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팅 논란'에도 '한ㆍ중 소통' 물꼬 텄다…ARF 장관 회동 주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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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위급 회담 재개
최영삼 외교부 차관보는 지난 4일 중국 외교부에서 쑨웨이둥(孫衛東) 부부장(차관급)과 면담 및 오찬을 했다. 외교부는 "양측은 안정적인 한ㆍ중 관계의 관리와 발전을 위한 조치 등 제반 관련 현황을 점검했다"며 "상호 존중과 호혜에 기반한 양국 관계 증진을 위한 세심한 노력이 요구된다는 데 의견을 같이 했다"고 밝혔다.
최 차관보는 특히 "중국 내 우리 기업 및 교민들의 예측 가능한 사업 환경 조성을 위한 중국의 각별한 관심과 협조를 당부했다"고 한다. 최 차관보는 같은 날 눙룽(農融) 중국 외교부 부장조리(차관보급)와 별도 면담을 통해서도 한ㆍ중ㆍ일 협력을 약속했다.
외교부가 한ㆍ중 관계의 "안정적 관리"와 이를 위한 "세심한 노력", 더 나아가 "예측 가능한 환경 조성" 등을 강조한 건 최근 미ㆍ중이 "오판에 의한 충돌 가능성을 방지하겠다"며 이른바 '가드레일'(안전장치) 조치를 논의하고 있는 것과도 같은 맥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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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만 문제 입장 재확인
한편 중국이 민감하게 반응하는 양안(兩岸·중국과 대만) 문제와 관련해 양측은 기존 입장을 재확인하는 식으로 추후 갈등 소지를 봉합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중국 외교부는 "쑨 부부장이 한국이 '하나의 중국' 원칙을 엄수하고 실천할 것을 촉구했다"고 밝혔고, 한국 외교부는 "최 차관보가 '하나의 중국' 존중 입장은 수교 이래 변함없이 견지됐다고 확인했다"고 밝혔다.
1992년 8월 한ㆍ중 수교 공동성명에는 "대한민국 정부는 중화인민공화국정부를 중국의 유일 합법 정부로 승인하며, 오직 하나의 중국만이 있고 대만은 중국의 일부분이라는 중국의 입장을 존중한다"고 돼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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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ㆍ중ㆍ일 강조하는 中
이번 한ㆍ중 고위급 회동은 지난 3월 중국 양회(兩會·전국인민대표대회와 전국인민정치협상회의)를 통해 시 주석 집권 3기가 출범한 후 차관급 이상 외교 관료 간 첫 회동이다. 중국이 시 주석 집권 기반을 어느 정도 닦았다는 판단 하에 미국 뿐 아니라 한국, 일본과도 접점을 넓혀가려 한다는 관측이 나온다.
중국 외교의 수장인 왕이(王毅) 공산당 중앙정치국 위원(당 중앙 외사판공실 주임)도 지난 3일 산둥성 칭다오에서 열린 '한ㆍ중ㆍ일 3국 협력 국제포럼' 행사에서 "한ㆍ중ㆍ일 3국은 지리적으로 분리될 수 없다. 비바람이 지나간 뒤 햇빛이 찾아오듯 손잡고 나아가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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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 주 ARF 회동 주목
정부도 중국에 관계 해빙을 촉구하는 신호를 보내고 있다. 박진 외교부 장관은 지난달 25일 언론 인터뷰에서 "중국과 척을 지고 지낼 이유가 없고 또 그럴 생각도 없다"고 말했다. 당시 박 장관의 발언과 관련해 이튿날 마오닝(毛寧)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중국은 한국과의 관계를 중시하고 발전시킨다는 기본 입장에 변화가 없다"고 말했고 관영 매체도 이를 별도로 보도하며 사실상 호응했다.
관심은 오는 12일 인도네시아에서 개최되는 아세안지역안보포럼(ARF)에서 박진 외교부 장관과 친강(秦剛) 중국 외교부장 간 첫 대면 회담이 열릴지다. 양측은 지난 1월 친 부장의 취임 인사차 처음으로 통화한 후 만난 적은 없다. 한ㆍ중 외교장관 회담이 열린다면 지난해 8월 이후 약 1년만 이다.
박현주 기자 park.hyunj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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