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먼저 설득해야" 133만톤 방류 앞둔 日 '총력 외교' 예고
국제원자력기구(IAEA)의 후쿠시마 오염수 최종 보고서 발표를 기점으로 일본의 오염수 해양 방류가 사실상 '초읽기'에 돌입했다. 지난 5월 기준 후쿠시마 원전 부지에 보관중인 오염수는 총 133만톤으로, 이를 약 30년간 해양에 방류한다는 게 일본 정부의 계획이다. 일본은 오염수 해양 방류 시점을 오는 8월로 잠정 설정하고 막판 준비 작업을 진행 중이다.
일본은 방류 전 마지막 절차로 국내적으론 최종 설비 점검 절차를 진행 중이고, 외부적으론 오염수 해양 방류를 우려하는 국가들과의 외교적 소통을 대폭 강화하고 있다. 특히 기시다 후미오(岸田文雄) 일본 총리와 하야시 요시마사(林芳正) 일본 외무상은 각각 오는 11~12일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정상회의와 13~14일 아세안지역안보포럼(ARF) 외교장관회의에서 한국을 포함한 주변 주요국과의 별도 양자회담·다자회의를 개최해 공격적 외교전에 나설 것으로 예상된다.
IAEA "오염수 안전"…韓, 의도적 '신중론'
외교 소식통은 5일 중앙일보와의 통화에서 “일본이 지난 5월 이례적으로 한국 전문가 시찰단의 후쿠시마 원전 방문을 허용하고 다양한 채널을 통해 한국과의 소통 노력을 강화하는 건 오염수 문제에 있어 한국이 갖는 상징성 때문”이라며 “정부가 오염수 방류 자체에 대해 신중한 입장을 취해왔기 때문에 일본 정부도 그간 한국 측이 요구해 온 과학에 입각한 객관적 자료, 국제적 기준 등을 최대한 충족시키는 방향에서 한국과의 소통을 이어왔다”고 전했다.
정부는 후쿠시마 오염수와 관련한 주변국 설득이 필요한 일본의 입장을 알고 있다. 이 때문에 전날 IAEA의 최종 결과 발표에 대한 공식적 입장을 최소화하는 기류다.
대통령실은 전날 별도의 공식 입장을 내지 않았고, 이날 "원자력 안전 분야의 대표적 유엔 산하 국제기구인 IAEA의 발표 내용을 존중한다"는 원론적 입장을 냈다. 그러면서도 "정부는 우리 국민의 건강과 안전을 최우선에 둘 것"이라며 "IAEA와 일본 정부가 제시한 실시 및 점검 계획이 제대로 이행되는지 IAEA 및 일본 정부와 긴밀한 협조를 통해 지속적으로 모니터링하겠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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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일, 한·미·일 대화 임박…국익 극대화 과제
정부의 이러한 신중한 입장은 조만간 이어질 한·일, 한·미·일 간의 공식 소통 일정을 염두에 두고 한국의 외교적 이득을 최대화하기 위한 조치란 관측이 나온다.
한·일 양국은 이번달 ARF 외교장관 회의를 계기로 한·일 외교장관 회담을, 나토 정상회의 땐 별도의 한·일 정상회담을 개최하는 방안을 조율 중이다. 일본은 외교장관회담과 정상회담을 계기로 오염수 방류의 안정성을 강조하고 한국의 이해를 구하는 데 중점을 둘 것으로 보인다. 기시다 총리는 지난 4일 라파엘 그로시 IAEA 사무총장으로부터 최종 보고서를 전달받은 뒤 “과학적 근거를 바탕으로 높은 투명성을 가지고 국내외에 정중히 설명하겠다”며 향후 주변국 설득에 외교적 역량을 투입할 계획임을 시사했다.
특히 나토 정상회의 때는 별도 한·미·일 정상회의를 통해 3국 정상이 오염수 방류와 관련한 의견을 주고받게 될 가능성도 있다. 미국의 경우 오염수 방류에 대한 입장을 묻는 언론 질의에 국무부가 “일본은 국제원자력기구와 적극적으로 협력해 과학에 기반한 투명한 절차를 진행하고 있다”고 답했다. 한국에 비해 상대적으로 지지에 가까운 입장으로 해석된다.
반면 한국 정부로선 오염수 방류 문제에 대한 최종적 입장을 결정하기 전에 야당 설득과 여론 수렴 등 정치적 과제를 해소해야 할 과제를 안고 있다. IAEA가 오염수 방류의 안전성을 인정한 이후에도 더불어민주당은 IAEA의 최종 보고서 자체를 “깡통 보고서”로 규정하며 비판의 수위를 높이고 있다. 국회 의석 과반을 점유한 민주당은 이날 긴급 의원총회에서도 일본이 한국 등 인접국의 동의 없이 오염수 방류를 강행할 경우 일본산 수산물 전체를 수입 금지하는 내용의 입법까지 검토하기로 했다.
정진우 기자 dino87@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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