 보수적인 740Bq의 규정을 적용하고 있다.
삼중수소의 영향력에 관해서는 과학자 사이에서도 의견이 엇갈린다. 미 원자력 규제위원회는 “모든 사람은 매일 소량의 삼중수소에 노출된다”는 입장이다. 반면 후쿠시마 현장에 방문했던 로버트 리치먼드 미 하와이대의 케왈로 해양연구소장은 도쿄 전력의 방류 계획을 검토한 이후 “시기 상조”라며 반대 입장을 밝혔다고 미 CNN은 전했다. IAEA는 보고서에 “삼중수소 외에도 ALPS로 처리한 물에는 여타 방사능 핵종이 소량 남아있을 수 있다”는 점을 명시하기도 했다.
과학서 정치의 영역 넘어간 후쿠시마 문제
일본 어민들도 일부 부정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다. 후쿠시마현에서 어업에 종사하는 미하루 토모히로는 5일 마이니치 신문에 “정부로서는 처리수(오염수)의 안전성을 강조하기 위해 IAEA 보고서가 필요 했겠지만, 우리를 먼저 납득시켜야 하지 않는가”라고 말했다. 앞서 미 CNN 방송도 원전수 해양 방류가 시작되면 후쿠시마 어업이 또다시 위축될 수 있다는 현지 어민들의 걱정 어린 분위기를 전했다.
반면 미국은 일본 쪽에 힘을 보태고 나섰다. 매슈 밀러 미 국무부 대변인은 4일(현지시간) “일본은 2011년 후쿠시마 원전 사고 이후 공개적이고 투명한 관리를 해왔다”며 “방류 계획과 관련해서도 일본은 과학에 기반한 투명한 절차에 따라 IAEA와 협조해왔다”는 논평을 냈다.
“IAEA는 일본 편향” 지적은 맞나
이번 보고서로 IAEA가 일본 정부에 힘을 실어준 건 분명 맞다. 환경 단체 등 일각에선 그래서 “IAEA가 일본의 국제적 영향력을 고려해 편향된 결론을 내린 것 아니냐”는 의구심을 내비치고 있다. 일본의 IAEA의 재정 분담금 기여도를 거론하기도 한다. 그러나 실제 IAEA가 공개한 자료를 보면, IAEA 분담금 비율이 가장 높은 국가는 미국(25.1%)에 이어 중국(14.5%) 순으로 나타났다. 일본은 3위(7.7%) 정도다. 한국은 2.5% 가량이다.
이유정·김민정·문상혁 기자 uu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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