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銀 '수십년 단골' 조선대 잃었다…날아간 2만 고객, 무슨 일
지방 대학의 주거래 은행을 맡아오던 지방은행이 시중은행에 자리를 내주고 있다. 최근 광주은행은 수십년 동안 이어오던 조선대학교와의 주거래 은행 관계를 잃었다. 지방대 입장에선 어려운 재정 상황을 개선하고 공정한 경쟁을 유도한다는 취지지만, 지역 경제와의 상생보다 눈앞의 이익을 좇았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5일 조선대에 따르면 조선대는 최근 주거래 은행 사업자 지정에서 신한은행을 우선 협상 대상자로 선정했다. 조선대의 기존 주거래 은행은 광주은행이었다. 이대로라면 신한은행은 오는 9월 1일부터 2028년 2월 말까지 4년 6개월간 조선대의 주거래 은행을 맡을 예정이다.
조선대가 지방은행 대신 시중은행에 주거래 은행을 맡기는 것은 이번이 개교 이래 처음이다. 현재 광주광역시와 전남 지역 대학 20여개 가운데 목포대 등 일부를 제외한 대부분 대학은 지방은행과 주거래 관계를 맺고 있다.
시중은행과 비교해 자산 규모 등에서 열위에 있는 지방은행 입장에서 지방대는 고객을 확보할 수 있는 주요 사업 대상 중 하나다. 주거래 은행은 대학의 등록금·기숙사비 등 수납, 학생증 카드와 법인카드 발급·관리, 대학과 산학협력단의 각종 자금 관리·운용 등을 맡을 수 있기 때문이다.
조선대만 해도 학생 2만7062명(대학원생 포함), 교직원 2205명이 다니고 있어(4월 1일 기준) 지방은행은 2만명이 넘는 고객을 확보할 수 있다. 조선대의 연간 수입액은 약 3000억원 규모로, 지난해 법인카드 사용액은 160억원에 달했다. 예금도 평균 500억~600억원 수준의 잔고(보통예금 기준)를 보유하고 있고, 정기예금액은 1500억원에 이른다.
문제는 지방대의 신입생 모집이 어려워지고 재정 악화를 겪으면서 시중은행 대비 자금 경쟁력이 약한 지방은행이 다른 대학에서도 밀려날 수 있다는 점이다. 실제 조선대의 주거래 은행 평가 배점에서도 ‘후원금 성격’으로 인식되는 정성평가의 비중이 높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조선대는 올해 경쟁입찰을 처음 도입하며 ‘주거래 은행 지정 평가위원회’를 구성해 평가 항목과 배점 기준을 마련했다. 배점은 신용도 및 재무구조 안정성(20점), 대학 구성원과 학부모 이용 편의성(10점), 업무 관리능력 및 카드 관리(16점) 등 정량 평가(46점)와 예금금리(20점), 협력사업(30점) 등 정성평가(54점) 등이다.
조선대의 배점 기준은 여타 국립대나 지방자치단체의 금고 지정 기준과 달리 정성평가 비중이 높다. 광주광역시는 금융기관의 신용도 및 재무구조(25점), 시민 이용 편의성(22점), 금고 관리능력(24점) 등 정량 평가가 대부분을 차지하고, 금리(22점), 지역 사회 기여와 협력사업(7점) 등 정성평가 비중은 상대적으로 낮다. 2021년 말 경쟁입찰을 진행한 전남대도 배점 기준은 금리(18점), 기여 및 협력사업 등(9점)에 그쳤다.
광주은행도 이번 입찰에서 정량평가 등에서는 앞서거나 비슷했지만, 협력사업비에서 시중은행에 밀렸다. 지역의 한 관계자는 “신한은행이 협력사업비로 75억원, 탈락한 다른 두 은행이 63억원과 45억원을 써냈다”고 전했다.
광주은행이 조선대 주거래 은행에서 이탈하며 지역과의 상생 기조에 균열이 생길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 중이다. 광주은행은 매해 신입 행원 채용에서 지역 인재 할당 제도를 통해 선발 인원의 80%가량을 지역 출신으로 뽑고, 각종 장학 사업과 복지 지원을 펼치고 있다. 광주대, 호남대, 동신대 등 지역 대학 주거래 은행을 도맡아온 상황에서 추가로 이탈 대학이 나오면 지방은행에 타격으로 다가올 수도 있다.
광주은행 관계자는 “지역의 여타 대학과는 그대로 상생 협력을 유지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임성빈 기자 im.soungb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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