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너스 체계 대폭 '손질'…임원 성과급·퇴직금 '오픈' [은행권 새 판④]

김소영 금융위원회 부위원장이 지난 3일 오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합동브리핑실에서 은행권 경영, 영업관행, 제도개선 방안 관련 브리핑을 하고 있다.ⓒ금융위원회

금융당국이 은행들의 성과보수체계를 대폭 손질한다. 앞으로 임원 보수를 주주총회에서 심의받도록 하는 이른바 세이온페이를 도입하고, 임원과 직원의 성과급·희망퇴직금·배당현황 등을 낱낱이 공개토록 할 방침이다.

금융위원회는 5일 이같은 내용이 담긴 ‘은행권 경영 영업 관행 제도개선 방안’을 발했다. 금융위와 금융감독원 등 금융당국은 지난 2월부터 은행권 경쟁촉진 등 6개 과제에 대한 개선방안을 마련을 위해 태스크포스(TF)를 꾸려 논의를 진행해 왔다. 이번 개선 방안은 지난 4개월간 TF를 통해 논의된 결과물이다.

우리나라 금융사의 임원 성과보수체계는 이연지급과 성과급 환수·조정 등이 외국에 비해 축소된 형태로 운영되고 있다. 주주총회에서도 이사보수총액 한도만 승인할 뿐 개별 임원별 보수지급액 등이 공개되지 않아 정보도 부족하다.

김 부위원장은 “가격(금리) 경쟁이 충분히 이루어지지 않아 이자수익의 정당성에 대한 사회적 공감을 얻기 어려운 상황”이라며 “그 수익이 미래를 위해 활용(자본확충, 벤처투자 등)되거나 국민에게 환원되기보다 임직원과 주주들이 고액의 성과급과 배당으로 대부분 받아가고 있는 것에 대해 국민들로부터 따가운 질책을 받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따라 금융당국은 우선 임원 성과보수체계를 개선하고 은행의 수익이 어떻게 형성되고 배분되는지 투명하게 공개토록 했다. 이는 국민과 시장의 견제‧감시 기능을 강화하기 위한 조치다.

우선 성과급 이연지급을 확대하고 조정·환수의 실효성을 높인다. 세부적으로 이연 비율을 현행 40%에서 50%로 상향하고 기간을 3년에서 5년으로 늘려 장기성과를 보다 효율적으로 반영토록 한다. 이와 관련해선 TF를 통해 세부 기준을 마련하고 하반기 내 개정을 추진할 예정이다.

또한 개별 등기임원의 보수지급계획을 주주총회에서 설명하도록 하고, 개별 임원의 보수지급액 공시도 강화하는 '세이온페이'도 도입한다. 개별 임원의 보수지급 내역을 주주총회에서 공개하고 이에 대한 의견을 듣도록 하는 게 핵심이다. 이는 정부가 2020년 6월 국회에 제출한 금융회사지배구조법 개정안에 포함된 내용이기도 하다.

이밖에 은행들은 올해 3분기 중 '은행 경영현황 공개 보고서'를 시범 작성해 공개해야 한다. 이번에 작성될 내용은 지난해 경영현황을 바탕으로 하며, 올해 이후 경영현황에 대해선 내년 4월 말까지 작성해 발표하도록 했다.

보고서에는 은행 총자산과 영업점, 직원 수 같은 은행 개요를 기본으로 자산부채, 수익·비용, 당기순이익 활용 내용이 포함된다. 수익비용 항목에 예대금리차를 포함한 이자 이익과 수수료 이익, 성과급과 희망 퇴직금을 포함한 급여, 사회공헌 실적, 충당금 등을 명시해야 한다. 당기순이익 항목에는 자본적립과 배당현황이 포함된다.

아울러 사회공헌활동 역시 공시항목으로 정했다. 국내은행들의 사회공헌 지출액은 연간 1조원 수준이지만 당국 조사 결과 공시항목에는 사회공헌 취지에 맞지 않는 브랜드 사용료 같은 항목은 물론 서민금융진흥원 법정 분담금까지 포함된 경우도 있었다.

김 부위원장은 "사회공헌 공시항목을 취지와 성격에 따라 체계적으로 분류하고, 정량적인 성격 외에도 청년도약계좌 같은 정성적 성과를 공시하도록 하겠다"며 "오는 8월 중 구체적인 제도개선방안을 마련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 모범사례 공유 등을 통해 은행권이 자율적으로 상생금융 전담조직을 운영하고 확대할 수 있게 유도하겠다는 방침이다.

김 부위원장은 "성과보수체계 개선 및 주주환원정책 점검하고 지배구조법 개정 등을 통해 임원에 대한 성과보수제도 개선을 추진하는 한편 국민들이 직원의 성과급과 희망퇴직금, 배당 등을 포함한 은행의 경영현황을 보다 쉽게 이해할 수 있게 은행의 경영현황 자율공개 방안을 올해 3분기 시범 작성·공개하고 내년 4월부터 본격 시행해나가겠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