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차장 붕괴’ GS 아파트, 설계·건설사 철근 누락 탓
17개동 싹 허물고 다시 짓기로
완공까지 수년, 비용 수천억원 들 듯
지난 4월 인천 검단신도시 아파트(AA13-2BL·안단테) 지하주차장 붕괴 사고의 원인은 부실한 설계·감리·시공의 합작품이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설계사는 설계도면에서 누락하면 안 되는 철근(전단보강근)을 빠뜨렸고 감리사는 이를 지적하지 않았으며 시공사는 안 그래도 부실한 설계도조차 어기고 추가로 철근을 누락했다.
해당 아파트의 발주청은 LH이며, 시공은 GS건설이 맡았다. 설계 용역은 유선엔지니어링건축사사무소, 감리 용역은 목양종합건축사사무소·GSM엔지니어링건축사사무소·건축사사무소광장이 수행했다.
국토교통부는 5일 이런 내용이 담긴 건설사고조사위원회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지하주차장 공사는 첫 단계인 설계부터 잘못돼 있었다.
구조설계상 모든 기둥(32곳)에 철근이 필요한데, 설계도상 기둥 15곳에는 철근을 적용하지 않아도 되는 것으로 표기한 것이다.
감리는 설계 도면을 확인·승인하는 과정에서 이런 문제점을 발견하지 못했다.
여기에 GS건설까지 시공 과정에서 최소 4곳의 철근을 추가로 빠뜨리면서 화를 불렀다.
이와 함께 사고 부위의 콘크리트 강도도 적정 기준에 못 미친 것으로 조사됐다. 사고 부위 콘크리트 강도는 설계 기준(24MPa)보다 30% 낮은 16.9MPa에 불과했다.
시공사가 식재 공사를 하며 지하주차장 위로 규정보다 더 많은 토사를 쌓은 것도 화근이었다. 설계에는 토사를 1.1m 높이로 쌓게 돼 있었지만, 실제로는 최대 2.1m를 쌓았다.
홍건호 사고조사위원장(호서대 교수)은 “전단보강근이 누락돼 저항력이 약해진 상황에서 초과 하중이 부가되고, 거기에 콘크리트 강도까지 부족해 붕괴가 발생했다”고 지적했다.
홍 위원장은 이어 “붕괴의 직접적인 원인은 철근 누락”이라면서 “전단보강근이 모두 있었다면 붕괴하지는 않았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국토부는 지하주차장 붕괴 사고 이후 GS건설의 83개 현장을 점검하고 있다. GS건설에 대한 처분은 8월 중순쯤 발표될 예정이다.
원희룡 국토부 장관은 “설계, 시공, 감리 어느 한 군데라도 주어진 책임을 다했으면 사태가 이 지경까지는 올 수 없었던 것 아니냐”고 질타했다.
그러면서 “아파트 지상부에는 문제가 없는지 조사를 진행 중이니 조사 과정과 결과를 있는 그대로 투명하게 국민들 앞에 공개하겠다”고 했다.
검단아파트 주차장 붕괴 사고는 지난 4월 29일 벌어졌다. 지하주차장 1∼2층 상부 구조물이 갑자기 무너져 내렸다.
무너진 지하주차장의 지상 공간에는 어린이놀이터를 지을 예정이었기 때문에 입주예정자들의 분노가 유난히 컸다.
사고로 인명피해는 없었지만 지하주차장 지붕 구조물 총 970㎡가 파손됐다.
사고 직후 국토부는 현장을 점검하고, 전문가로 구성된 건설사고조사위를 꾸려 지난 5월부터 이달 1일까지 사고조사를 진행했다.
GS건설은 이날 공식 사과와 함께 검단 단지 1666가구에 대한 전면 재시공을 약속했다.
이 아파트는 전용 74~84㎡ 지하2층~지상 25층 17개동 규모로, 오는 10월 완공과 12월 입주를 앞둔 상태였다.
철거 후 재시공까지는 5년 이상 더 걸리고, GS건설이 감당할 비용은 수천억원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
GS건설은 보도자료를 통해 “시공사로 책임을 통감하고, 사고 수습에 만전을 기할 예정”이라며 고개를 숙였다.
이어 “특히 입주예정자들께서 느끼신 불안감과 입주시기 지연에 따르는 피해와 애로, 기타 피해에 대해 깊은 사과를 드리고, 이에 대해 충분한 보상과 상응하는 비금전적 지원까지 전향적으로 해 드릴 계획”이라고 했다.
또 “건물 안전 확보를 위해 필요한 조치에 만전을 기하겠다”며 “앞으로 재발방지를 위해 필요한 모든 조치를 취해 고객분들의 신뢰를 회복하도록 하겠다”고 했다.
그러면서 “GS건설을 사랑해주시는 모든 고객분들과 관계당국 그리고 발주처에도 깊은 사과를 드린다”며 “대형시공사로서 설계, 시공 전 과정에 대해 무조건 무한책임을 다해야 마땅하다는 고객들의 당연한 기대에 이의 없이 전적으로 공감한다”고 했다.
GS건설은 “비록 이번 프로젝트가 대다수 프로젝트와 달리 당사가 설계를 직접 발주한 것은 아니지만 보강근이 결여된 이례적인 설계에 대해 크로스체크 등을 통해 완벽하게 걸러내지 못했다”며 “동일한 설계사에 단순히 재검토를 의뢰하는 안일한 대처에 그친 결과, 붕괴를 막지 못한 것은 GS건설 답지 못한 부끄러운 실수라 하지 않을 수 없다”고 했다.
그러면서 “조경 시공과정에서 토사를 다룸에 있어 기본 원칙을 지키지 못했거나 기타 실수를 저지른 점도 깊이 반성하고 역시 동일한 실수가 반복되지 않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아울러 “콘크리트 강도 문제는 붕괴사고로 인한 데미지인지 여부 그런 데미지가 건물 전체 안전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하되 안전에 문제가 된다면 그것이 어디까지가 되었건 최대한 재시공 범위를 충분히 넓혀서 안전과 관련된 모든 문제점을 원천적으로 제거토록 하겠다”고 했다.
오주환 기자 johnny@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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