벽화만 남은 서울 창신동·숭인동…2000세대 아파트 짓는다
서울 도심의 대표적인 낙후지역 중 하나로 꼽히는 종로구 창신동·숭인동 일대가 2000가구 규모 주거단지로 바뀐다. 고(故) 박원순 전 서울시장 재임 시절 도시재생구역으로 지정하면서 개발이 묶였던 지역이다.
서울시는 5일 “창신동23·숭인동56 일대 10만4853㎡ 지역 신속통합기획(신통기획)안을 확정했다”고 발표했다. 이른바 ‘오세훈 표 정비사업 모델’로 불리는 신통기획은 정비계획 수립 단계부터 서울시가 가이드라인을 제시해 신속하게 재개발·재건축 사업을 지원하는 공공지원계획제도다.
서울시, 창신·숭의동 신통기획 확정
창신동·숭의동은 평균 19%의 급경사 지형인 데다 한양도성·낙산으로 삼면이 둘러싸인 구릉 지형으로 교통·주거 환경이 열악했다. 이런 특성 때문에 2007년부터 뉴타운(재정비촉진사업)을 추진했다.
하지만 개발과 보존 논리 사이에서 뚜렷한 접점을 찾지 못했다. 실제로 노후건축물 비율이 90%에 달한다. 정비 사업이 이뤄지지 못하다가 2013년 뉴타운 구역 지정이 해제했다.
이후 박원순 당시 서울시장은 이곳을 ‘1호 도시재생 선도 지역’으로 지정해 노후 주거지 환경 개선을 추진했다. 800억원이 넘는 예산을 투입해 골목에 벽화를 그리고 전망대를 만들었다. 하지만 주택 공급이나 기반시설 등 주거환경 인프라 개선 효과가 미흡하다는 지적이 잇따랐다.
오세훈 시장은 이곳을 신통기획 1차 대상지로 선정하고 구릉지 특화 주거단지로 바꾼다는 계획이다. 기존 지형을 활용해 2000세대 규모 아파트를 짓는다. 이 중 360여 가구는 임대주택이다.
창신·숭인동 단지 전체가 새로운 경관이 되도록 채석장과 청소 차 차고지, 지봉골공원 등을 통합해 더 넓은 공원을 조성한다. 기존 구역 안에 있던 폐기물 처리시설은 공원 하부에 짓는다. 서울시 관계자는 “구릉지를 따라 건축물을 겹겹이 배치해 단지 전체가 서울성곽·낙산과 조화를 이루도록 계획했다”고 설명했다.
서쪽 채석장전망대와 동쪽 숭인근린공원까지 구간에는 입체 보행로도 들어선다. 최대 높낮이 차이가 70m에 달하는 구릉지형을 활용한 보행로다. 또 보행 동선과 연계해 데크 하부에 주민공동시설을 조성하고 단지 내부에 산책마당도 만든다. 아울러 창신역 일대는 도로를 따라 상가를 배치하고 공공시설을 입주해 지역 활성화를 유도한다는 계획이다.
젠트리피케이션 우려…吳 “임대주택 마련”
오세훈 시장은 이날 오전 신통기획 사업 현장을 찾았다. 일부 주민은 ‘신도시는 투기 온상’이라며 신통기획 반대 문구가 적힌 피켓을 들고 나타났다. 오 시장은 “도심 한복판에 소외되고 낙후한 지역이 그대로 있는 것은 상상할 수 없는 일”이라며 “재개발 찬성·반대가 섞여 있지만, 주민께서 마음을 모아주시면 사업을 빠른 속도로 진행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이들은 신통기획을 추진하면 주택을 소유하지 않은 일부 원주민이 떠나야 하는 젠트리피케이션(gentrification)을 우려한다. 이에 대해 오 시장은 “(새로 들어설) 2000가구 중 15%가 넘는 360여 가구가 임대주택”이라며 “임대주택은 이 지역에 사시는 분을 비롯해 어려운 분을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서울시는 연말까지 정비계획을 확정할 예정이다.
문희철 기자 reporte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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