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일벗은 '360도 회전' 백선엽 장군 동상...지게부대 위령비도 세웠다
“칠곡군수님! 노병 백선엽이 이 세상 떠나기 전 소원이 있습니다. (…) 칠곡 다부동 무명용사 묘 곁에 묻혀 국군 1사단 전우들 혼령과 함께 영원히 대한민국 우리 조국을 수호하는 것입니다.”
5일 오후 경북 칠곡군 가산면 다부동전적기념관. 고(故) 백선엽(1920~2020) 장군 장녀인 백남희(75) 여사가 아버지가 남기고 간 마지막 편지를 읽었다. 백 장군이 별세하기 전인 2019년 10월 11일 소원을 적은 편지였다. 그는 세상을 떠난 뒤에도 대한민국 영토를 지키는 ‘수호령’이 되겠다고 썼다.
이날 다부동전적기념관에서는 정부 주요 인사와 기관·단체장 등 1000여 명이 모인 가운데 백 장군 동상 제막식이 열렸다. 백 여사는 “아버지 동상은 생사를 함께했던 전우들 동상이며 투혼의 상징”이라고 말했다.
행사 하이라이트인 제막 퍼포먼스에서 흰 천에 싸여있던 백 장군 동상이 모습을 드러내자 참석자들은 일제히 손뼉을 치며 환호했다.
6·25 전세 뒤집는 전투 이끌어
백 장군이 다부동전투에서 결정적인 승리를 거두는 바람에 패배 일로를 걷던 6·25 한국전쟁 전세를 뒤집을 수 있었다.
당시 다부동에서는 백 장군 등이 이끄는 한국군 1사단과 북한군 3사단이 격전을 치렀다. 그 결과 한국군 1만여 명, 북한군 1만7000여 명이 목숨을 잃었다. 다부동을 지켜내지 못했다면 지형상 아군이 10㎞ 남쪽으로 철수하는 것이 불가피했던 상황이었다. 이후 대구가 적 화포 사정권 내에 들어갔을 가능성이 크고 전쟁 결과도 달라질 수 있었다.
4.2m 높이인 백 장군 동상은 2분마다 360도 회전하도록 설계됐다. 이는 동서남북 사방으로 대한민국을 지키고 수호한다는 뜻을 담았다고 한다. 동상은 총 사업비 5억원 중 절반인 2억5000만원을 국민 성금으로 마련했다.
민간서 열리던 추도식 관·군 공동으로
동상 제막식에 이어 백 장군 서거 3주기 추도식도 엄수됐다. 지난해까지 민간에서 개최해 왔던 추모행사를 올해 처음으로 경상북도와 국가보훈부·육군본부·칠곡군이 공동으로 주최했다.
지게 부대는 다부동 전투 당시 지역민으로 구성된 민병대로, 지게를 매고 식량과 탄약을 날랐다. 보급 물자를 전달한 뒤 산에서 내려갈 때 부상병을 실어 야전병원에 보내는 역할도 했다. 이들이 지게를 짊어지고 산을 오르는 모습이 마치 알파벳 에이(A)를 닮았다고 해서 유엔군은 이들을 ‘에이 프레임 아미(A frame army)’라고 불렀다고 한다. 이른바 ‘A-특공대’다.
지게 메고 전투 도운 주민들 위령비도
‘지게 부대’는 무장을 하지 않았기에 민간인과 구별하기 어려웠다. 북한군 감시를 피하기 용이하다는 장점도 있었지만, 그만큼 공격에 취약해 목숨을 걸고 활동할 수밖에 없었다. 국가보훈처에 따르면 제임스 밴플리트 당시 미8군사령관은 “만일 이들이 없었다면 최소 10만 명 정도 미군 병력을 추가로 파병했어야 했을 것”이라고 평가하기도 했다.
이철우 경북도지사는 “오늘날 자유대한민국이 있게 된 것은 백 장군을 비롯한 호국영령과 6·25 전쟁 참전용사, 지게 부대원들이 있었기에 가능했다”며 “나라를 지킨 영웅 한분 한분을 기억하고 예우하며 정성을 다하는 보훈정책을 적극적으로 추진하겠다”라고 말했다.
한편 정전협정 체결일인 오는 27일에는 백 장군 동상 옆에 이승만(1875~1965) 전 대통령과 해리 트루먼(1884~1972) 전 미국 대통령 동상도 세운다.
칠곡=김정석 기자 kim.jungseo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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