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크롱 "틱톡이 폭력시위 주범" 또 주장…'SNS 차단' 만지작

박형수 2023. 7. 5. 16: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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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이 지난 일주일간 프랑스 전역을 강타했던 폭력 시위의 원인으로 소셜미디어(SNS)를 지목했다. 향후 비슷한 폭력 시위가 재발할 경우 SNS 사용 규제 또는 차단 가능성도 언급했다.

4일(현지시간) 독일 dpa통신은 프랑스 BFM TV 방송을 인용해 마크롱 대통령이 이날 오후 프랑스 각 지역의 시장 241명을 엘리제 궁으로 초청해 시위 원인과 재발 방지, 해결 방안 등을 모색했다고 전했다.

이 자리에서 마크롱 대통령은 시위 발생 시 청소년의 SNS 사용 금지 방안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이 4일 엘리제궁에서 열린 시장들과의 회의에서 연설하고 있다.로이터=연합뉴스

대통령·장관·시장 "폭력시위 SNS 책임"


마크롱 대통령은 “시위가 통제 범위를 벗어나면 여러분은 (SNS를) 규제하거나 차단해야만 하는 상황에 놓일 수 있다”면서 “이런 결정은 감정에 휘둘려 내려져선 안되며, (이번에는) 그럴 필요까지 없었던 게 매우 다행스럽다”고 했다. 이어 “SNS가 집회의 도구가 되거나 살해 시도의 도구가 된다면 이는 매우 심각한 문제”라고도 말했다.

앞서 지난달 30일에도 마크롱 대통령은 이번 시위가 소셜미디어 등을 통해 조직됐다고 지적하면서 “SNS가 시위대 폭력 행위를 조장한다”고 비난했다. 틱톡·스냅챗 등 SNS를 통해 프랑스 전역의 폭동·방화·약탈 영상이 생중계되고, 시위 집결 장소와 시간이 공유되면서 젊은이들이 대거 거리로 쏟아져 나오게 만들었다는 주장이다.

프랑스 장관들도 소셜미디어에 대한 마크롱 대통령의 경고를 증폭시켰다. 올리비에 베랑 정부 대변인은 지난 2일 한 라디오와의 인터뷰에서 “소셜미디어에서 폭력 영상을 경쟁적으로 송출하며 팔로어들을 끌어모으는 세력이 있다”면서 “이들 커뮤니티가 매우 어린 사람들까지 시위 현장으로 이끌어 내고 있다”고 말했다. 에릭 듀폰 모레티 법무장관은 “우리 법은 폭력을 선도하는 것으로 간주되는 익명의 계정 뒤에 숨은 자들을 식별하고 체포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더타임스는 프랑크 루브리에 라볼르 시장이 소셜미디어 사용 규제를 처음 제안했다고 전했다. 루브리에 시장은 지난 2005년 프랑스의 대규모 폭동 당시 내무장관을 역임했던 인물이다.

그는 “2005년엔 폭도들이 TV 뉴스를 보고 모방 심리에 거리에 뛰쳐나왔지만, 이번엔 스냅챗과 틱톡이 폭력 행위를 만들었다”면서 “(위기 상황에) SNS는 일시적으로 폐쇄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공영방송인 프랑스24는 “틱톡·스냅챗·트위터와 같은 SNS 매체가 다시 한번 조사 대상이 되고 있으며, 의사결정권자들은 SNS가 폭동을 조장하고 여기고 있다”고 전했다.

지난달 30일 밤 프랑스 낭테르에서 시위 참가자들이 밤 거리를 달리고 있다. AP=연합뉴스

전문가 "차별이 분노 만들어, SNS는 키웠을뿐"


반면 전문가 중 상당수는 이번 시위가 격화된 근본 원인이 ‘톨레랑스(관용)’를 표방하면서도 아랍·아프리카계 이주민을 배제해온 프랑스 정부에 대한 억눌린 분노에 있다고 지적했다. 크리스털 플레밍 뉴욕 스토니브룩대 교수는 알자지라 기고문을 통해 “인종 차별에 대한 분노는 프랑스 사회의 뿌리깊은 이주민 차별에 기인한다”고 했다.

실제로 2020년 시민단체 ‘프랑스 옴브즈맨’은 2012년부터 5년간 조사한 자료를 통해 ‘흑인 또는 아랍인으로 인식되는 청소년’ 중 80%가 경찰의 불심검문을 당하거나 제지받은 경험이 있지만, 다른 인종은 16%만 그런 경험이 있다고 전했다. 프랑스의 로레인대학 소셜미디어 전문가인 앤 코디에는 “SNS가 분노를 증폭할 순 있지만, 분노를 유발한 건 아니다”고 강조했다.

한편 지난달 27일 교통 검문 중 달아나다 경찰의 총격에 숨진 알제리계 소년 나엘(17) 사건으로 촉발돼 일주일 이상 이어진 폭력 시위는 지난 2일 밤부터 소강 국면에 접어든 모양새다. 지난 3일 밤부터 4일 새벽까지 간헐적 시위가 이어졌지만, 전국에서 체포된 인원은 72명이었다. 폭력 시위가 절정이었던 지난달 30일 밤부터 이달 1일 새벽까지 1311명이 체포된 것에서 빠르게 줄어들고 있는 상황이다.

온라인 소셜미디어 플랫폼의 로고 이미지. 연합뉴스

시위 일주일만에 소강국면


시위 첫날인 지난달 27일부터 현재까지 경찰이 체포한 폭력 시위 가담자는 3490명이다. 그간 자동차 5900여 대가 불탔고, 건물 1100채가 불타거나 망가졌다. 경찰서에 대한 공격은 270여 차례 있었다. 공공장소에서 발생한 화재 신고는 202건 접수됐다.

프랑스 보험사들은 지난 일주일 사이 5900여 건의 보험금 청구를 접수했다고 밝혔다. 액수는 2억8000만 유로(약 3560억 원)에 달한다. 조프루아 루 드 베지외 고용주연합 회장은 일간 르파리지앵과 인터뷰에서 이번 시위로 입은 피해에 대해 “관광 업계를 제외하고 10억 유로(약 1조4000억원)를 넘어설 것”이라고 추산했다.

지난달 30일, 시위가 3일째 이어지는 중에 프랑스 낭테르 주택가에서 폭죽이 터지고 있다. AP=연합뉴스


이에 대해 마크롱 대통령은 “정점을 지났지만 경계 태세는 최대한 유지해달라”고 당부했다. 이어 망가진 건물과 대중교통 등을 빠르게 재건할 수 있도록 법을 제정하고 도로, 공공시설, 학교 등을 수리하는 데 필요한 재정적 지원을 제공하겠다고 약속했다. 그는 전날 밤 파리17구에 있는 경찰서를 깜짝 방문해 다음날 새벽까지 머무르며 경찰관을 격려하고 지원을 약속했다.

박형수 기자 hspark97@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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