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법적 행위 현장" 김현 퇴장 속 방통위 수신료 분리징수 의결

신상호 2023. 7. 5. 12: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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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실 권고 30일만에 시행령 개정 속전속결... 방통위원 여당 2명 동의로 처리

[신상호, 권우성 기자]

▲ 김현 상임위원과 대화하는 더불어민주당 더불어민주당 고민정 의원, 조승래 의원 등이 5일 오전 전체회의가 열리는 과천 방송통신위원회에 방문, 김현 상임위원과 대화하고 있다. 방송통신위원회는 이날 텔레비전방송수신료(KBS·EBS 방송 수신료)를 전기요금에서 따로 떼어 징수하는 내용의 방송법 시행령 개정안을 의결했다.
ⓒ 연합뉴스
 방송통신위원회(방통위)가 TV 수신료 분리징수 시행령 개정안을 확정했다. 언론현업단체와 언론학자, 시민단체 반발에도 방통위는 대통령실 권고 30일 만에 시행령 개정을 속전속결로 처리했다.

5일 열린 전체회의에서 방통위는 TV 수신료 분리징수를 하도록 하는 방송법 시행령 개정안을 의결했다. 시행령 개정안은 KBS가 지정하는 자(현재 한국전력)가 자신의 고유 업무와 관련한 고지행위와 결합해 수신료를 고지, 징수할 수 없도록 규정하는 것으로, 현행 전기료와 TV 수신료 합산 고지를 금지하는 내용이다.

방통위원 5명인데 2명 동의로 '수신료 분리징수' 처리

개정안은 상임위원 3명 중 야당 측 김현 위원이 퇴장한 상황에서 여당 측 위원(김효재, 이상인) 2명의 동의로 처리됐다. 통상 방통위는 5명의 위원으로 구성, 운영돼왔다. 지난 3일부터 시행령 개정에 반발해 단식 농성에 들어간 김현 위원(민주당 추천)은 "용산 비서실의 하명을 받아서 법적 절차도 어기고 위원회가 심의 의결을 하고 있다, 불법적인 행위를 하는 현장에 있는 것 자체가 문제가 될 것 같다"며 퇴장했다.

김 위원은 퇴장에 앞서 분리징수와 관련된 사회적 합의 미비, 납부 불편 가중, 분리징수를 위한 구체적인 방안 미비, 법률 자문 미비 등 시행령 개정안의 문제점을 조목조목 꼬집으면서 "시행령을 고쳐서 방송법을 뒤흔드는 것, 방통위가 이런 일을 한 역사가 없다"고 강조했다.
 
▲ 더불어민주당 항의방문, 발언하는 김효재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이 5일 오전 전체회의가 열리는 과천 방송통신위원회에 항의 방문, 김효재 방송통신위원장 직무대행이 발언하고 있다.
ⓒ 연합뉴스
김현 위원이 퇴장하자 김효재 위원장 권한대행은 KBS를 향해 날을 세웠다. 그는 "KBS가 국민들에게 수신료를 달라고 말할 자격은 있는지, 염치는 있는지 묻고 싶다, 국민들은 KBS를 균형 잡힌 언론, 수준 높은 콘텐츠를 제공하는 방송사로 인식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이어 그는 "국민들은 KBS가 공공 전파를 자신들의 이익을 극대화하고, 특정 정파에 유리한 방송을 제작하는 것으로 인식하고 있다. 왜 공정성 논란을 자초하게 됐는지 돌아봐야 한다"고 말했다.

의결 직후 방통위는 보도자료를 내고 "수신료를 전기요금과 별도로 고지·징수하도록 함으로써 국민들이 수신료 징수 여부와 그 금액을 명확히 인지할 수 있게 된다, 이는 수신료에 대한 국민의 관심과 권리의식을 높이는 데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며 "전기요금과 수신료를 분리 납부하고자 하는 국민의 선택권을 보장한다"고 밝혔다.

김현 상임위원은 이날 전체회의 직후 방통위 기자실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방송법 시행령 개정안 방통위원 2명의 의결은 헌법과 법률 위반"이라며 "위원장의 직권 남용으로 객관적이고 공정한 위원회는 이미 형해화됐다, 공영방송의 재원 문제를 졸속 처리하는 것은 반드시 대가를 치를 것이라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고 밝혔다.

KBS도 이날 별도 입장문을 내고 "개정 시행령은 수신료 납부 선택권을 부여하는 것으로 오도할 수 있다"며 "방송법에 따라 수신료 납부 의무는 여전하며, 특별부담금인 수신료에 대해 납부 선택권은 인정되지 않는다는 점이 확인된다, 징수요원과 국민들이 갈등하는 살풍경이 정부가 그리는 불편 해소 청사진인가"라고 비판했다.
 
 5일 오전 방송통신위원회가 수신료 분리고지 시행령 의결 강행을 예고한 가운데, 언론 현업 및 시민사회단체 회원들이 과천 정부청사앞에서 긴급공동회견 ‘방통위는 공영방송 말살 폭거 당장 중단하라’를 개최했다. 이날 회견에는 민주언론시민연합, 방송기자연합회, 언론개혁시민연대, 전국언론노동조합, 한국기자협회, 한국영상기자협회, 한국인터넷기자협회, 한국PD연합회 등이 참여했다.
ⓒ 권우성
 
이날 전체회의에 앞서 전국언론노동조합 등 언론시민단체들은 과천청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방통위가 법률로서 독립을 보장받은 합의제 기구라는 체면을 내던진 채 공영방송 장악에 혈안이 되어있는 윤석열 정권의 지시를 하달받아 군사작전처럼 수신료 분리고지를 밀어붙이고 있다"며 "이번 시행령 개정안은 방송법뿐 아니라 헌법재판소 결정에도 아랑곳 않는 묻지마 개정"이라고 비판했다.

또 민주당 조승래, 고민정, 이정문, 정필모 의원 등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소속 야당 의원들도 방통위를 찾아 김효재 직무대행과 면담하면서 시행령이 졸속 처리되고 있다고 항의하기도 했다.

대통령실 권고 30일만에... 군사작전처럼

방통위가 TV수신료 분리징수 시행령 개정안 작업에 착수한 것은 지난달 5일 대통령실의 권고를 받은 뒤부터다. 대통령실은 지난 3월 대통령실 누리집 국민토론에서 TV수신료 분리징수에 대한 국민 의견을 접수했고, 90% 이상 국민이 동의했다는 명분으로 수신료 분리징수를 방통위에 권고했다.

대통령실 권고 이후 방통위는 유례없는 속도전을 강행했다. 방통위 사무처는 지난 6월 14일 시행령 개정안을 전체회의에 보고했고, 이틀 뒤인 16일 시행령을 입법예고했다. 대통령실 권고 이후 시행령을 만들어 입법예고까지 단 11일이 걸릴 정도로 개정안 작업은 속전속결로 이뤄졌다. 입법예고 기간 중 국민참여입법센터에 접수된 4746건의 국민 의견 중 분리징수 반대는 89.2%, 찬성은 8.2%로 나타났다. 
  
이날 방통위에서 의결된 시행령 개정안은 법제처 심사, 차관회의와 국무회의를 거쳐, 대통령 재가로 확정, 공포된다. 관련해 KBS는 지난달 21일 방송법 시행령 개정 절차의 진행을 정지하고 해당 개정령안의 효력 정지를 구하는 가처분을 헌법재판소에 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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