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윤 대통령 참관 '티볼' 수업, 늘봄학교 과정 아니었다

윤근혁 2023. 7. 5. 13: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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늘봄학교 프로그램 참관했다더니 실제로는 정규교과수업... 학생들도 특정 반으로 구성

[윤근혁 기자]

▲ 티볼 시타 나선 윤석열 대통령 윤석열 대통령이 방과후 돌봄·교육 프로그램인 '늘봄학교' 참관을 위해 3일 경기도 수원초등학교를 방문, 전직 프로야구 선수들이 강사로 초등학생들을 지도하는 간이야구 프로그램을 지켜보던 중 티볼을 시타하고 있다. 왼쪽 양복 입은 이가 허구연 KBO 총재다.
ⓒ 연합뉴스
 
지난 3일 윤석열 대통령이 참관했다고 한 초등 늘봄학교 프로그램이 실제로는 늘봄학교에서 하는 방과후학교 프로그램이 아닌 정규 수업으로 확인됐다. 또 참여 학생도 늘봄학교를 신청한 학생들이 아닌 특정 한 개 학급의 전체 학생들이었다. 윤석열 정부의 '국정과제 홍보를 위해 보여주기 식 행사를 한 것 아니냐'는 지적을 피할 수 없게 됐다.

대통령은 "정규 교과과정 벗어난 늘봄학교" 칭찬했지만...

대통령실은 지난 3일 보도자료에서 "윤 대통령은 오늘(7.3 월) 오후 수원초등학교를 방문하여 국정과제로 올해부터 시범운영 중인 늘봄학교 프로그램을 참관했다"고 발표했다.
  
이날 티볼 등 수업을 참관한 윤 대통령은 이후 간담회에서 "정규 교과과정을 또 벗어나서 아이들 돌봄을 하는 이런 늘봄학교에서 다양한 분야를 아이들이 배울 수 있는 기회가 만들어진 것이 아주 다행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언론들도 "윤 대통령이 방과 후 돌봄·교육 프로그램인 '늘봄학교' 참관을 위해 수원초등학교를 방문해 티볼교실을 참관했다"고 보도했다.

하지만 5일 <오마이뉴스> 확인 결과, 이날 티볼 수업은 돌봄학교 과정이 아닌 정규 교과과정에 따른 수업이었던 것으로 밝혀졌다. 늘봄학교 학생 신청자를 따로 받은 것이 아닌 이 학교 5학년 특정 반인 ◯반 20여 명의 학생들이 참여한 정규 체육수업이었던 것. 

또 해당 티볼 수업은 대통령 방문 6일을 앞둔 지난 6월 28일에서야 날짜를 확정, 대통령 방문에 맞춰 급히 준비된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수원초 교감은 <오마이뉴스>에 "티볼을 기왕에 하는 것이면 (외부인사 방문일과) 날짜를 맞추면 좋겠다고 해서 조율이 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교육부는 올해 1월에 발표한 '늘봄학교 추진방안'에서 '늘봄학교 개념'에 대해 "희망하는 초등학생에게 정규수업 전후로 제공하는 양질의 교육·돌봄 통합 서비스"라고 밝혔다. 또 기존에 해오던 방과후프로그램과 돌봄을 통합해 '늘봄학교'라고 이름 지은 것이다. 때문에 정규 교과과정이나 정규수업은 늘봄학교 과정이 아니다.

수원초 교감도 <오마이뉴스>와 통화에서 "그날 티볼수업은 (늘봄학교가 아닌) 실제로 정식 (교과과정인) 체육수업으로 진행했다"고 밝혔다.

이 교감은 "지난 5월에 (경기도교육청이) '늘봄학교 대상 찾아가는 티볼교실'을 신청 받았는데, 그 때 우리학교는 정규수업시간으로 '5학년 학생 참여' 형식으로 신청했다"면서 "당일 티볼 수업의 경우 티볼 수업을 희망하는 학생이 신청한 것이 아니라 정규수업시간이었기 때문에 5학년 한 반 학생을 대상으로 진행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티볼교실은 경기도교육청이 신청학교를 제한하기 위한 이유 등으로 늘봄학교 운영 초등학교에 국한해 신청을 받은 것일 뿐, 수원초는 실제로 늘봄학교가 아닌 정규 수업으로 이 프로그램을 신청했다는 얘기다. 실제로 이 학교 늘봄학교인 '2023 1학기 방과후학교 운영기본계획서' 문서에는 티볼 수업이 들어 있지 않았다.

티볼 수업에 자신의 반 학생들 전체를 참여시킨 이 학교 5학년 ◯반 담임교사는 <오마이뉴스>와 통화에서 '티볼이 방과후학교 정식 프로그램이냐'는 물음에 "아니다. 첫 수업이었다"고 말했다.

허구연 KBO 총재까지... 초호화 강사 4명 티볼 수업
 
▲ 티볼 치는 초등학생 지켜보는 윤석열 대통령 윤석열 대통령이 방과후 돌봄·교육 프로그램인 '늘봄학교' 참관을 위해 3일 경기도 수원초등학교를 방문, 전직 프로야구 선수들이 강사로 초등학생들을 지도하는 간이야구 프로그램을 지켜보고 있다. 2023.7.3
ⓒ 연합뉴스
 
이날 수원초 티볼 수업은 이례적으로 장종훈 한국야구위(KBO) 총재특보, 양상문 KBO 총재특보, 조계현 KBO 전력강화 위원장, 류지현 국가대표 등 초호화 강사 4명이 이 학교 5학년 ◯반 학생 20여 명을 2개조로 나누어 가르쳤다.

이날 허구연 KBO 총재는 윤 대통령을 따라 다녔다. 윤 대통령은 서울 충암고 재학시절부터 야구광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 티볼 수업은 KBO가 문화체육관광부 후원으로 이미 2016년부터 진행하고 있는 프로그램으로 학교마다 한 차례 티볼 수업을 진행하고, 관련 물품을 기부하는 행사다. 이에 따라 수원초의 경우도 이날 티볼 수업은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단 한 차례 진행된 것이다. 

이 학교 관계자는 "올해 2학기 티볼 방과후학교에 대한 학부모 의견조사를 거쳐 찬성이 많을 경우 티볼 방과후학교 개설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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