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여년 만에 새 시중銀 등장한다…과점 체제 '균열' [은행권 새 판③]

금융당국, 시장 개편 청사진 공개
인가 문턱 완화…대구銀 '도전장'

김주현 금융위원장이 5일 오전 서울 중구 은행연합회에서 열린 금융위원장-은행지주회장단 간담회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데일리안 홍금표 기자

30여년 만에 새로운 시중은행이 등장한다. 금융당국이 기존 금융사의 시중은행 전환과 신규 인가까지 추진하는 등 전향적인 청사진을 제시한 가운데, 당장 DGB대구은행이 도전장을 내면서 시장 판도에 변화가 예상된다. 일부 대형 은행을 중심으로 굳혀져 온 과점 체제에 새 판이 짜일지 주목된다.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은 5일 이같은 내용 등을 담은 은행권 경영·영업 관행·제도 개선 방안을 발표했다. 금융당국은 은행권의 과점 체제가 과도한 이자 장사로 이어졌다고 보고, 지난 2월부터 태스크포스를 꾸려 대안을 모색해 왔다.

이번 대책의 핵심은 은행권의 진입 장벽을 크게 낮춘 게 핵심이다. 가장 먼저 지방은행이 전국에 지점을 갖춘 시중은행으로 탈바꿈할 수 있도록 적극 허용하기로 했다.

이에 대구은행이 시중은행으로 전환하겠다는 의사를 금융당국에 전달했다. 금융당국은 정식 신청이 들어오는 대로 관련 심사를 진행할 계획이다. 국내에 새 시중은행이 등장했던 건 1992년 평화은행이 마지막이었다.

아울러 시중은행과 지방은행, 인터넷전문은행에 대한 인가도 언제든 가능하도록 시스템이 개편된다. 앞으로는 자금력과 적절한 사업 계획만 갖췄다면 언제든 은행 라이선스를 신청할 수 있게 된다. 지금까지는 사실상 금융당국에서 인가 방침을 먼저 공개한 후 신규 인가 신청·심사가 진행되는 형태였다.

저축은행이나 지방은행, 외국계 은행 지점에 대한 규제도 완화된다. 이들의 경쟁력을 높여 시중은행과 경쟁할 수 있는 여건을 만들겠다는 취지다.

이에 따라 먼저 저축은행 간 인수·합병 범위가 확대된다. 또 외국계 은행의 원화 예대율 규제도 완화된다. 이밖에 인터넷은행과 지방은행의 공동대출 활성화, 핀테크 등 정보기술 기업의 금융 업무 범위 확대 등 협업 범위도 넓어진다.

김소영 금융위원회 부위원장은 "과점시장에서 기업들이 과점력을 활용해 이윤을 추구하다 보면 가격이 경쟁시장보다 높게 책정되고 기업들은 추가적 과점 이윤을 얻을 수 있고, 소비자 후생은 감소하게 된다"며 "은행업은 과점적 구조"라고 강조했다.

아울러 은행업의 신규인가 신청 등에 대해선 "대주주 자격요건, 사업계획 등을 엄격히 심사하되 빠른 시일 내 진입이 가능하도록 지원할 예정"이라며 "법령 개정 등이 필요한 과제는 관계기관과 업권과의 협의 등을 거쳐 조속히 법령안을 마련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은행권이 국민들의 기대에 부응하는 공공적 역할을 수행해 국민의 신뢰를 회복하는데 일조할 것"이라고 덧붙였다.