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체이자 내면 원금 깎아주는 은행…빚 잘 갚은 고객 뭐가 되나
금융권이 연체를 하고 있는 대출자의 이자와 원금을 깎아주는 혜택을 줄줄이 내놓고 있다. 금융회사의 연체율이 높아지고 있는 가운데, 연체 대출자의 빚을 대신 갚아주며 자본의 건전성과 ‘도덕적 해이’에 대한 우려도 커지고 있다.
5일 금융권에 따르면 우리은행은 이달부터 연체 이자를 납부하면 대출 원금을 줄여주는 지원 프로그램을 시행한다. 연체 이자를 갚은 액수만큼 은행이 원금을 상환 처리해주는 방식이다. 지원 한도와 횟수 제한 없이 혜택을 제공하고, 중도 상환 수수료도 없다. 만약 대출금을 모두 상환한다면 현금으로 환급해 준다.
우리은행은 또 개인사업자가 신용보증재단을 통해 보증서 대출을 받을 경우 첫 달 이자도 감면해주기로 했다. 우리은행 관계자는 “5000만원 대출을 신청하면 약 15만원의 이자비용을 아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보다 앞서 새마을금고는 연체 계좌의 이자를 100% 감면할 수 있다는 내부 방침을 세웠다. 각 지역 새마을금고 이사장이 승인하면 연체 계좌의 정상 이자와 연체 이자 전액을 감면할 수 있다는 내용이다.
기존에도 새마을금고를 비롯한 대부분의 금융사에는 회수가 어려운 대출에 대해 이자 일부를 줄여주는 채무 조정 프로그램이 있었다. 그러나 새마을금고는 이번에 정상 이자를 납부하지 않아도 연체 이자 등을 모두 감면하도록 프로그램을 확대했다.
연체 대출자의 이자는 물론 원금까지 감면해주는 제도에는 ‘도덕적 해이’에 대한 지적이 뒤따를 수밖에 없다. 지난해 정부가 저신용 청년의 이자를 최대 50% 감면해주는 청년 특례 채무조정 제도를 신설할 때도 청년의 ‘빚투(빚내서 투자)’로 본 손실까지 메워주냐며 불공정 논란이 일었다. 코로나19로 피해를 본 자영업자·소상공인을 위해 15억원 한도로 최대 90%의 감면율을 적용하는 ‘새출발기금’ 출시 당시에도 도덕적 해이 우려가 있었다.
문제는 금융사의 대출 연체율이 높아지고 있다는 점이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4월 말 기준 국내은행의 원화대출 연체율(1개월 이상 원리금 연체 기준)은 0.37%로 전월 말(0.33%)보다 0.04%포인트 상승했다. 지난해 같은 달(0.23%)과 비교하면 0.14%포인트 높다. 2020년 8월(0.38%) 이후 2년 8개월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이다. 특히 새마을금고의 연체율은 지난해 말 3.59%에서 이달 6.4%로 치솟기도 했다.
우리은행이 선제적으로 원금 감면 방안을 발표하며 다른 은행권에서도 비슷한 혜택을 내놓을 가능성도 있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은행은 연체율 ‘숫자’ 관리에 가장 민감한데, 대출 연체로 부실이 발생하는 것보다 원금을 은행이 일부 부담하더라도 연체율과 이미지를 관리하는 효과는 있을 것”이라며 “여타 은행이 비슷한 방식으로 따라갈 수도 있다”고 전했다.
임성빈 기자 im.soungb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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