캠핑카 빼달라 하면 "법대로 해"…공영주차장 '알박기' 몸살
5일 오전 대구 달서구 월암동 한 공영주차장. 지난 4월 달서구에서 만든 62면 규모 임시주차장 가운데 절반가량을 캠핑카와 카라반이 차지하고 있었다. 한 번 주차하면 1~2주는 빼지 않는 이른바 ‘알박기 캠핑카’다. 길이가 긴 캠핑카는 주차 자리를 한 칸을 넘게 차지하기도 했다. ‘장기주차, 이중주차’ 금지 표지판은 무용지물이었다.
대구 달서구는 개발계획이 없는 빈터를 토지소유주로부터 무상으로 빌리고 대신 토지소유주는 재산세 감면 혜택을 받는 방식으로 주차장을 마련했다. 가격은 무료로, 한 달도 채 되지 않아 ‘캠핑카 주차장’으로 입소문이 났다. 인근 주민 최모(35)씨는 “정작 주민이 인근 식당에 가기 위해 주차하려고 하면 자리가 없다”고 불만을 터뜨렸다.
공영 주차장은 캠핑카 세상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등을 계기로 캠핑 인구가 급격히 늘면서 주차장 등 공용 공간을 독점으로 사용하는 이른바 알박기 텐트나 캠핑카가 사회적 문제로 떠오르고 있다. 지난달 20일 해수욕장법 시행령 개정안이 국무회의를 통과하면서 정부가 알박기 텐트를 강제 철거하도록 관련법을 개정했지만, 바퀴가 달린 캠핑카는 단속 사각지대라는 지적이 나온다.
달서구는 매주 캠핑카를 단속해 달라는 민원이 접수되고 있지만, 법적 근거가 없다고 한다. 달서구 주차관리과 관계자는 “자동차관리법상 자동차로 분류된 캠핑카를 공영주차장에 주차하지 못하도록 단속할 규정이 없다”며 “장기 주차 자체도 주차장법에 근거 조항이 없어 문제 삼기가 어렵다”고 설명했다.
대구 최대 산업단지인 성서산업단지에도 캠핑카 알박기 관련 민원이 꾸준히 들어오지만 해결할 방법이 없다고 한다. 이 관계자는 “노동자들이 이용해야 할 주차 공간에 캠핑카가 있으니, 민원이 들어와서 캠핑카 차주에게 일일이 연락을 돌려 차를 빼달라고 했다”며 “일부는 옮기기도 했지만, ‘캠핑카를 빼야 하는 법적 근거가 있느냐’며 되레 민원을 제기한 차주도 있었다”라고 말했다.
전국 해수욕장 주차장도 캠핑카로 몸살
대전 갑천변도 사정은 비슷하다. 무료로 개방된 주차장에는 어김없이 장기 주차하는 캠핑카가 자리 잡고 있으며, 강원도·전북 등 유명 해수욕장에도 캠핑카 알박기로 상인들이 불만을 터뜨리고 있다. 강원 양양 낙산해수욕장에서 해산물 음식점을 운영하는 이연옥(63)씨는 “평소엔 괜찮지만, 여름 성수기때는 한달이 넘게 장기주차하는 캠핑카 알박기 때문에 손님들이 주차할 공간이 없어 불편해한다”며 “개선됐으면 좋겠다”라고 말했다.
캠핑카 차주 “주차공간 마땅히 없어”
반면 캠핑카 차주들은 마땅히 주차할 공간이 없다고 불만을 터뜨린다. 대전에 거주하는 남이진(40)씨는 “캠핑카를 아파트 내부 공간에 주차하지 말라고 해서 무료 공영주차장을 알아볼 수밖에 없었다”라고 말했다. 경북 포항 한 아파트에서는 캠핑 트레일러를 세울 수 없도록 한 입주자 자치기구 규약을 두고 차주와 아파트 입주자대표회가 법정 공방을 했는데, 2018년 법원은 아파트 입주자대표회의 손을 들어줬다.
각 자치단체는 캠핑카 전용 주차장 등을 적극적으로 마련하고 이외 공간에 세우면 단속할 법적 근거를 마련해달라고 정부에 요청하고 있다. 지난해 11월 정부는 ‘캠핑 인프라 확충 및 관리체계 개선방안’을 마련해 이용도가 낮은 공영주차장 등을 캠핑용 자동차 전용 주차장으로 조성하면 관련 인프라 설치를 지원하는 방안을 추진하기로 했다.
실제 대전에서는 캠핑카 민원이 늘자, 2021년 유성구 한 곳에 캠핑카 전용 공영주차장을 마련했다. 달서구 관계자는 “국토부에 캠핑카 전용 주차장을 늘리거나 알박기를 법적으로 제재하는 방법을 고민해달라고 건의했다”고 말했다.
대구=백경서 기자 baek.kyungse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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