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日수산물 원산지 표시 강화…IAEA 보고서 검증은 유보
국제원자력기구(IAEA)가 일본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방류 계획이 국제안전 기준에 부합하다는 최종 보고서를 발표한 가운데 정부가 일본산 수입 수산물에 대한 원산지 점검을 대폭 강화한다고 밝혔다. 올 상반기 일본산 수산물 수입량은 1만610톤(t)에 달하는만큼 향후 해양수산부와 지방자치단체, 해양경찰, 명예감시원 등 최대 가용 인력을 동원해 100일 동안 원산지 점검 표시를 집중 단속하기로 했다.
박성훈 해양수산부 차관은 5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진행한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방류 관련 일일 브리핑에서 “안전한 국내 수산물을 국민이 믿고 구매할 수 있도록 전례 없는 수준의 고강도 원산지 점검을 100일간 실시하겠다”면서 “위반행위가 발견되면 높은 수준의 처벌 규정을 적용할 것"이라고 말했다. 구체적으로 정부와 지자체가 일본산 등 수입 수산물 취급업체를 최소 3번 이상 방문하는 투트랙 점검 체계를 가동해 원산지 표시를 철저히 단속하겠다고 했다.
IAEA 최종보고서에 대한 입장은 유보..7~9일 사무총장 만남 후 낼 것으로
IAEA 최종보고서에 대한 우리 정부의 종합적 입장 발표는 유보했다. ‘자체 검토보고서를 마련 중’이라는 이유를 내세웠지만, 오염수 방류에 대한 반발 여론을 고려해 속도조절에 나선 것으로 해석된다. 정부는 그간 합동 브리핑을 통해 IAEA 검증에 대한 신뢰를 드러내온 상황이어서, 검토보고서 결과가 IAEA의 검증 결과를 뒤집을 가능성은 희박할 것으로 보인다.
박구연 국무조정실 1차장은 이날 브리핑에서 “우리 정부의 자체 과학·기술적 종합 검토보고서는 발표 시기를 최대한 당기기 위해 노력중”이라면서 “검토가 끝나면 지체없이 전달드리겠다”고 밝혔다. 정부는 당초 IAEA최종보고서에 대한 보도참고자료를 이날 오전 중 내기로 했지만, 돌연 이를 취소하고 정부 자체보고서 발표 때 갈무리하는 등 신중한 행보를 보이고 있다.
이에 따라 오는 7~9일 방한하는 라파엘 그로시 IAEA 사무총장의 설명을 듣고 자체 검토보고서 결과와 우리 정부의 최종입장을 낼 가능성이 높다. 이 자리에서 IAEA와 원자력안전위는 후쿠시마 원전 방류 시설의 기술적 사항 등을 공유하게 된다. 우리 정부의 자체 검토보고서엔 방류 점검 내용, 후쿠시마 시찰단이 확보한 미가공 자료 별도 분석 내용, 일본 측의 방류시설 시운전 점검 내용 등이 포함될 예정이다. 정부는 IAEA최종보고서 검증에서 오류나 시정조치가 필요할 경우 즉시 보완을 요청한다는 입장이다.
2021년부터 방류계획 자체 검증..금명간 자체보고서 발표
한국 정부가 일본 정부의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계획을 들여다보기 시작한 건 2021년 8월이다. 자체적인 과학적·기술적 검토를 진행하다 지난 5월7일 한일 정상회담을 계기로 한국 정부의 원전 시찰단 파견이 합의됐다. 같은달 22일 5박6일간의 일정으로 전문가 21명이 원전 현장과 주요 장비에 대한 시찰을 진행했다.
이후 일본 정부의 방류계획에 대한 우려가 커지면서 정부는 여론에 적극 대응하기 시작했다. 지난달 12일 국회 대정부질의가 분기점이 됐다. 당시 여야의원들은 일제히 오염수 방류 여파와 일본산 수산물 수입 금지조치에 관해 질의했다. 특히 여·야 의원들 공히 한덕수 국무총리를 향해 ‘정부가 국민의 불안감을 잠재우기 위해 더 노력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이에 국무조정실과 해양수산부, 원자력안전위원회 등 정부는 같은달 15일부터 곧바로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 관련 일일브리핑을 시작했다. 정부는 브리핑을 통해 해양방사능 조사지점을 2배 확대하고 국내 해수욕장 20곳의 방사능 긴급조사, 천일염 400톤 방출 결정 등을 발표했다. 일본 정부를 대변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에 대해서는 “모욕적”이라고까지 언급하면서 정부의 입장을 적극적으로 방어했다. 수산물 수입금지 조치에 대해서는 유지하겠다는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IAEA 日오염수 '안전기준 부합' 결론..TF에 韓도 포함
한편, 국제원자력기구(IAEA)는 전날 일본 정부의 후쿠시마 오염수 해양 방류 계획이 국제안전 기준에 부합한다고 발표했다. 라파엘 그로시 IAEA 사무총장은 기시다 후미오 총리에게 제출한 최종 보고서에서 “처리수(오염수의 일본 공식 명칭)를 바다에 통제된 방식을 사용해 점진적으로 방류하는 활동이 사람과 환경에 미치는 방사능 영향은 무시할 수 있는 수준”이라고 했다. 그로시 총장은 이후 기자회견에서도 “2년간에 걸쳐 평가했다”며 “(오염수 방출의) 적합성은 확실하며 기술적 관점에서 신뢰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보고서는 11개국 전문가들이 태스크포스(TF)를 꾸려 참여해 약 2년에 걸쳐 작업했다. TF에 참여한 11개국은 한국과 미국, 중국을 포함해 영국, 프랑스, 러시아, 호주, 캐나다, 베트남, 아르헨티나, 마셜제도다. 우리나라에서는 김홍석 원자력안전기술원 책임연구원이 참여했다.
일본 정부는 조만간 구체적 방류 시기를 결정할 방침이다. 사실상 국제사회 동의를 얻은 일본은 다핵종제거설비(ALPS)를 통해 방사성 물질을 거르고, ALPS로도 걸러지지 않는 삼중수소는 바닷물로 희석해 농도를 기준치 이하로 낮춰 방류할 것이 유력하다.
구채은 기자 faktum@asiae.co.kr
세종=송승섭 기자 tmdtjq8506@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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