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로 얼룩진 美 독립기념일 연휴…곳곳서 총기 난사로 최소 10명 사망
미국의 최대 축제 중 하나인 4일(현지시간) 독립기념일을 맞아 징검다리 연휴가 이어진 가운데 미 곳곳에서 무차별 총격 사건이 이어져 최소 10명이 숨지고 수십명이 다쳤다. 정확히 1년 전인 지난해 7월 4일 일리노이주 시카고 하이랜드파크에서 20대 백인 남성 로버트 크리머 3세가 독립기념일 퍼레이드를 하던 사람들에 무차별 총격을 가해 7명이 숨지고 40여명이 다쳤던 악몽이 재현됐다.
3일 오후 8시 30분쯤 펜실베니아주 필라델피아 킹세싱에서 40세 남성이 총기를 난사해 남성 5명이 숨졌다. 경찰은 AR-15 소총과 권총을 소지하고 방탄조끼를 입은 용의자를 추격 끝에 체포했다.
텍사스주 포트워스 코모 지역에서도 3일 밤늦게 총격 사건이 발생해 최소 3명이 숨지고 8명이 다쳤다. 경찰은 “이 지역은 전통적으로 7월 3일 큰 퍼레이드를 하며 이웃끼리 모여 즐기는 문화가 있다”고 밝혔다.
지난 2일 새벽에는 메릴랜드주 볼티모어의 지역 축제장에서 괴한이 무차별 총격을 가해 2명이 숨지고 28명이 다쳤다. 피해자의 반 이상이 미성년자로 파악됐으며, 4명은 위독한 상태다. 같은 날 새벽 캔자스주 위치타의 한 나이트클럽에서도 총기 난사가 벌어져 11명이 부상했다.
영국 가디언은 “독립기념일은 미국에서 대량 총격 사건이 발생하기 쉬운 가장 위험한 날”이라고 보도했다. 미국 내 총기 사건을 데이터화하는 비영리 기구 ‘총기폭력아카이브’(GVA)에 따르면 독립기념일에 4명 이상의 사상자를 낸 무차별 총격 사건은 최근 10년간 52건 발생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날 총기 폭력에 대한 성명을 발표하고 총기 규제 필요성을 거듭 역설했다. 그는 성명을 통해 “지난 며칠간 우리는 미 전역에서 비극적이고 무분별한 총격 사건들을 견뎌내야 했다”며 “오늘은 또한 일리노이주 하이랜드파크 총기 난사 사건이 발생한 지 1년이 되는 날”이라고 했다. 이어 “지난 1년간 모든 일리노이주 사람들은 (총기 폭력을 막기 위해) 지칠 줄 모르는 싸움을 해 왔고 그들의 업적은 생명을 구할 것”이라며 “그러나 그들의 슬픔을 지울 수는 없다”고 강조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우리 공동체를 분열시키는 총기 폭력을 해결하기 위해 미 전역에서 훨씬 더 많은 일이 이뤄져야 한다”며 공화당을 향해 “미국 국민들이 지지하는 유의미하고 상식적인 개혁을 위해 공화당 의원들이 협상 테이블에 나올 것을 촉구한다”고 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4일 독립기념일을 맞아 군인 가족들을 워싱턴 DC 백악관에 초청하고 바비큐 만찬을 함께 했다. 그는 이 자리에서 “미국이야말로 역사적으로 평등이란 이념 위에 세워진 유일한 국가”라고 말했다. 이날 저녁 워싱턴 DC를 비롯한 미국 전역에서는 독립기념일을 축하하는 불꽃놀이가 동시다발적으로 진행됐다.
워싱턴=김형구 특파원 kim.hyoungg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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