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여학생 추락사 그후…의협 "선한 사마리안법 절실" 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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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공의 조사에 의료계 “‘선한 사마리안 법’ 통과 돼야”
의료계가 ‘선한 사마리아인’에 비유하는 사람은 지난 3월 대구에서 일어난 여학생 추락 사망 사고와 관련해, 피의자로 입건된 대구파티마병원 전공의다. 이 회장은 “조사는 당연히 필요하면 받겠지만, 의사가 무과실인 경우에는 형사적 책임을 면제해 달라는 취지”라며 “그래야 앞으로 필수 의료, 특히 응급 의료를 살릴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주장했다. ‘선한 사마리아인 법’은 신약성서에서 강도를 당해 쓰러진 유대인을 지나치지 않고 구해준 선한 사마리아인 이야기에서 유래된 것으로, 응급 상황 등에서 의사나 구호자 등에 피해가 가지 않게 하면서 인간이 당연히 해야 할 일을 할 수 있게 유도하는 법을 말한다.
앞서 대구 북부경찰서는 지난 3월 대구에서 추락 사고를 당한 여고생이 구급차에서 숨진 사건과 관련해 대구파티마병원 전공의 A씨를 피의자로 입건했다. 이 사건과 관련된 의사로는 A씨가 유일하게 피의자 조사를 받고 있다.
의료계에서는 이번 일이 자칫 제2의 이대목동병원 사태가 될 수 있다는 점을 우려하고 있다. 지난 2017년 이대목동병원 집중치료실에서 신생아 4명이 균 감염으로 사망하자 검찰이 의료진 7명을 업무상 과실 치사 혐의로 구속해 재판에 넘겼다. 의료진들은 대법원에서 무죄 판결을 받았지만, 이 사건으로 소아청소년과 전공의 지원율이 크게 떨어졌다는 게 의료계의 판단이다. 파티마병원 전공의를 처벌할 경우, 누가 응급실 의사를 지원하겠느냐는 게 의료계의 입장이다.
보건복지부 조사에 따르면, 당시 구급대원이 첫 번째로 찾은 파티마병원에서 A씨는 환자의 중증도를 분류하지 않고 정신건강의학과 진료가 필요하다며 다른 병원으로 이송할 것을 권유했다. 경찰은 A씨가 ‘정당한 사유 없이 응급의료를 거부할 수 없다’는 응급의료법 제48조2를 위반한 것으로 보고 수사를 진행 중이다.
병원 측 “폐쇄 병동 없어서 자살 시도 환자 못 받은 것”
전공의 A씨가 환자를 받지 않은 상황에 대해 병원 측은 “그때도 지금도 정신과 병동을 운영하고 있지 않기 때문에 자해나 자살 시도 등 정신과적 문제가 있는 환자는 처치가 불가능하다고 공지하고 있었다”고 설명했다. 정신과적 진료가 필요한 환자를 받으려면 혹시 모를 돌발 상황에 대비해 폐쇄 병동을 운영해야 하는데 폐쇄 병동을 운영하고 있지 않아 환자를 받을 수 없었다는 얘기다.
사건은 당시 응급 상황에서 자해·자살 시도에 대한 정황에 대한 인지 여부, 이에 대해 의사가 내린 판단이 정당했는지 등에 따라 처벌 여부가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강민구 대한전공의협의회 회장은 “전공의들은 전문의의 지휘ㆍ감독하에 수련 교육을 받는 존재라고 인식을 하고, 그렇기 때문에 장시간ㆍ저임금 노동을 감내하는 수련생이다. 그런데, 의사로 똑같이 취급해서 책임을 묻게 된다면 전공의의 지휘가 무엇이고 수련을 받는 것이 정말 타당한 선택인지에 대해 의문이 있다”고 주장했다.
김나한 기자 kim.nah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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