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단]대통령의 말 한마디

2023. 7. 5. 12: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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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의 발언들이 강해졌다.

그러나 국정은 시스템으로 돌아가야지, 성난 대통령의 말 한마디에 따라 깜짝 놀라서 움직이는 것은 정상적이지 않다.

그러나 대통령의 말 한마디에 역대 정부에서 이어져 온 통일부의 정체성이 근본적으로 달라질 가능성이 커진 것이다.

특히 상대 진영의 세력을 겨냥한 듯한 대통령의 서슬 퍼런 말들은 그렇지 않아도 심각한 분열과 대결의 정치를 격화시킬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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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의 발언들이 강해졌다. 한국자유총연맹 행사에서는 "반국가세력들은 북한 공산집단에 대해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제재를 풀어달라고 읍소하고, 유엔사를 해체하는 종전선언을 노래 부르고 다녔다"고 비판했다. 종전선언을 추진했던 것은 문재인 정부였으니 전임 정부를 ‘반국가세력’으로 규정했다는 반발이 나왔다. "지난 정부나 특정 정치세력을 겨냥한 것이 아니다"는 대통령실의 해명이 있었지만, 윤 대통령이 생각하는 ‘반국가세력’은 누구를 가리킨 것이었을까에 대한 궁금증을 남겼다.

그보다 앞서 윤 대통령은 수능 ‘킬러 문항’에 대해 격한 표현을 써가며 비판했다. "약자인 우리 아이들을 가지고 장난치는 것"이라고 비판했고, "교육 당국과 사교육 산업의 카르텔"이라고도 했다. 윤 대통령의 발언 이후 교육부 대입 담당 국장이 경질되었고 한국교육과정평가원 원장이 사퇴했으며, 이주호 부총리는 사과했다. 곧이어 대형 입시 학원들과 ‘일타강사’들에 대한 세무조사가 시작되었다. 차관직으로 가게 된 대통령실 비서관 출신 내정자들과의 자리에서는 "약탈적인 이권 카르텔을 발견하면 과감하게 맞서 싸워달라"고 당부했다. 대통령이 싸움을 독려하는 ‘이권 카르텔’이 누구까지를 가리키는 것인지 역시 궁금해진다.

교육부가 국립대 사무국장 자리를 타 부처와 인사 교류하는 방식으로 인사 적체를 해소하고 있다는 사실이 알려지자 윤 대통령 격노했다는 보도도 이어졌다. "어떻게 내 지시와 전혀 딴판으로 갈 수 있느냐. 이해할 수 없는 행태"라고 윤 대통령이 격한 반응을 보였다는 것이다. 화들짝 놀란 교육부는 국립대 사무국장 자리에 공무원을 임용하도록 하는 규정을 폐지하고 임용된 사무국장을 원소속으로 복귀 조치했다.

대통령의 성난 말들은 타성에 젖어있던 공무원들에게 정신 차리게 하는 효과를 거둘 수 있을 것이다. 실제로 대통령의 지시에도 불구하고 국립대 사무총장 자리를 나눠 먹기 한 행태 같은 것은 바로잡는 게 필요하다. 그러나 국정은 시스템으로 돌아가야지, 성난 대통령의 말 한마디에 따라 깜짝 놀라서 움직이는 것은 정상적이지 않다. 내각에 대한 관할은 국무총리의 몫인데 대통령이 직접 나서곤 하는 모습도 적절하지 않다. 거듭되는 대통령의 격노는 일시적인 충격 효과를 거둘 수는 있겠지만 대통령의 심기만 살피는, 그래서 ‘예스맨’들만 살아남는 공직사회를 낳을 위험이 크다.

윤 대통령은 통일부 장·차관을 교체하면서 "그동안 통일부는 마치 대북지원부와 같은 역할을 해왔다"며 "그래서는 안 된다. 이제는 통일부가 달라질 때가 됐다"고 말했다. 그동안 남북관계가 냉각된 시기에도 통일부는 대화·교류의 창구 역할을 해왔다. 그러나 대통령의 말 한마디에 역대 정부에서 이어져 온 통일부의 정체성이 근본적으로 달라질 가능성이 커진 것이다.

대통령의 말 한마디로 모든 것이 단죄되고 결론 내려지는 사회는 정상적이지 않다. 대통령은 선과 악을 가르는 심판자의 역할을 부여받은 자리가 아니다. 특히 상대 진영의 세력을 겨냥한 듯한 대통령의 서슬 퍼런 말들은 그렇지 않아도 심각한 분열과 대결의 정치를 격화시킬 뿐이다. ‘과거 때리기’식 국정운영에는 시효가 있다. 문재인 정부가 5년 내내 ‘적폐청산’ 얘기만 하다가 끝났던 결말을 거울로 삼을 일이다. 이제는 이전 정부, 혹은 다른 세력들의 책임보다는 자신의 책임과 비전을 말할 때가 되었다.

유창선 시사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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